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번아웃 보건노조 총파업 예고..인력충원 합리적 해법 모색하길

연합뉴스 2021. 8. 1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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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방역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예고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18일 전국 지부별로 기자회견을 갖고 공공의료·의료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 등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음달 2일 총파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의료노조 산하지부들은 지난 17일 중앙노동위원회와 각 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노조는 지난 5월부터 이어온 대정부 교섭과 산별중앙교섭, 현장 교섭 등이 타결되지 않았다며 이달 26일까지 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노동쟁의조정 신청대상인 의료기관 134곳에는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 서남병원, 고대의료원, 이화의료원, 부산대병원 등 코로나19와의 기나긴 싸움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핵심 병원들이 포함됐다. 간호사와 요양보조사 등 의료인력 8만여명이 가입한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중 60%는 간호사라고 한다.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이 지속하면서 많은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 가운데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이 현실화한다면 방역망 붕괴로 인한 혼란과 국민에게 돌아올 피해가 얼마나 심각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지금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은 보건의료 인력이다. 그런데도 이들이 총파업까지 하겠다는 것은 보건의료 인력 확충과 처우개선 등이 이뤄지지 않은 채 지금 같은 상태로 코로나19와의 싸움이 계속된다면 더는 이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것이어서 가슴 아프다. 노조는 ▲ 감염병전문병원 설립과 코로나19 치료병원 인력기준 마련, 생명안전수당 제도화 ▲ 전국 70개 중진료권마다 1개씩 공공의료 확충 ▲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교대근무제 시행을 비롯한 8가지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의 전날 대전지역 기자회견에서 한 간호사는 "두려움을 시작으로 1년 6개월을 보냈지만, 스트레스와 환자 폭언으로 인한 감정노동은 익숙해지지 않는다"며 "자존감이 떨어져 숙소에 돌아가 혼자 눈물을 흘리고 잠이 들 때도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무더위 속 습진과 땀띠를 견디며 방호복을 입고 근무하는 와중에 우울감을 견디지 못하고 의료현장을 떠나는 동료를 볼 때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처지가 서글프다고도 했다. 조혜숙 보건의료노조 대전충남지역본부장은 "지금 우리에게는 박수받는 영웅보다 함께 어깨를 기대고 일할 단 한 명의 동료가 절실하다"며 "더 버티지 못해 탈진하고 지쳐 사직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인력확충과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이 장기화하면서 방역의 최전선에 있는 보건의료인력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신체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이들의 건강 상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전남도에 따르면 22개 보건소 현장대응팀 3천9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코로나19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한 결과 조사에 응한 1천659명 중 고위험군이 3.8%, 위험군은 66.3%에 달하는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9일 0시를 기준으로 2천152명을 기록하면서 8일 만에 또다시 2천명을 넘어섰다. 델타형 변이가 확산하는 가운데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는 하루 확진자 수가 3천명에 달할 수도 있다는 전문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대유행이 하루빨리 진정되기를 바라는 희망과는 정반대로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보건의료 인력의 총파업이 이뤄진다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암울할 것이다. 정부는 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하자 공공의료 확충 방안으로 코로나 대응 인력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 대유행으로 간호사나 보건의료인력이 굉장히 필요한 상태라는 걸 정부는 알고 있다"며 "다른 일반 진료와 상황이 다른 만큼 코로나 진료 인력 기준을 마련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환자 치료나 의료기관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파업이 진행되지 않게끔 노조와 최선을 다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 같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보건의료 인력의 총파업은 국민의 건강은 물론 생명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정부는 총파업이라는 극단적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합당한 인력충원 계획 등 대응책을 신속히 마련해 노조와의 협의를 서둘러 합리적인 절충점을 찾길 바란다. 노조도 힘든 상황에서도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진의 사명을 다시 한번 새기며 협의에 임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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