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본은 공짜인데.. 年 1억건 등기부등본은 열람도 유료
집값 상승과 전세난 등 부동산 시장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면서 유료로 제공되는 부동산 등기부등본 열람·발급 서비스를 무료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등기부는 국가가 국민에게 공개하기로 한 공시의 대상인 데다 토지대장이나 건축물대장 등은 수수료를 내지 않는데 등기부등본만 유료인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은 내부 규칙을 통해 인터넷을 통한 등기부 등본 열람은 700원, 발급에는 1000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억7238만건의 인터넷 민원서류 업무를 처리하며 주민등록 등·초본 등 대부분을 무료로 발급한 것과 대비된다.
특히 디지털 방식으로 관리되는 등기부등본 인터넷 열람까지 수수료를 받는 것은 지나치다는 여론이 대다수다. 국가 기관이 등기부등본 열람·발급으로 해마다 1000억원이 넘는 수수료 수입을 거두는 데 대한 비판도 있다.
22일 대법원 등기국에 따르면, 부동산 등기부등본 열람·발급은 2017년 2187만건에서 지난해 1억1685만건으로 최근 3년 사이 5배로 급증했다. 올해는 7월까지 7357만건이다. 채무나 가압류 여부 등을 알 수 있는 등기부 확인을 부동산 거래의 기본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매일 34만건 이상의 등기부가 열람·발급되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에서도 등기부등본 열람·발급 수수료 개선을 논의하고 있다. 온라인 등기 열람을 무료로 하는 법안을 발의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세 사기나 깡통 전세 피해 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무료 전환으로 정보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등기부등본 무료화 여론이 높아진 것은 유독 법원만 수수료를 받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가 제공하는 ‘주민등록등·초본’이나 국토교통부의 ‘건축물대장’ ‘토지대장’,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자격득실 확인서’, 병무청의 ‘병적증명확인서’ 등은 모두 인터넷으로 무료 발급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법원 측은 “등기부는 이용자가 등기명의인, 부동산 거래 관계자로 한정돼 있어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동산 거래에 이용되는 토지나 건축물 대장 등은 무료여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등기부등본 열람·발급은 이번 정부 들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해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이 역대 최다인 127만여건을 기록하는 등 집을 사고파는 사람이 많았고, 꼬마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 수요도 늘면서 공인중개사가 아닌 일반인까지 등기부를 통해 부동산 권리관계를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지점장은 “최근 몇 년 사이 집값·전셋값이 국민적 관심사가 됐고, 젊은 층까지 부동산 재테크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면서 인터넷으로 등기부 등본을 확인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고 말했다.
등기부 열람·발급이 급증하자 정부의 수수료 수익도 증가했다. 조응천 의원실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해 등기부 열람·발급으로 1033억원(인터넷 등기소 886억원, 전국 법원 등기소 147억원)을 징수했다. 법원은 이 수익을 등기소 설치·관리에만 써야 하는데, 등기부 수수료 재원을 활용해 사법문화역사교육관을 세운 후 직원 휴양 시설로 이용한 게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등기부등본 열람이나 발급을 무료화하는 법안이 현재 2건 발의됐다. 올 들어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온라인 등기 열람을 무료로 하는 ‘부동산등기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고,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열람뿐만 아니라 발급 수수료까지 면제하는 법안을 냈다. 해당 법안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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