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태 교수 "언론 자유 말하는 사람이 비현실적으로 취급돼..언론계 자성 노력도 필요" [언론중재법 릴레이 인터뷰 ③]

고희진 기자 2021. 8. 23. 14: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언론 자유를 얘기하는 사람은 비현실적인 얘기를 하는 사람 취급을 받거나, 아예 가짜 뉴스를 옹호하느냐는 식의 정치적 공격을 받고 있다. 안타깝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사진)는 지난 20일 경향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허위·조작 보도를 한 언론사에 손해액의 5배에 달하는 징벌적 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언론학회 회장단 등 언론 유관단체는 해당 법 개정으로 언론에 대한 정치·경제 자본의 재갈 물리기가 심화될 것이라 우려했다. 법 통과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미디어 시장의 변화 속에서 언론사의 악의적인 보도로 피해를 보는 이들이 늘고 있는 만큼 강화된 언론 규제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법안에 대한 찬반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개정안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심 교수는 언론의 자유는 대의민주주의 체제를 작동할 수 있게 하는 기초라고 했다. 그는 “언론 활동은 표현의 자유의 한 형태이지 언론사의 자유가 아니다”라며 “언론은 정치, 사회, 경제, 문화를 포함한 모든 부문의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하는데, 만약 언론이 체계적으로 그런 일을 하지 않으면 대의민주주의 사회는 권력과 스피커를 장악한 일부 세력에 장악되고 조종 당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좋든 싫든 이 같은 기능을 365일 안정적으로 하고 있는 건 언론사들이다. 언론사에는 권력을 감시하는 책임을 요구할 수 있지만 개인에게는 그런 책임을 요구할 수 없다”며 “언론의 권력을 일반 시민에게 나눠주자는 식의 선동적 주장이 그래서 위험한 것이다. 멋있어 보이는 말이지만, 사실상 권력자에 대한 체계적인 감시와 견제를 해체하자는 주장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개정안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허위·조작보도의 고의·중과실을 추정하는 요건 4가지에 대해 심 교수는 위헌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부분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사람이 하는 일인 이상 일정 정도의 오보는 불가피하고, 이런 것은 반론과 정정을 통해 바로잡는 것을 제도화 해야한다. (보도를) 아예 틀어막겠다고 달려들면 비판 언론이 죽어버린다”고 했다. 이어 “100% 완벽한 사실이라는 개념도 위험하다. 완전성을 요구하면 누구도 말할 수 없게 되며, 약간의 틀릴 자유를 인정해 주는 것이 지금까지의 (언론보도 소송) 판례의 경향이기도 하다”면서 “열 개의 사실 관계 중 한 두개만 틀려도 가짜 뉴스라고 공격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한 현재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는 큰 문제가 있다고 봤다. 다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언론인들이 언론의 자유와 보도의 객관성 및 진실성을 지키기 위한 자정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 상태에서 개정안의 긍정적 효과는 찾아볼 수 없다고 본다”면서도 “굳이 얘기하자면, 한국 사회에서 언론을 이렇게 정치적으로 무리해 통제하려고 할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데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깨달음이 의미가 있으려면 언론인 스스로 변화를 가져올 시도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언론 단체들이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성명을 내고,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심 교수는 “만약 법안이 통과되고, (언론단체 등의 청구가 있어) 위헌 결정을 받아내더라도 지금과 같은 법을 만들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며 “일반 시민들이 왜 언론에 이렇게 적대적인지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언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언론계 스스로 규제할 수 있는 연합 기구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심 교수는 “이번 기회에 언론단체, 언론사, 언론인노조들이 참여해 언론중재위와 경쟁하는 민간 자율규제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기구의 조치를 따르지 않는 언론사는 언론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 등 언론 불만 처리에 (언론이)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 언론 품질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