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첫 주중국 대사에 번스 전 차관 지명..정통파 외교관으로 갈등보단 소통 집중 전망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2021. 8. 2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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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주중 대사로 지명된 니컬러스 번스 전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7개월만에 정통 외교관 출신의 니컬러스 번스 전 국무부 정무차관을 주중국 대사로 지명했다. 중국이 ‘늑대전사’ 외교의 선두에 섰던 강경파 친강(秦剛)을 주미 중국대사로 부임시킨데 이어 미국은 정통파 외교관 출신을 중국 최전방에 배치하기로 한 것이다. 주일본 대사에는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을 발탁했다. 번스 전 차관 지명은 미·중 관계에 긍정적 신호지만 역할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백악관은 20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번스 전 차관을 중국 주재 대사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번스 전 차관은 30년 이상 국무부에서 근무한 전직 외교관료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5년간 근무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그리스 대사를 지내고 2005년부터 3년간 국무부 정무차관을 맡았다.

번스 전 차관은 정무차관 시절 아프가니스탄과 유엔의 대이란 제재, 북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국 정책 등 다양한 이슈를 두고 중국 정부와 협상을 한 경험이 있다. 그는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하고 아랍어와 그리스어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는 그의 능통한 외국어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주중 미국 대사에 전직 정치인이 임명됐던 데 반해 바이든 정부 첫 주중 대사로 정통 외교관 출신인 번즈 전 차관이 낙점된 것은 미·중 갈등 속에서 주중 대사 역할의 변화를 예고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갈등을 증폭시킬 공격형 인물 보다는 양국 사이 소통을 강화할 수 있는 외교 관료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렸던 이매뉴얼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시카고에서 시장을 지냈다. 바이든 정부에서 교통장관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민주당 정치인이다.

중국 매체와 전문가들은 번스 차관의 주중 대사 내정에 일단 우호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뤼샹(呂祥)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미국이 경험 많은 외교관을 주요 강대국 대사로 임명한 것은 드문 선택”이라며 “번즈 전 차관은 중국 관련 업무를 담당한 적은 없지만 정무차관을 지내 중국 문제에 매우 익숙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에 대한 그의 의견은 트럼프 전 정부의 외교관들만큼 극단적이고 경직돼 있지 않으며 상대적으로 균형이 잡혀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매체 펑파이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번스 전 차관이 향후 미·중 갈등을 온건하게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댜오다밍 인민대 교수는 이 매체에 “중·미 관계는 꼬여있는 의제가 많은 데 각종 현안에 있어 직업 외교관은 정치인과 달리 리스크를 초래하지 않고 온건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번즈 전 차관 지명이 모두에게 환영 받을만한 선택이라는 평가를 전했다. 제프리 문 전 중국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는 “그의 지명은 예측할 수 없는 미·중 관계에서 가장 예측 가능한 진전이며 탁월한 선택”이라면서 “중국 정부에도 미국이 긍정적으로 관여하길 원한다는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미·중 갈등이 증폭된 상황에서 신임 대사의 역할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 교수는 “번스 전 차관이 널리 존경받는 직업 외교관이었지만 중·미 관계 악화로 큰 제약을 받게 될 것”이라며 “국제환경이 너무 변했기 때문에 양국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중 전문가인 위완리(余萬里)도 “현재 양국 관계는 정치에 납치당했고 대사들은 전통적으로 메신저 역할을 한다”면서 “번스 전 차관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며, 그것은 그가 대통령과 얼마나 가까우냐에 달려있다”고 전망했다. 뤼샹 연구원은 “현재 중·미 관계는 복잡하고 까다로우며 골치아픈 상황에 있다”며 “의사 결정권자가 아닌 정책 시행자로서 주중 미국 대사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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