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세상 꿈꾸는 신유빈 "승부는 독하게, 기부는 통크게"

무주 | 황민국 기자 2021. 8. 1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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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신유빈이 19일 전북 무주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파이널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태극마크를 따낸 뒤 기뻐하고 있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2020 도쿄올림픽이 환하게 빛난 ‘탁구 샛별’ 신유빈(17·대한항공)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찾는 일이 부쩍 늘었다. 올림픽 전후로 달라진 자신의 인기를 확인하는 한편 ‘기부’의 기쁨도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귀국길에 개설된 유튜브 개정 ‘삐약유빈’은 벌써 구독자 6만명을 넘겼다. 조회수 10만을 넘긴 영상도 4개에 달해 월 수입만 수백만원이 예상된다.

19일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파이널스 국가대표 선발전이 막을 내린 전북 무주에서 만난 신유빈은 “사실은 제가 아니라 팬카페에서 만든 계정인데, 수익금 모두를 기부하기로 약속했다”며 “별 대단한 내용이 없는데도 팬들이 사랑해주시니, 그 사랑을 그대로 좋은 곳에 쓰고 싶다”고 말했다.

신유빈은 이미 기부에 익숙하다. 지난해 3월 고교 진학 대신 실업팀 대한항공에 입단하면서 첫 월급을 기부하려고 했던 자신과의 약속부터 지켰다. 수원이 고향인 그는 해당 지역 보육원 아이들에게 600만원 상당의 운동화를 직접 구입해 선물했다. 또 어린 시절 자신을 후원했던 한국초등탁구연맹에도 같은 금액의 탁구용품을 기부했다.

삐약유빈 유튜브 캡처


신유빈은 “제가 받은 월급을 드리는 것도 의미 있지만, 신발을 하나 하나 골라 아이들의 발 크기까지 확인하고 선물했다”라고 처음 기부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팬들이 유튜브 수익으로 기부하면 어떻겠냐는 말씀을 하셨을 때도 ‘오, 좋다’고 바로 수락했다. 앞으로는 더 열심히 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탁구선수로이제 막 뻗어나가기 시작한 신유빈이 기부에 힘쓰는 것은 아버지(신수현 수원시탁구협회 전무)와 선행으로 유명한 방탄소년단(BTS) 영향 때문이기도 하다. 신 전무는 “유빈이가 어릴 때부터 돈 많이 벌어 기부하면서 살자는 얘기를 해왔다”고 귀띔했다. 신유빈은 BTS의 팬이기도 하다.

이른 나이에 나누는 세상을 꿈꾸는 신유빈이 승부의 세계에선 냉철함을 잃지 않는 것은 흥미로운 반전이다. 올림픽 전후로 실력이 급상승했다는 평가를 받는 신유빈은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7전 전승으로 당당히 태극마크를 사수했다. 임용수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은 “자신감도 붙었고, 기술도 성장했다”고 칭찬했다. 신유빈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모두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냥 좀 더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 올림픽에서 여유가 없으면 진다는 걸 깨달은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신유빈은 부상이라는 달갑지 않은 훈장과 동행하고 있다. 어깨와 무릎 염증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데다 손목과 발목, 허리 통증도 끊이지 않는다. 태극마크를 따낸 뒤 소원이라면 며칠 정도 푹 쉬는 것일 정도다. 신유빈은 “좋아하는 BTS 노래도 들을 힘이 없다”며 웃어보였다.

그렇다고 머뭇거릴 시간이 많지는 않다. 신유빈은 11월 23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리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다시 한 번 세계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다. 개인전으로 구성된 이번 대회는 남·녀 단식과 복식, 혼합복식이 열린다. 국내에선 이제 최고 수준에 다다른 그가 올림픽에서보다 한층 성장한 기량을 뽐낼지 관심사다.

“운동 선수라면 우선은 성적이 좋아야 하는 게 당연한 것 같아요. 이번 대회에선 메달을 따고 싶어요. 인성도 좋고 실력도 좋다는 소리를 듣는 게 꿈이에요.”

신유빈은 더 높고 넓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무주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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