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양자컴퓨팅, 超암호시대가 열린다

2021. 8. 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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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장
김형준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장

1980년대 초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교수는 양자물리에 관한 컴퓨터 실험을 하던 중 당시 컴퓨터로는 엄청난 계산량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 후, 양자역학적 특징에 기반을 둔 양자컴퓨터를 제안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자컴퓨터가 가진 잠재력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 이후, 1994년 벨연구소 컴퓨터 과학자 피터 쇼어가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현대 공개키 암호의 근간이 되는 RSA·ECC 암호를 깰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증명하면서 양자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기 시작했다.

최근 IBM, 구글, 인텔 등 수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해 양자컴퓨터를 개발 중이다. 구글은 2019년 세계 최초로 슈퍼컴퓨터조차 풀기 어려운 문제를 자사의 54-큐비트 시커모어 양자프로세서를 이용해 해결했다. 즉, 양자컴퓨터가 기존의 슈퍼컴퓨터 성능을 능가한다는 이른바 '양자우월성'에 대한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암호를 깰 수 있을 만한 수준의 양자컴퓨터가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현대 암호를 깨기 위해서는 최소 수 천 큐비트에서 많게는 수 천만 큐비트 이상의 양자프로세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양자 컴퓨팅 기술은 현재 암호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할 수 있다. IBM이 2023년에 1000큐비트가 넘는 양자컴퓨터를 만들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하는 등 점점 대규모 양자컴퓨팅의 시대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대비하여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대규모 큐비트를 갖는 양자컴퓨터가 개발되더라도 안전할 수 있는 '양자내성암호(PQC)'에 대한 표준화를 이미 진행 중이고 우리나라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기존 암호체계를 PQC로 전환하기 위한 대책을 준비 중이다.

ETRI와 카이스트는 지난달 말 세계적 학회인 PQCrypto 2021 학술대회를 대전에서 공동 개최했다. 양자내성암호(PQC) 분야 최고 수준의 국제학술대회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미국 NIST의 더스틴 무디 박사가 현재 3라운드를 진행하고 있는 PQC 표준화에 대한 최종 마일스톤을 밝혔고 미국과 유럽 등 관련 연구자들이 모여 양자내성암호의 안전성, PQC에 대한 부채널 공격 가능성 등 최신 연구 동향에 대하여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처음으로 산업계 트랙을 도입하여 산업계 PQC 이슈를 다루었고, PQC 전환 문제가 단순히 이론에만 국한되지 않고 산업응용까지 확장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우리나라를 비롯,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산·연·관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키도 했다.

또한 ETRI가 처음으로 소개한 암호 양자안전성 분석 플랫폼인 큐크립톤(Q|Crypton)도 큰 관심을 받았다. 큐크립톤은 양자컴퓨팅 환경에서 암호의 양자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분석 플랫폼으로서 전 세계 암호 전문가들이 누구나 활용 할 수 있도록 공개하였다. 이번 행사를 통하여 PQC 분석 관련 암호 엔지니어링 기술과 PQC 전환 기술 수준이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여 절대 뒤처지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아울러 공동연구기관들과 함께 연구 중인 암호 양자분석 알고리즘의 효율적 구현 기술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할 수 있었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아니었다면 글로벌 전문가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어 IoT 등 산업분야의 PQC 전환, 암호안전성 검증기술, 암호 양자구현 기술 등 여러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협력 방안을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다라는 점에서 큰 아쉬움이 남는다.

향후 양자컴퓨터는 양자머신러닝, 신물질 개발, 생명공학의 제반 원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키 플레이어가 될 것이지만 정보보호 암호분야에서 만큼은 양자컴퓨터가 새로운 도전과 위협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암호기술이 다양한 금융·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ICT 전 분야의 필수재가 되어 있는 만큼 이번 국제학술 행사를 계기로 양자컴퓨팅 시대에서도 안전한 암호 평가 및 전환기술에 대해 관련 기관들과 함께 본격적인 연구협력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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