국민의힘 '투기 의혹' 12명..'부동산 고비' 이준석의 선택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예고된 '부동산 고비'를 만났다.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에 따라 현역 의원들에게 처분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 다가왔다. 이 대표가 여러 차례 공언한 더불어민주당보다 강력한 조치를 단행하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대선후보 경선 돌입에 앞서 극심한 내홍에 빠진 상황과 겹치면서 상당한 후폭풍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조사 대상인 507명의 최근 7년간 부동산 거래를 조사한 내용이다. 조사 결과 국민의힘 총 12명(13건), 열린민주당 총 1명(1건)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적발했다.
국민의힘 관련 투기 의혹은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1건) △편법증여 등 세금탈루 의혹(2건) △토지보상법, 건축법, 공공주택특별법 등 위반 의혹 (4건) △농지법 위반 의혹(6건) 등 총 13건이다.
이 중 본인 관련 의혹 8건, 배우자 관련 의혹 1건, 부모 관련 2건, 자녀 관련 2건으로 조사됐다. 지난 더불어민주당 전수조사 때 3기 신도시 관련 의혹은 2건이 나타난 것과 비교해 이번 야권 대상 조사에서는 3기 신도시 관련 의혹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권익위는 위법 의혹에 연루된 당사자들의 관련 자료를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송부키로 했다.
이 대표는 무관용 원칙을 지키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 "저는 이 문제에 대해 제가 공언했던 입장을 지키겠다. 그것을 기반으로 지도부 다른 구성원의 의견을 참고해서 결정내리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6월 당대표 선출 직후 "어떤 결정이든 철학과 원칙에 맞는 선택을 하려고 한다"라며 "적어도 민주당이 세운 기준보다 더 엄격하고 국민에게 맞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포퓰리즘적인 측면으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징계 수위라든지 국민에 대한 메시지는 결과를 바탕으로 논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권익위는 민주당 의원 12명을 부동산 관련 의혹 당사자로 밝혀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들 의원에 대해 탈당 권유, 제명(비례대표 2명) 조치를 취했다. 당사자에게 자진 탈당 기회를 주고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을 받았다. 12명 중 5명은 탈당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민주당은 추가 조치를 단행하지 않았다.
위법 의혹 의원들에 대한 처분은 당내 갈등을 더욱 키우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 민주당 사례처럼 해당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칠 수밖에 없고, 처벌 수위를 놓고 치열한 찬반 논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취임 3개월째를 맞은 이 대표의 리더십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경선준비위원회의 토론회 진행 논란으로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주도권 싸움도 장기화 국면에 들어갔다. 윤 전 총장 측에서 이 대표 체제를 대체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마저 나왔다. 윤 전 총장은 해당 보도를 직접 부인하며 "황당무계한 일"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이런 와중에 이 대표가 부동산 의혹 사안에서 당내 지지를 받지 못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 대표가 결정한 처분 수위 높든 낮든 당면할 수밖에 없는 리스크다.
국민권익위원회 전수 결과 국민의힘 등 일부 야당 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먼저 자당 소속 의원들에게 탈당 조치로 매를 들었던 더불어민주당이 반격에 나섰다. 다만 먼저 권익위 전수결과를 받아들고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민주당 의원 10명에 대해 지도부 출당 권고 조치를 내렸지만 석달 가까이 유야무야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역풍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제 국민의힘의 결단이 남았다. 소속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만한 수준의 엄정한 조치를 내놓기 바란다"고 논평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그동안 이준석 대표는 여러 차례 소속의원의 투기 의혹에 대해 더불어민주당보다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공언해왔다"며 "'무관용 원칙'을 내세웠던 만큼 국민의힘의 처분 결정에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이번만큼은 민심을 역행해 적당히 눈치 보며 빠져나갈 길을 모색하지 않길 바란다"며 "국민의힘의 공언(公言)이 실언(失言)이나 허언(虛言)이 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은 권익위 조사 결과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자당 소속 의원 12명에 일괄 탈당 조치를 내렸다. 먼저 지난달 22일 의원총회에서 비례의원인 윤미향·양이원영 의원 제명안을 의결해 의석수는 174석에서 172석으로 줄었다. 지역구 의원인 10명 중 김주영·문진석(부동산 명의신탁 의혹 소지), 서영석·임종성(업무상 비밀이용의혹 소지), 윤재갑 등 5명은 탈당계 제출을 완료했다.
그러나 나머지 김수흥·김한정·김회재·오영훈·우상호 의원 등 5명은 탈당계 제출을 거부하며 현재까지 버티기 상태로 이어져오고 있다. 의석수 역시 변동이 없어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탈당 조치가 유야무야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서영석·윤재갑 의원은 지난 3월 시민단체 고발로 수사가 진행 중이던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 결과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고 우상호 의원의 농지법 위반 역시 경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이 내려져 지도부의 조치가 경솔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당 일각에선 부동산 민심이 여전히 민주당에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에서 '국민의힘 때리기'가 '내로남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직접 나서서 야당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때리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이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전수조사에서 국민의힘 의원 12명이 위법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것과 관련해 "민주당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오십보백보"라고 비판했다.
홍경희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공교롭게도 문제가 되는 의원들의 숫자까지 12명으로 동수이니, 부동산 투기 의혹에 있어서는 거대 여당과 제1야당이 데칼코마니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러면서 "또한 업무상 비밀 이용을 이용한 열린민주당 의원의 법 위반 의혹은 전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LH 사태와 닮아있다. 철저한 수사를 통한 후속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홍 대변인은 "국민앞에 모범을 보여도 부족할 공당이 집안 단속조차 못하며 어떻게 부동산 정책의 신뢰성을 국민들께 담보할 수 있겠는가"며 "참으로 부끄럽고 국민들께 송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국민의힘과 열린민주당은 이번 권익위의 전수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울러 부동산 투기를 했거나 문제의 소지가 있는 해당 의원들에 대해서는 강력한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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