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쿠팡 화재 때.. 이재명, 황교익과 '떡볶이 먹방'

김동하 기자 2021. 8. 19.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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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된 황교익(왼쪽)씨가 지난 6월 17일 이재명 경기지사와 촬영한 '떡볶이 먹방'. /유튜브 캡처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6월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대형 화재 때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된 황교익씨의 먹방 유튜브를 녹화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사가 황씨와 먹방을 찍던 당일은 종일 화재가 진압되지 않은 데다 진화 작업에 나섰던 50대 소방 구조대장이 실종됐던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도정 총괄 책임자인 이 지사 행보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여야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이 지사가 생사 불명 소방관보다 황교익TV 녹화가 중요했던 것이냐”며 사고 당일 행적 공개를 요구했다. 이 지사 측은 “화재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으며 관련 지시를 했다”며 “녹화 이후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곧바로 현장으로 이동했다”고 해명했다.

19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이 지사는 지난 6월 17일 1박 2일 일정으로 경남을 방문해 당일 오전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상생협약식 등을 진행했다. 문제가 된 황씨의 유튜브 채널 녹화는 이날 오후 6시쯤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황씨는 이 지사와 찍은 이 영상을 지난달 11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쳐 공개했다. 황씨는 영상에서 “이번에 제 고향 마산에 이 지사님이 찾아왔다”며 “어릴 적 추억이 깃든 음식을 소개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황씨와 이 지사가 마산의 창동 일대를 걷는 영상에는 한 가게 입구 일력(日曆) 날짜가 ‘17일’로 돼 있다. 주변이 어둑해지고 있었고, 한 가게가 셔터를 내리는 장면에선 영상 자막으로 ‘퇴근’이라고 나왔다. 그 시각엔 이천 물류센터 화재 진압이 한창이었다. 당일 오전 5시 35분쯤 발생한 불로 센터에 근무하던 240여 명이 긴급 대피했고 도소방재난본부는 장비 96대와 인력 245명을 동원해 진압에 나섰다.

특히 화재 진압에 투입된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이 낮 12시 6분쯤 동료 소방관들과 물류센터 지하 2층에 진입했다가 실종돼 생사를 알지 못했다. 소방 당국은 김 대장의 실종 사실을 인지한 직후 경기도에 상황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장은 지하 2층 불구덩이 속에서 대원 4명 퇴각을 마지막까지 챙겨 내보냈다가 돌아오지 못했고, 실종 48시간여 만인 19일에야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지사는 6월 17일 밤이 돼서야 다음 날 일정을 취소하고 경기도로 복귀를 결정했다. 황씨와의 유튜브 촬영이 끝난 시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지사는 18일 새벽 1시 30분쯤 이천 현장에 도착해 진압 상황을 보고받은 뒤 현장을 살폈다. 화재 발생 약 20시간 만이었다.

이 지사 측 김남준 대변인은 본지 통화에서 “당일 오전엔 초기 진압이 어느 정도 완료된 것으로 보고받아서 오후 황씨와의 예정된 녹화 일정을 진행한 것”이라며 “이후 이 지사가 직접 현장에서 화재 진압 지휘를 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해 다음 날 일정을 취소하고 바로 현장으로 이동했다”고 해명했다. 화재 상황도 실시간으로 보고받으며 관련 지시를 했다는 것이 이 지사 측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측 배재정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만에 하나, 사실이라면 이는 경기도 재난재해 총책임자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보”라며 “이 지사가 당일 행보에 대해 성실하게 소명하라”고 했다.

야당 대선 주자들도 이 지사를 비판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캠프 이기인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지사는 사고 당일의 행적을 즉각 공개하라”며 “만약 고립된 소방관의 사투 소식을 알고도 방송 출연을 하고 있었다면 경기도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질 도지사의 책무를 버린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원희룡 전 지사는 페이스북에서 “이 지사에게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이번 사태에 대해 진솔히 사과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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