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도 못챙긴 최태호 아프간대사 "공항에 총성 난무, 전쟁터였다"

이용수 기자 2021. 8. 18.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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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 주아프가니스탄대사가 18일 카타르 도하에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서울에 있는 취재진에게 대사관 철수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7일 탈레반이 장악한 카불을 빠져나온 최태호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가 현재 머물고 있는 카타르에서 18일 화상 간담회를 갖고 탈출 작전 개시에서 완료까지 2박 3일간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평상복 차림으로 간담회에 참석한 최 대사는 “(항공기에) 실을 수 있는 가방 크기가 30X30X20㎝로 제한돼 양복을 못 챙겼다”고 했다.

최 대사는 “(카불 대사관에서) 정의용 외교장관과 화상회의를 하던 지난 15일 오전 11시 반쯤 경비 업체로부터 ‘탈레반 부대가 20분 거리까지 진입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우방국 대사 3~4명에게 급히 전화를 돌려보니 일부는 전화를 안 받았고, 일부는 ‘정말 급박하다. 당장 떠나야 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중요·기밀문서를 파기하고 5분 거리의 우방국 대사관에 도착하니 다른 국가 대사관 직원들도 속속 집결하는 상황이었다. 최 대사 일행은 우방국이 제공한 헬기로 갈아타고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피란민 행렬로 육로 이동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군 공항은 아직 통제가 되고 있었지만 민간 공항은 카불을 탈출하려는 현지인들이 밀려들어 막무가내로 항공기에 매달리는 등 아수라장이었다. 총성이 끊이지 않았고, 상황 경계를 위해 헬리콥터가 공항 상공을 맴돌았다. 최 대사는 “전쟁 상황이었다”고 했다.

직원 대부분은 이날 카타르로 빠져나갔고, 최 대사를 포함한 공관원 3명은 일단 잔류를 택했다. 철수를 거부하는 최후의 교민 A씨를 설득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상황은 더 악화됐다. 16일 오전부터는 아프가니스탄 군중이 군 활주로까지 밀고 들어와 공항 기능이 마비됐다. 어렵사리 철수를 결심한 A씨의 탑승 절차는 원래 오후 3시(현지시각)였지만 항공편이 줄줄이 취소돼 터미널에서 무한정 대기하는 상황이 됐다.

사태가 수습된 건 17일 새벽 1시쯤이었다. 최 대사 등 잔류 공관원 3명과 A씨는 우방국이 운용하는 군 수송기에 탑승했다. 승객 절대 다수가 미국인이었던 수송기는 오전 3시쯤 카불 공항을 이륙했다. 탈출 작전 개시 39시간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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