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사' 신인류였는데..느닷없이 설움 받는 40대 쏠 준비 돼 있다[방영덕의 디테일]

방영덕 2021. 8. 21. 18: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30과 5060에 낀 40대들
70년대생 'X세대'로
기존 중년과는 달라
자신 가꾸고 젊게 살려는
'영포티' 주목

# 중소기업 팀장이자 7살짜리 자녀를 둔 한 아빠가 최근 다녀온 수영장 후기를 들려줬습니다. "아이와 슬라이드를 타려는데 '50세 이상 노약자는 탑승 제한'이란 안내문에 쇼크 좀 먹었지. 아이가 '아빠, 얼마 안 남았네' 그러더라고. 벌써 노약자 되는 거야?" 그의 나이 47세. 결혼을 늦게 해 어린 자녀와 한창 뛰어놀 때지만 주변 시선은 그렇지 않아 서글픕니다.

# 40대 중반 대기업 부장이자 워킹맘인 김씨도 하소연합니다. "요즘 너무 치여요. 회사에서도 회사 밖에서도. 백신 예약도 겨우 했잖아요. '광클' 능한 20대랑 경쟁해서(웃음). 시장에서 돈은 제일 많이 쓰는 것 같은데 MZ세대며 실버세대 그사이에 끼어 있는 느낌이랄까…."

흔히 40대를 '낀 세대'라 말합니다. 2030세대와 5060세대에 끼여 투명인간 취급을 받곤 하죠. 회사나 가정에서 무슨 말을 할라치면 의도치 않게 "라떼는 말이야"로 흘러가 차라리 입을 다물곤 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비시장에서도 40대는 그리 주목받는 층이 아닙니다. 생산의 역군에 속해 간과할 때가 많습니다. 요즘 시장에선 2030세대가 MZ세대라고 해 아주 핫하죠. 이들은 코로나19 보복소비의 일환으로 명품 소비를 즐기는 큰손으로 떠올랐고요. 해외로 신혼여행을 못 가자 그 비용으로 더 비싼 혼수를 장만하고, 새 아파트도 취향껏 인테리어를 새로 꾸며 들어갑니다. 소비에 거침이 없으니 유통, 패션, 가구 등 어느 업체들이고 서로 모셔 가려고 혈안입니다.

5060세대는 또 어떻습니까. 베이비부머 혹은 86세대라고 하는 이들은 시간·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습니다. 백화점, 호텔 VIP 고객 등으로 예나 지금이나 소비시장에서 중요한 축입니다. 40대는 이대로 소외받는 것일까요.

사실 1970년대생인 40대는 'X세대'로 불렸던 신인류, 신세대였습니다. 1990년대 초반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를 따라 불렀고, '난 달라요'를 외쳤습니다. 드라마 '응답하라1994'에서 봤듯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유일한 인류죠. 전에 없던 패션과 사고방식은 기성세대를 긴장하도록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당시 인기였던 파격적인 배꼽티(크롭티)나 '센 언니 화장법' 등이 돌고 돌아 요즘 다시 유행을 하는 모습인데요. 그러고 보니 X세대는 요즘 젊은이들이 즐겨 가는 스타벅스를 1호점부터 드나들었네요. 이들이 10대일 때 처음 생긴 올리브영은 여전히 건재해 40대가 되어도 그곳을 들른다는 이가 많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뿐입니까. 자신을 꾸미는 데 적극적이어서 패션, 미용 등의 분야에 적극 지출합니다. 고가의 장비도 척척 사는 취미 덕후들 역시 많습니다. 가족들과의 외식, 여행을 곧잘 하며 카드를 긁습니다. 가심비, 소확행 둘 다의 소비 패턴을 보여주는 40대입니다.

그런데 이쯤 되니 돈은 돈대로 쓰는데, 소비시장에서 푸대접받고 있다는 느낌, 40대로서 드실 법합니다. 사실입니다. 많은 기업 입장에서 40대는 경제적 안정감을 바탕으로 얼마든지 스스로 소비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트렌드와 상관없이 소비하는 일종의 '잡아 놓은 물고기'인 셈이죠.

하지만 요즘 40대들은 기존 중년과 분명 다릅니다. 자기 자신을 꾸며 보다 젊게 살려고 하는 40대, 이른바 '영포티(young forty)'가 등장하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영포티는 이전 중년들과 달리 결혼이나 출산에 관해 큰 부담을 느끼지 않습니다. 대신 자기 자신을 위한 투자에 아낌이 없죠.

일례로 3~4년 전부터 40대 중년 남성을 위한 '칼정장' 스테레오타입은 무너졌습니다. 대신 '꽃중년'을 위해 색깔, 디자인, 재질까지 보다 다양한 종류의 양복 라인을 내놓자 고가에도 잘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최근엔 40대 남성 고객들이 명품계의 큰손으로 떠올랐죠. 백화점에서는 당장 매출 안 나오는 여성복 매장 대신 남성복 매장을 들여놓기 시작했고요. 남성용 명품 상품을 보다 다양하게 라인업해 판매 중입니다.

40대에도 비키니를 입고 자기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 '젊줌마'들이 많습니다. 이들을 잡기 위해 화장품은 물론, 식음료, 건강기능식품 등의 업계에서도 분주합니다. 금융사들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투자하는 영포티를 주목해 관리에 나섰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40대 고객들은 더 이상 잡아 놓은 물고기가 아닙니다. 특히 1990년대 X세대로서 소비하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 영포티를 잡으려면 기존 중년과는 달라도 전혀 다른 마케팅 방식이 필요합니다. 여전히 소비시장에서는 40대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의 반 타의 반 억눌려 있는 이들의 소비심리를 터치해 주는 일이 필요합니다. 쓸 준비는 돼 있습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