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주의 아웃룩] 파는 사람 없으니 계속 오르는 집값.. 주택 투자 '올인'은 경계해야

김학주 한동대 교수 2021. 8. 2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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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하이오의 경우 집을 팔려고 내놓으면 거래가 체결되기까지 100일 정도 소요됐었는데 지금은 10일 만에 팔린다고 한다. 2000년대 중반 서브프라임 모기지 광풍이 불었을 때도 주택 시장이 이렇게 뜨겁지는 않았다고 한다. 지난 5월 미국의 주택 가격은 전년비 16.6% 올랐는데, 이는 30년 내 최고 상승률이었다. 집값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강세다. 이렇게 가격이 오른 상태에서라도 집을 사야 할까?

국가는 서민을 도우려 돈을 풀어 금리를 내렸지만 잉여 유동성은 주택 가격을 끌어올렸다. 집값이 오르면 전세·월세 가격도 오르며, 지금은 그 속도가 금리 인하보다 빠르다. 특히 금리는 제로 밑으로 가는 데 한계가 있지만 집값 상승 폭은 위로 열려 있다. 전·월세를 살던 사람들이 여기에 공포를 느끼며 “이제는 빚을 내더라도 내 집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재택근무가 보급되며 주택에 새로운 수요까지 더해진다.

부동산·주식 등 자산 거품, 세계적 현상

정부는 서민을 보호하기 위해 집값을 내려야 할까? 이는 순진한 판단이다. 한국의 예를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는 2020년 말 104%로 세계 정상권이다. 여기에는 주택담보대출이 상대적으로 크게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한국의 자영업자는 전체 근로자 가운데 25%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또한 남미 국가들과 더불어 세계 선두권 랭킹을 유지하고 있다. 이 부분도 한국의 가계부채를 설명한다. 문제는 가계의 가장 큰 자산이 주택이라는 점이다.

코로나 쇼크를 지나며 한국의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그 이후로도 경제 저성장의 직격탄을 받는 쪽은 보호막이 없는 그들일 것이다. 한편 한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고 있다. 앞으로 많은 질병에 노출될 것이며, 피할 수 없는 비용에 직면할 것이다. 그들이 갖고 있는 자산은 ‘평생 벌어 구입한 집 한 채’인데 그 가격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세계 각국 정부가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가격에 거품을 만드는 이유도 마찬가지 논리다. 아직은 보호해야 할 취약 계층으로 인해 그들이 갖고 있는 자산 가격을 높이며 진통제를 주입하고 있다. 나중에 기존 경제가 디지털 신경제로 충분히 대체되어 새로운 부가가치가 만들어지면, 다시 말해서 세계경제가 수술받을 수 있는 체력이 확보되면 시중 자금을 회수하며 자산 가격 거품을 뺄 수 있고, 이것이 부의 재분배를 위한 지름길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전에 거품을 제거하는 것은 사치스럽다는 생각마저 든다.

공급 제한된 주택 시장, 상승 ‘탄력’

그래서 한국 정부는 선택적으로 강남을 겨냥하나? 부자세를 거둬 보겠다는 계산 같다. 그러나 높은 보유세를 버티지 못하는 측은 ‘강남에 살아보고 싶어 평생 빚내고 저축해 온 중산층’이다. 결국 그들이 강남 집을 부자들에게 빼앗긴 꼴이 되고, 강남 주택 거래 참여자가 점점 소수의 부자로 좁혀진다. 즉 비싸게 팔려는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되어 가고, 그 결과 가격이 탄력적으로 상승한다. 세계적으로도 기업형 주택 투자 펀드가 늘며, 주택 시장 참여자가 소수로 제한되어 간다.

많은 이가 자산 가격에 거품을 만든 원인을 시장 내 유동성으로 알고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비유동성이 더 큰 거품을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사고 싶어도 파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다. 주식시장도 ‘쏠림 현상’에 의해 매도의 방해 없이 주가가 급등했던 것처럼 고급 주택 시장에서 만들어진 ‘그들만의 리그’는 매도의 견제 없이 가격을 끌어올린다. 특히 주식은 증자로 인한 공급이 열려 있지만 주택은 공급이 제한적이므로 수요가 생길 때 가격이 더 탄력적으로 오를 수 있다.

미국 집값이 많이 올랐어도 아직 투자 수익률이 나쁘지 않다. 미국 주택 거래 가격의 중간값이 4억3000만원 수준이고, 월 임대료가 184만원 정도이므로 주택 투자 수익률이 연 5.1%는 된다. 여기에 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이 더해질 수도 있다. 미국 주가 지수인 S&P500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코로나 발생 이전 25배 수준이었으므로 주식 투자 수익률은 그 역수인 4% 정도다. 물론 주가의 장기 성장률이 더 높을 수 있지만 주택 투자는 주식보다 안정적이고, 배당이 커 늘어나는 은퇴 인구의 취향에 맞을 수 있다.

단, 주택에 ‘몰빵 투자’가 적합한지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거액의 주택을 살 경우 신성장 주식에 투자할 기회를 잃어버린다. 세계적으로 주택형 부동산 펀드(REIT)들이 다양한데 여기에 재산 일부를 분산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주택 투자의 큰 매력은 전통적 자산인 주식 및 채권과 상관관계가 낮아 투자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안정시키는 것인데 세계 여러 나라의 주택 펀드들 가운데 매력적인 것들을 섞어 투자하면 그 효과가 배가될 것이다.

내년 대선 뒤 일시적 조정 올 수도

물론 거액의 주택을 재산의 일부로 편입할 형편이 되는 부자라면 그렇게 해도 좋고, 재산 형성이 안 된 젊은이들도 펀드를 통해 주택 투자를 할 수 있다. 또한 1가구 다주택 규제가 심한 한국을 떠나 주택 투자 비율을 높이고 싶은 사람들도 해외 주택 펀드를 이용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내년 대선에서 정권이 바뀔 경우 집값이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현 정권의 무리한 규제가 주택 공급을 줄였고, 이것이 정부의 의도와는 반대로 집값을 올리는 도화선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게 보면 저성장 극복을 위해 정부의 재정 정책 의존도가 높아지고, 그 부작용으로 시중에 돈이 쏟아져 들어 오는 현상이 이제 시작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택처럼 인플레 우려를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자산은 매력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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