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결사곡2' 이민영 "연기하면서 처음으로 머리채 잡혀봤죠"
"성훈 최고 파트너, 햄버거 먹으며 대본 연습"

배우 이민영(45)이 마흔 중반의 나이에 ‘멜로퀸’으로 또 한 번 전성기를 맞았다. 최근 화제 속에 종영한 TV조선 토일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2’를 통해 배우인생 2막을 활짝 열어제쳤다.
임성한 작가의 6년 만 컴백작으로 관심을 모은 ‘결혼작사 이혼작곡2’(이하 ‘결사곡2’)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던 부혜령, 라디오PD 사피영, 맏언니 라디오작가 이시은에게 예기치 못한 불행이 닥쳐오고, 그녀들이 지켜온 사랑과 가족과 행복이 신기루처럼 한순간에 사라질 위기에 직면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이민영은 극중 부혜령(이가령 분)의 남편 판사현(성훈 분)과 불륜을 저지른 ‘송원’ 역을 흡입력 있게 소화했다. 특유의 우아한 분위기와 여전한 미모로 탄탄한 연기 내공을 새삼 보여줬다.
송원은 판사현에게 부혜령과의 부부관계를 상담해주다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었다. 시즌1에서는 판사현을 가정으로 돌려보내려 애썼지만, 시즌2에서는 임신을 하고 유부남과의 사랑을 택한다.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이민영은 “불륜은 상황을 떠나 지탄받는 일이지만 최대한 송원을 이해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민이 많았던 작품이다. 대본이 주는 깊이가 워낙 깊어서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그런 고민들을 했다”며 “이번처럼 대본을 분석하고 공부했던 적이 없었다. 내가 송원이 되어야만 했다”고 돌아봤다. 다음은 이민영과의 일문일답.
Q. 시즌2까지 드라마를 끝낸 소감은
시원함보다는 섭섭함이 더 크다. 최고 시청률을 찍을 때마다 매번 놀라고 감사했다. ‘결사곡2’를 사랑해주신 분들에게 가장 큰 감사를 드린다.
Q. 불륜녀 역할이었는데
불륜녀임에도 시즌1에서는 특이하게 응원받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시즌2에선 갑론을박 할 수밖에 없는 인물로 그려졌다. 예상했던 반응이다. 이혼의 아픔을 한 번 겪었기에 모든 관계에서 조심스러웠던 인물이다. 시즌1에서는 사랑에 빠지기보다는 가정으로 돌려보내려고 했다. 그래서 응원을 많이 받았지만 시즌2에서는 판사현과 사랑을 선택한다. 불륜이라는 역할은 진정한 사랑의 여부를 떠나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는, 환영 받을 수 없는 역할이라 생각한다. 나라면 송원처럼 헬스장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조차 못해볼 것 같지만 내가 연기하는 송원을 이해하고, 최대한 송원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Q. 송원을 표현하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저는 송원을 생각할 때마다 울컥한 마음이 든다. 부모님도 없고, 하나뿐인 혈육인 오빠는 제주도에 있다. 송원의 평생 소원이 아이를 가지는 거였는데 그 하나 욕심을 부린 게 유부남을 만난 거다. 하늘도 무심했다. 송원이라는 캐릭터가 있다면 좋은 부모님, 남편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사셨으면 좋겠다. 송원은 판사현에게 카운슬링 했던 것처럼 평정심을 유지하며 생활했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건 송원의 주된 자아고 생각한다. 대본에 작가님께서 표현해주신대로 표현을 하기만 하면 된 것 같다.

