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아프간 '손절', 트루먼의 단호함 따랐나

김태훈 2021. 8. 2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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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몰락 직전의 아프가니스탄에 취한 태도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아프간 군인들이 자기네 나라를 위해 피를 흘릴 생각이 없는데 왜 미군이 그렇게 해야 하느냐"는 바이든 대통령의 단호한 언급은 그의 아프간 철군 결정에 비판적인 이들조차 고개를 끄덕일 만큼 설득력이 있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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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한 철수? 바이든 "아프간, 싸울 의지 없었다"
1949년 장제스 지원 요청 외면한 트루먼과 비슷
"부패·무능 타고난 사람들 위해 미군 희생 안돼"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주제로 연설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세계일보 자료사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몰락 직전의 아프가니스탄에 취한 태도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아프간 군인들이 자기네 나라를 위해 피를 흘릴 생각이 없는데 왜 미군이 그렇게 해야 하느냐”는 바이든 대통령의 단호한 언급은 그의 아프간 철군 결정에 비판적인 이들조차 고개를 끄덕일 만큼 설득력이 있는 게 사실이다. 미 조야에선 1949년 당시 마오쩌둥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에 밀려 중국 대륙을 잃을 처지에 놓인 국민당 장제스 정부의 다급한 호소를 외면한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의 냉정함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급한 철수? 바이든 “아프간, 싸울 의지 없었다”

22일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너무 성급하게 아프간에서 철수했다’는 일각의 지적에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간 대통령 책임론으로 맞섰다. 가니 전 대통령은 아프간 붕괴 2개월 전인 올해 6월 미국 백악관을 찾아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며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 지원을 호소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대국민 연설에서 “지난 6월 가니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청했을 때, 또 7월에 가니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을 때 우리는 매우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며 “부패를 청산하고 지도자들이 정치적으로 단결해야 한다고 충고했으나, 아프간 정부는 그 어느 것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가니 대통령은 아프간 군대가 탈레반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분명히 그가 틀렸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딸과 아들들을 대체 몇 세대나 더 아프간으로 보내 내전을 치르도록 하겠느냐”며 “정작 아프간 군대는 싸우려 들지 않는데 그런 나라를 위해 과연 미국인이 목숨을 걸 가치가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알링턴 국립묘지에 끝없이 늘어선 묘비가 대체 몇 줄이나 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해리 S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 세계일보 자료사진
◆1949년 장제스 지원 요청 외면한 트루먼과 비슷

이는 1949년 중국 국공내전의 막바지에 미국 정부가 취한 태도를 연상시킨다. 당시 미 대통령은 바이든과 같은 민주당 소속인 트루먼이었다. 트루먼 전 대통령은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쫓겨나고 마오쩌둥의 공산당이 중국 대륙을 장악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장제스 측의 다급한 도움 요청을 차갑게 거절했다. 트루먼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는 장제스, 그리고 국민당 정권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가감 없이 기록돼 있다.

장제스 전 대만 총통. 세계일보 자료사진
“대륙에서 국민당 정부의 몰락은 부패와 무능 때문이었다. 우리는 약 30억5000만달러의 군사 장비를 소위 자유중국 인사라는 사람들에게 지원했다. 베이징을 거쳐 난징까지 모든 전선에서 장제스의 500만 대군은 공산군 30만에게 패했다. 장제스와 그 수하들이 미군 수백만을 파견해 구해달라는 요청을 한 적이 있다. 나는 한마디로 거절했다. 부패와 무능을 타고난 사람들을 위해 단 한 명의 미군도 희생시킬 수 없다.”(트루먼의 회고록 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자신의 아프간 철군 결정을 옹호하며 트루먼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the buck stops with me)”는 문구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미국 역대 대통령들 중에선 트루먼 전 대통령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문장이다. 1953년 1월 트루먼 전 대통령이 퇴임 연설에서 “대통령이라면 결정을 해야 한다. 대통령은 누구에게도 책임을 돌릴 수 없다”며 “그게 바로 대통령의 일”이라고 말한 것에서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는 표현이 비롯했다고 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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