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복비(福費)

김기동 2021. 8. 22.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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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던 복덕방(福德房)은 정감 어린 단어 중 하나다.

조상 대대로 마을을 지키며 복덕방으로 소일을 하던 동네 어르신들은 누구네 집 숟가락 개수까지 훤히 알았을 정도라고 한다.

결국 1983년 부동산중개업법 제정과 공인중개사 도입으로 복덕방은 부동산중개업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요즘 공인중개사들은 복덕방이라는 용어 자체를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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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던 복덕방(福德房)은 정감 어린 단어 중 하나다. 주역의 복과 덕을 불러준다는 생기복덕(生氣福德)에서 유래한 말이다.

마을 단위로 제사를 지내고 음식을 나눠먹다가 자연스럽게 거래가 이뤄졌다. 조상 대대로 마을을 지키며 복덕방으로 소일을 하던 동네 어르신들은 누구네 집 숟가락 개수까지 훤히 알았을 정도라고 한다. 들고 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좋은 집과 새로운 주인을 구해줘 고맙다는 사례의 표시로 복비(福費)를 주고받았다. 복을 나눠주는 비용의 의미다. 인정이 오가는 거래에서 돈의 많고 적음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넉넉한 이에게는 더 받았지만, 어려운 사람에겐 막걸리 한사발로 대신하기도 했다.

음식과 정을 나누던 복덕방은 개화기를 거치면서 상업적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광복 이후 1960년 초부터 경제개발계획이 추진되면서 복덕방의 역할이 커졌다. 큰돈이 오가면서 과거의 정겨움은 사라졌다. 70년대 들어 정부 주도의 건설사업이 시작되고 강남개발 붐이 불면서 ‘복부인’과 ‘떴다방’이 등장했다. 돈 많은 사모님의 치맛바람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면서 사회문제로까지 비화했다.

결국 1983년 부동산중개업법 제정과 공인중개사 도입으로 복덕방은 부동산중개업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복비인 중개수수료도 조례로 강제했다. 요즘 공인중개사들은 복덕방이라는 용어 자체를 싫어한다. ‘무자격 중개인’이 운영하는 업소로 오인받기 싫어서다. 문재인정부 들어 집값이 폭등하면서 중개수수료 갈등으로 얼굴 붉히는 일이 늘었다. 집값과 연계된 요금체계 탓이다. 정부가 10월부터 중개수수료율 상한을 매매는 6억원 이상, 임대차는 3억원 이상부터 내리는 수수료율 개편안을 내놓았다.

40만명에 달하는 공인중개사와 13만곳의 공인중개사무소 반발이 거세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정책 실패를 공인중개사의 희생으로 무마하려 한다”며 대정부 투쟁을 선포했다. 돈 앞에선 장사없다는 말이 있다. 수수료 인하를 반대할 국민은 없겠지만, 공인중개사들도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이자 국민이다. 중개 수수료 폭탄을 초래한 집값 폭등의 책임은 공인중개사가 아닌 현 정부가 져야 한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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