신기하게도 호평을 받는 불륜녀이기도 했다. 인터넷상에서 송파, 부파라는 단어들이 생길 정도였다. 시청자분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통쾌함을 느끼고 다양한 감정을 유발했다. 얌전한 척하면서 남의 가정을 파탄냈다는 반응들이 기억에 남는다.
Q. 임성한 작가로부터 디렉팅을 따로 받은 게 있나
대본을 무조건 많이 읽었다. 여러 번 읽으면서 작가님께서 그리고 싶어한 방향을 최대한 내가 맞춰서 연기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Q. 임산부 역할 어땠나
중기 후기까지 배의 크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태프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사실 많이 더웠다. 배를 넣고 연기한다는 게 날씨가 더워지면서 힘들었던 것 같다. 만삭 연기는 처음이라 재미있게 촬영했다.
Q. 상대 역 성훈과 호흡은?
선후배를 떠나 배우 대 배우로 호흡이 좋았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게 대단하다. 같이 연기하면서 편안했고, 감정을 나누는 장면이 많아서 연습을 많이 했다. 촬영이 없을 때도 따로 시간을 내서 연습했다. 좋은 파트너였다. 성훈 소속사와 저희 집이 3분 거리인데 직접 운전해 나를 픽업해 소속사 사무실로 가서 맞춰보고 그랬다. 햄버거 먹어가면서. 고맙고 더 없이 좋은 파트너였다. 본인이 ‘이런 상대 배우가 어딨냐’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는데 이 자리를 빌어 진짜 고마웠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Q. 연기하면서도 이건 아닌데 했던 장면은 없나
상상이었지만 판사현(성훈) 뺨을 부혜령이 때리고 송원이 따지는데, 불륜을 저지른 입장에서 부혜령에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생각한다. 시청자 입장에서 보니 송원도 정말 뻔뻔하다 싶었다. 시부모님에게 세배하고 세뱃돈 받는 장면도 파격이었다. 우리 형부도 아무리 처제지만 얄밉다고 쉴드 쳐줄 수 없다고 하더라.(웃음)
Q. 부혜령과 대면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연기하면서 처음으로 머리채를 잡혀봤다.(웃음) 가령 씨가 마음이 여리고 착해서 걱정을 많이 하는 게 보이더라. 그래서 쌓여왔던 감정을 터트리라고 이야기했다. (이가령이) 정말 연습을 많이 해와서 NG 없이 그 장면을 빨리 찍을 수 있었다. 부혜령을 볼 때 마다 미안했다.
Q.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면
고민이 많았던 작품이다. 연기하는 자체가 힘들었다기 보다 작가님의 대본이 주는 깊이가 워낙 깊어서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이었다. 이번처럼 대본 분석하고 공부했던 때가 없었던 것 같다. 작가님 의도가 잘 살 수 있도록 송원을 이해하고, 내가 송원이 되도록 노력했다.

아미(송지인)는 당당하고 뻔뻔하리 만큼 다가서는 입장이었다. 반면, 송원은 착한 사람이지만 임신을 하면서 확실히 뿌리치지 못했다. 판사현(성훈)에겐 송원이 따뜻하고 고민도 받아준 여자였지만 아내인 부혜령(이가령)에겐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그런 면에선 송원을 착한 사람이라고는 못하겠고, 유독 갑론을박이 많았던 게 아닌가 싶다. 송원을 놓을 수 없었던 게,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그런 입장의 불륜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Q. 불륜녀라 출연을 망설이진 않았나
불륜녀를 연기한다는 데 있어서 망설임은 없었다. 작가님이 다른 불륜녀와 다른 모습으로 송원을 그려주셔서 내겐 좋은 경험이었다. 시즌1에선 불륜녀임에도 사랑을 받을 줄 몰랐어서 놀라고 감사했다. 임성한 작가님 작품이라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시즌2에서 나온 반응들은 예상했던 거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Q. 이민영 배우가 느낀 임성한 작가는…
이 드라마를 통해 처음 봤는데, 따뜻한 작가님이라는 걸 느꼈다. 이런 작가님이 계셨나 할 정도로 배우들과 소통을 중요시 하고 사람에 대해 굉장히 깊은 통찰력을 갖고 계신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대본의 깊이가 남달랐던 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나눴던 얘기 중에 작가님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인간성, 인성이라더라. 인성의 중요성을 강조해주셔서 작품에서도 인성에 대한 깊이가 많이 표현되는 것 같았다. 결국 사람의 인간성, 인성, 사랑인 것 같았다. 실제로도 대본을 곱씹고 읽으면서 인성에 대한 고찰을 많이 했다.
Q. 이번 작품을 하면서 결혼이나 연애관이 달라지진 않았나
내 사람이 가장 소중한 사람임을 깨닫고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남편이나 연인이 바람을 피운다면 다시는 안 볼 것 같다. 상대에 대한 예의고 의리다. 서로 실수하고 싸울 수는 있지만 최소한의 의리를 저버리는 것은 모든 신뢰가 깨지는 것이다. 저는 다시 안 볼 것 같고 만남의 의미가 없을 것 같다.
Q. 데뷔 27년차다. ‘결사곡’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제 인생 2막의 시작을 알려주는 작품이 된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저도 많이 성장하고 배웠다.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걸, 연륜이 많다고 해서 잘 하는 건 아니라고 느꼈다. 어떤 분야든 공부와 연구는 쉼 없이 해야 된다는 걸 배웠다. 어렸을 땐 무조건 잘하고 싶은 마음에 조급함이 앞섰다면 이제는 여유로운 마음이 생겼다. 제가 살아있다고 느끼는 일이 연기다. 작품을 하지 않을 때는 슬럼프도 온다. 작품 할 때 슬럼프를 극복하는데 그럴 때마다 배우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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