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우울감, 저소득층· 돌봄 못받는 학생에 더 가혹

박세미 기자 2021. 8. 2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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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에 따른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수도권 학교들이 전면 원격수업에 들어간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성동구 무학초등학교 긴급돌봄교실에서 2학년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 유행 이후 학생들이 느끼는 ‘코로나 우울’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더 가혹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교육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교육계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등교가 중지되면서 학생들 간 학력 격차가 심화됐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정신건강마저 가정 형편에 따른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특히 저소득층 학생들이 느낀 걱정, 불안감, 외로움 등 정서적 어려움은 고소득층 학생들이 느끼는 것보다 두배 가까이 큰 것으로 나타나 해결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저소득층에 더 가혹한 코로나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이 공개한 ‘코로나19 전후 학생들의 심리와 정서 변화: 서울학생들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우울’은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부모의 돌봄 상황이 열악한 학생들에게 더 심각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서울 시내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교 1~3학년, 고등학교 1~3학년 총 1만 9884명을 대상으로 지난 5~6월 코로나 전후 대인 관계 변화와 심리 정서 상태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코로나 이전보다 이후에 ‘걱정이 늘었다’고 응답한 학생은 41.5%로 나타났다. ‘불안감’이 늘었다는 학생은 36.8%, ‘울적한 마음’이 늘었다는 학생은 25.3%였다. 또 연구진이 정신건강 상태를 ‘걱정, 불안한 마음, 슬프고 울적한 마음,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생각, 죽고 싶은 생각’ 등 5가지로 분류한 뒤 학생들에게 이중 어떤 항목에서 어려움을 겪었는지 물었더니 학생들은 평균 1.27개 항목에서 ‘전보다 늘었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이런 정신적 어려움이 학생의 가정 형편에 따라 격차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본인의 가정 형편이 ‘하’에 해당한다고 응답한 학생은 5개 정신건강 지표 중 평균 2.06개 항목에서 ‘전보다 어려움이 늘었다’고 답한 반면, 가정형편이 ‘중’인 학생은 1.28개, ‘상’인 학생은 1.12개 항목에서 ‘늘었다’고 응답했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잘 사는 학생보다 2배 이상 정신건강의 어려움이 커졌다고 응답한 것이다. 특히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 8명 중 1명(12.6%)은 5개 정신건강 지표 모두가 ‘코로나 전보다 이후 더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반면 가정 형편이 좋은 학생들은 4%만 이렇게 응답했다.

이밖에도 스트레스, 자아존중감, 주관적 행복감, 성취동기,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 지표에서도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형편이 좋은 학생들보다 코로나 이전보다 이후에 많게는 4배 이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이후 부모 등 보호자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의 정신건강도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있었다. 코로나 이전보다 이후 잠자는 시간이 줄어들거나 불규칙한 식사를 하는 학생,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나 혼자 있는 시간, 게임·온라인 활동이 코로나 전보다 후에 늘어난 집단의 스트레스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형편 따라 사교육비 격차도 벌어져

그동안 교육계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등교 중단으로 고소득층은 자녀들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반면, 그렇지 못한 가정의 자녀들은 사실상 방치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로 인한 사교육 격차도 커진 상태다. 올해 3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교육을 받는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4000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특히 월평균 소득이 800만 원 이상인 가정의 학생과 200만 원 미만 가정의 사교육 이용률은 각각 80.1%와 39.9%로 전년도보다 격차가 1.9%포인트 늘어났다. 또 성적 상위 10% 이내 고교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48만5000원, 하위 20% 이내 학생은 27만 원으로 나타나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났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코로나 우울마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더 큰 피해를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지난 5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아동행복지수’ 조사 결과에서도 코로나 발생 전인 2018년에 비해 2021년 아이들의 ‘우울·불안’과 ‘공격성’ 수치가 상승하고,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도 1.4%에서 4.4%로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또 부모 등 보호자가 폭력을 쓰거나 폭언을 하는 경우도 2018년보다 늘고 보호자가 식사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아이들도 22.7%로 2018년 대비 약 6%p 증가해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저소득층 아이들의 피해가 막심하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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