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코딩, 업무환경 혁신할 '새로운 엑셀'될 것" 기대
자연어처리 인공지능 GPT-3 결합
코딩문턱 없앤 노코드·로코드 확산
코딩기술보다 기획·판단력 중요성
"아래로부터의 혁신 가속화 전망"
오픈AI, 자연어로 자동코딩 ‘코덱스’ 공개
인공지능과 전문적 코딩 기술이 필요없는 노코드 (No Code), 로코드 (Low Code) 플랫폼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 코딩 환경’ 이 달라지고 있다 . 코딩하는 인공지능의 등장에 따라 코딩 능력은 이내 쓸모없어질 낡은 기술이 될 것인가 , 아니면 소프트웨어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더욱 가치있는 핵심역량이 될 것인가 . ‘ 코딩 교육 ’ 을 둘러싼 논쟁이 새로운 상황을 맞고 있다 .
■ 말 하면 ‘알아서 AI가 코딩’
지난 10 일 미국에서 음성 ( 영어 ) 으로 명령을 내리면 알아서 코딩을 해주는 , 인공지능을 활용한 코딩 시스템 ‘ 코덱스 ’ 가 공개됐다 .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조직인 오픈에이아이 (Open AI) 가 개발한 코덱스는 인공지능이 일상 언어로 된 명령어를 듣고 해석해 자동으로 코딩을 하고 실행하는 혁신적 개발도구다 . 지난 6 월말 오픈에이아이는 개발자들의 코드 공유 플랫폼인 깃허브 (GitHub) 와 공동으로 인공지능이 코딩을 해주는 도구 ‘ 코파일럿 (Copilot)’ 을 개발해 공개했는데 이를 자연어로 작동하도록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 오픈에이아이가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자연어처리모델 (NLP) 인 지피티 (GPT)-3 을 코파일럿에 접목시킨 결과다 .
코덱스는 파이선 , 자바스크립트 , HTML 등 12 개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할 줄 알고 주어진 작업에 적합한 언어를 스스로 선택해 순식간에 깔끔한 코딩을 완성한다 . 미국의 정보기술 전문지 < 와이어드 > 에 따르면 , 코덱스는 수십억 줄의 공개 소스코드를 학습했으며 오랜 시간이 요구됐던 코딩 작업의 상당부분을 눈깜짝할 새 처리한다 . < 와이어드 > 는 음성 명령만으로 간단한 게임 소프트웨어를 완성하는 사례를 소개하며 “코덱스가 코딩을 인공지능 음성비서에게 말하는 것처럼 손쉬운 작업으로 만들고 있다” 고 평가했다 .
인텔 , 매사추세츠공대 (MIT), 조지아공대는 손을 잡고 지난해 7 월 자동코딩을 해주는 인공지능 개발 엔진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 인텔은 당시 보도자료에서 “ ( 자동코딩이 ) 완벽하게 구현되면 사람들은 원하는 방식으로 기계에 의사를 표시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 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 5 월 개발자 컨퍼런스 ( 빌드 2021) 에서 로코드 프로그래밍 언어 파워에프엑스 (FX) 를 발표했다 . 지피티 -3을 적용해 자연어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게 하는 구조다 . 구글도 노코드 개발도구인 ‘ 앱메이커 ’ 를 제공하고 있다 . 국내에서도 엘지시엔에스 (LGCNS) 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노코드, 로코드 플랫폼을 서비스하고 있다 .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4 년까지 기업의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중 65% 가 로코드 , 노코드로 개발될 것으로 예측했다 .
■ 코딩 학습과 업무 환경 큰 영향
‘코딩 문턱’ 을 크게 낮추는 노코드 , 로코드 플랫폼이 확산되면서 ‘ 만인 개발자 ’ 시대가 예고된다 . 정보기술업계는 컴퓨터 작동방식이 텍스트 명령어 구조 (MS DOS) 에서 1990 년대 그래픽과 아이콘 방식의 윈도로 달라지면서 ‘ 개인용 컴퓨터 시대 ’ 가 열린 것과 유사한 현상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사전 구축된 알고리즘 , 끌어다 놓기 ( 드래그 앤드 그롭 ), 위지위그 (WYSIWYG) 사용자환경에 음성 명령이 보태지면서 코딩 비전문가들도 손쉽게 프로그램 기획과 설계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다 . 오픈소스와 깃허브 등의 코드 공유 플랫폼과 검색이 프로그래머들의 개발환경을 크게 변화시켰다면 , 노코드는 윈도처럼 코딩을 ‘만인의 도구’로 바꿀 수 있다는 기대를 낳는다 .
일반인 대상 코딩 교육을 수년간 진행해온 한 프로그래머는 “스마트폰을 쓸 때 스마트폰 제조방법을 배운 뒤 사용법을 배우는 게 아니다”며 “노코딩을 이용해 코딩 문턱을 낮추면 프로그램의 효과와 매력을 맛본 뒤 사용자가 되거나 개발자의 길을 갈 수 있다” 고 말했다 . 그는 “ 오렌지 3 라는 머신러닝 도구 교육을 해오고 있는데 기존엔 코딩과 수학의 장벽이 높아 포기하는 사람들이 적잖았다 . 노코딩 덕분에 먼저 꿈을 꾸고 난 뒤 학습에 나서는 게 가능해졌다” 고 말했다 . 또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코딩과 프로그래머의 도움없이 컴퓨터 도구를 직접 제어할 수 있게 되는 환경이 되기 때문에 과거에 생각지 못한 새로운 통찰과 혁신이 생겨날 수 있다 .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기관인 ‘ 서울 42 ’ 를 운영하는 이민석 이노베이션아카데미 학장은 노코드 개발도구가 업무환경에서 엑셀 ( 스프레드시트 ) 처럼 쓰일 수 있다고 본다 . 이 학장은 “ 엑셀 덕분에 수식과 데이터를 손쉽게 활용하게 된 것처럼 노코드는 비프로그래머도 손쉽게 데이터를 활용하고 결과를 얻을 수 있게 해주는 도구가 된다 . 머신러닝으로 인해 데이터를 실시간처리하는 영역이 늘어나고 주변 기술이 계속 발달하기 때문에 개발자의 수요는 더 늘어날 것” 이라고 말했다 .
이 학장은 각 분야 종사자와 전문가들이 코딩의 문턱을 넘어 데이터에 접근하고 활용하게 되면 , 기업들의 업무 대부분에 새로운 구조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주목했다 . 그는 “ 과거엔 누군가의 탁월한 통찰이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고위층의 판단에 의해 주요한 결정이 이뤄졌다 . 이제는 일하면서 직접 데이터를 보는 실무자들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행해 본 뒤 판단하고 제안할 수 있는 만큼 아래로부터의 혁신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 말했다 . 많은 기업들이 전직원에게 데이터 읽는 법을 가르치고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전공자를 적극적으로 뽑는 배경이다 .
‘ 코딩의 민주화’ 로 불리는 자동코딩의 등장은 코딩 교육과 업무 환경에도 영향을 끼친다 . 프로그래밍 분야에서는 구체적인 코딩 기술보다 기획과 종합적 판단 역량이 더 중요해지게 된다. 각 분야에서는 전문지식과 노하우가 있으면 코딩의 문턱을 쉽게 넘어서 다양한 시도를 직접 해 볼 수 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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