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라. 미국은 쇠퇴하고 중국은 부상하고 끝은 예측하기 어렵다"

정다슬 2021. 8. 2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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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어재단, 극중지계 '정치·외교'편 '경제'편 발간
미·중 패권 시대, 이분법적 선택론 아닌 주체적 외교해야
시진핑식 중국, 팽창주의 강해져..환상의 프레임 걷어내야
사진=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동북아시아 민간 싱크탱크인 ‘니어재단’이 23일 미·중 패권 경쟁 시대에 한국이 나아갈 길에 대한 책을 내놓았다. 이름도 ‘극중지계’(剋中之計·중국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그동안 공고했던 ‘미국일극’(美國一極) 시대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한국은 해야 할 것은 미국의 편에 설 것이냐, 중국의 편에 설 것이냐가 아니다. 니어재단은 강대국간 패권다툼이 본격화되던 시기마다 척화론과 주화론으로 내분을 반복한 과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자강론’(自强論)을 주장했다.

극중지계의 현실 의식은 상황 변화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23일 서울 중구 모처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지금 미국은 쇠퇴하고 있는데 중국은 급부상하고 있고, 그 끝은 예측하기 어렵다. 그리고 한국은 둘 사이에 낀 존재가 되고 있다”며 “공존의 생존 방정식을 찾아내야 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이번 책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이 책을 만들기 위해 50여항의 질문을 만들어 국내 중국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그 해답을 찾기 위한 2년간의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그간 한국은 오랫동안 세게 강대국에 포위된 지정학·지경학적 위치로 자유로운 외교 선택이 어려웠다. 더욱이 한국이나 일본은 현대 국제사회에서 독자적 외교전략을 구사한 경험이 없다. 오랫동안 냉전의 틀 안에서 미국에 의존하며 생존한 결과이다. 그러나 탈냉전시대에는 한국은 혼자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과거 30여년간 중국은 한·미 동맹이라든지 체제의 차이, 가치의 차이에 대해 상대국의 입장을 존중해왔다. 그러나 시진핑 중국 주석 집권 이후 중국은 중국몽을 내세우며 중국식 사회주의 이념을 전세계로 팽창하려고 한다. 그 핵심에 있는 것이 과학기술을 통치수단의 핵심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미·중간 패권경쟁의 핵심 역시 기술에 있으며, 시 주석은 미국의 압박이 중국을 자력갱생의 길로 내몰고 있다며 이를 기회로 삼아야 주장하고 있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극중지계’ 출간 기념 언론간담회에서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이 한중관계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 제공)
이는 한국에는 두 가지 의미로 다가온다.

첫번째는 그동안 협력자였던 한국이 경쟁자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극중지계는 “한국으로서는 미·중 충돌 자체가 위기 요인이라기 보다는 미·중 충돌을 대비해 자강론을 선택한 중국이 고기술 국산화를 천명하면서 쌍순환 전략을 선택했다는 것”이라며 “한국 제품들이 아직 중국 소비재 내수시장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국내 산업간 연결고리를 강화하겠다는 ‘내부순환 강화전략’은 중국이 더이상 한국 산업의 손쉬운 수요처로만 남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일대일로의 연장선에서 개발도상국 시장을 중국산업의 수요처로 만들겠다는 ‘국제순환 전략’ 역시 우리 산업이 그동안 힘을 기울여온 개발도상국 시장 진출의 강력한 장벽으로 대두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두번째는 자신에게는 유리할 때는 정경분리를 내세우지만, 정치적 분쟁이 있을 때는 경제를 보복 수단으로 사용하는 중국의 행태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점이다. 우리는 이미 사드 사태로 혹독한 경험을 치른 바 있다. 더욱이 양국관계의 상호보완성이 약화되고 경쟁성이 커지며 기술경쟁력의 역전현상마저 현실화되는 이때, 중국 당국이 정경분리 원칙을 지키길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는 지적이다.

극중징계는 “중국에 필요한 것을 공급하는 한국 기업에는 국가 차원의 우대가 있겠으나 중국 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 기업은 중국 당국이 매서운 눈초리로 감시할 것”이라며 “앞으로 중국 경제에 진출할 경우 정치적 위험이 커지는 것은 물론 그들의 의사결정 메커니즘이 매우 단선 일방적이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 커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일수록 우리 정부의 휘둘리지 않는 외교력이 더욱 절실해진다. 책은 “한국 정부가 중국과의 교섭에서 중시해야 할 주안점은 북·중 관계, 북한 비핵화 문제 이상으로 우리 기업들의 중국 진출이나 활동에 정경분리 원칙이 철저히 지켜지도록 방어하고 교섭하는 일”이라며 “이걸 못하면 제2, 제3의 사드 보복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아울러 “이는 동시에 중국에 대한 한반도 통일, 한반도 비핵화, 중국 시장이 우리의 생명줄이라는 ‘환상의 프레임’에서 빠져나와 중국 포비아(Phobia)를 극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극중지계가 파편화돼 있는 중국 담론에 대한 길잡이가 되는 바람으로 책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는 민간이 90%를 담당하지만, 외교·안보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오롯한 몫”이라며 “특정 후보가 이를 독점하기 보다는 공공재로서 우리나라 미래에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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