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비노조 노동자의 우선 소망이 대기업 노조 개혁일까요?

신다은 2021. 8. 2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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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 20일 노동정책 공약으로 '대기업 노조 개혁'을 내걸었다.

그는 "대기업 중심의 소수 귀족노조는 반복된 파업과 투쟁을 통해 기득권의 유지·확대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가 확대되는 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되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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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최재형 대선 예비후보의 노동공약
지난 2019년 서울대 60대 청소노동자 ㄱ씨가 폭염 속에서 휴식 중 숨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제2공학관 지하 1층 직원 휴게실의 모습. 에어컨이나 제대로 된 창문이 없어 환기가 잘 안 되며 가만히 서 있어도 숨이 막히는 공간이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 20일 노동정책 공약으로 ‘대기업 노조 개혁’을 내걸었다. 그는 “대기업 중심의 소수 귀족노조는 반복된 파업과 투쟁을 통해 기득권의 유지·확대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가 확대되는 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조의 사업장 점거 금지와 파업 시 대체노동자 투입,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개편 등으로 “노동시장의 90%에 달하는 비노조 노동자의 일자리 걱정을 줄이겠다”고 했다.

이런 주장을 접할 때면 한 가지 궁금증이 든다. 90%의 노동자가 진정 원하는 것이 대기업 노조 개혁일까? 여기서 90%란 고용노동부가 규정한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노동자 2031만명 가운데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 1777만명(87.5%)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1598만명은 100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고용노동부 전국노동조합조직현황)다. 노조가 없거나 유명무실한 중소기업 직원이 대다수인 셈이다.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법에 정해진 권리를 보장받는 것조차 쉽지 않다. 지난해 노조에 가입되지 않은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1천명을 대상으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실시한 노동실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3분의 1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임금명세서를 받지 못했고, 연차휴가는 아예 없었다. 이들은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포괄임금제 사용(23.1%)과 임금체불(18.4%), 쉬운 해고(11.9%) 등을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이런 문제들의 근본적 원인이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 때문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비노조 노동자 90%에는 무늬만 정규직이고 실제로는 파견·용역의 형태로 노동을 제공하면서 불안정한 고용과 산업현장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사실상의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많다. 용역업체 직원으로 ‘위험의 외주화’ 속에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산업재해로 숨진 고 김용균씨나 지하철 승강장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숨진 구의역 김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이들 다수는 근로기준법 등에 정해진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소박하다. 고용 불안정을 해결하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위험에 내몰리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와 대기업 노조의 힘을 약화해 이런 90% 노동자들의 ‘일자리 걱정’을 덜어줄 수 있을까. 현대차 등 일부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청년 일자리 확대와 비정규직 차별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파업 시 대체근무 투입 등으로 1% 내지 10%의 노조를 무력화한다고 해서 90%의 비노조 노동자 삶이 나아지진 않는다. 최근 청년 취업 선호 1위 기업 카카오의 임금체불과 네이버의 직장 내 괴롭힘도 두 기업 노조를 통해 알려졌다. 대기업 노동자에게도 노조가 필요한데 영세사업장 노동자는 더할 나위가 없다.

무엇보다 300인 이상 대기업의 노조 조합원 수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10%도 되지 않는다. 설사 대기업 노조의 힘이 약화되더라도 나머지 중소기업 일자리가 변하지 않으면 대다수 노동자들의 삶은 나아지기 어렵다. 이들의 일자리를 진정 걱정하는 대선주자라면 ‘기득권 노조 타파’라는 낡은 프레임 대신에 대-중소기업 격차에 따른 영세사업장의 인건비 지불 여력과 노동법 보호 사각지대를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할 때다.

신다은 기자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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