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그린란드에 내린 비

김민철 논설위원 2021. 8. 23.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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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그린란드 남부 나르사크 마을 앞바다에 빙하가 떠 있는 모습. 물가에는 야생화가 활짝 피어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해발 약 3200m 높이인 그린란드의 정상에서 지난 14일 기상 관측 사상 처음으로 눈이 아닌 비가 내렸다. 올여름 그린란드에서는 이상고온현상이 두드러져 예년 여름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빙하가 녹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호주 동해안에 있는 그레이트배리어리프(Great Barrier Reef)는 길이 2300㎞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산호 군락이다. 지난해 이곳에 역대 최악의 백화(白化)현상이 진행 중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16년, 2017년에 이어 지난 5년 사이 벌써 세 번째 대규모 백화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그 원인을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이라고 보았다. 해수 온도가 오르면 산호 내부에 서식하는 조류(藻類)가 외부로 빠져나가면서 산호가 알록달록하고 선명한 색을 잃고 하얗게 변한다는 것이다.

▶산호초의 대규모 폐사는 기후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기후변화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지표 중 하나다. ‘티핑 포인트’는 작은 변화가 쌓여 어느 순간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는 전환점을 말하는데, 기후변화로 그 직전에 놓여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산호초 폐사 외에도 북극 해빙의 면적 감소, 시베리아 동토층의 해동, 대서양 해류 순환의 저속화, 아마존 우림의 잦은 가뭄, 남극 빙상의 감소 등이 리스트에 있다. 그중에서도 기후 과학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그린란드 빙하다.

일러스트=김도원

▶대륙 거대 빙하는 남극 대륙과 그린란드에 있는데, 그중 극에서 좀 더 떨어져 있는 그린란드에서 먼저 어떤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지난 14일 사시사철 빙하로 뒤덮여 있는 그린란드 정상에서 기상 관측 사상 처음으로 눈이 아니라 비가 내렸다고 한다. 그린란드 정상은 해발 약 3200m라 한여름에도 최고기온이 영하 10도 안팎을 밑도는 곳이다. 그런데 이날 그린란드 정상의 기온은 9시간 동안 영상으로 올라갔다. 이날 정상 부근에 쏟아진 빗물은 모두 70억t으로 엄청난 양이었다.

▶그린란드 빙하의 양은 정육면체로 치면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42㎞짜리라고 한다. 잘 상상이 가지 않을 만한 거대한 크기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그린란드 빙하가 거의 완전히 녹으면 해수면이 7m 상승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해발 고도가 수m 안팎인 태평양과 인도양 섬나라들은 물론 암스테르담, 뉴욕, 상하이 등 저지대에 위치한 대도시들도 물에 잠길 수밖에 없는 상승 폭이다.

▶전문가들은 빙하지대에 비가 오면 빙하 녹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빗물이 내려가 빙하 바닥에 이르면 지열과 함께 윤활유 효과를 발휘해 빙하 붕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린란드의 비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이 먼 미래가 아닐 수 있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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