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에도 쉽지 않았던 '복비 인하', 눈여겨 봐야 할 세 가지
집값이 급등하면서 소비자가 중개인에게 지불하는 이른바 ‘복비’, 즉 중개 수수료 부담도 커진 가운데, 정부가 추진하는 중개 수수료 개편안이 부동산 시장에 조속히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개편안이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를 내려면 여러 개의 벽을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2월 초 국민권익위원회의 개선 제안 이후 6개월 넘게 끌어온 부동산 중개 수수료 개편안을 지난 16일 공개했다. 17일에는 관계 기관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온라인 토론회를 개최했다.
현재 개편안 중 채택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은 2안이다. 매매 거래 때 최고 수수료율을 현행 0.9%에서 0.7%로 낮추고, 최고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집값 구간을 9억원 이상에서 12억~15억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경우 중개 수수료가 지금은 최고 900만원이지만, 이 개편안이 적용되면 최고 400만~500만원으로 내릴 전망이다. 최종 개편안은 8월 중 확정될 예정이다.

① 서울시의회 이번엔 넘어갈까
중개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칼을 빼든 건 정부지만, 실질적인 열쇠는 지방자치단체가 쥐고 있다. 각 지자체 의회의 부동산 중개보수 관련 조례 개정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의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 매매가 구간은 6억~12억원 아파트다. 수도권에 가장 많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7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10억2500만원, 경기도 아파트 중위 가격은 5억3874만원이다. 거래되는 서울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최고 중개 수수료율 적용 대상인 셈.
8월 최종안이 확정되고 서울시의회가 신속하게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면 이르면 가을 이사철부터는 중개 수수료 인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벽을 넘지 못할 경우 시행이 늦어질 수 있다.
지난 2014년 11월 정부가 매매가 6억~9억원, 전세가 3억~6억원 미만의 주택에 대해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절반으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권고안을 내놨을 때도 전국에서 새 수수료안 적용이 가장 지연됐던 곳이 서울이었다.
2015년 3월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는 중개 수수료 조례 개정안 통과를 보류시켰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서울시 의원 11명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토 시간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였다. 이후 ‘의회가 이익단체의 압력만 의식하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나서야, 개정안을 통과시켜 그해 4월 16일부터 시행하게 됐다.
② 수수료 경감 소비자 체감할까… ‘저가 구간’ 불만은
가장 중요한 대목은 ‘부동산 불만’이 고조돼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수수료 부담 경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지 여부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중개수수료 불만’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중개 수수료율이 낮아지는 구간이 한정돼있다. 소비자가 내는 수수료 비용이 절반 아래로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단지 상한선을 내린 것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상한선 아래에서 수수료를 두고 중개사와 눈치 싸움을 하며 협상해야 한다.
이번 개편안에 따르면 지금까지 9억원 이상에 대해 일률적으로 최고 0.9%의 수수료율을 적용해온 것을 앞으로 9억~12억원은 최고 0.5%, 12억~15억원은 0.6%, 15억원 이상은 0.7%로 나눠 매기게 된다. 2억~6억원 구간 매매 거래는 1~3 개편안 모두 지금처럼 0.4%의 요율을 유지한다. 2억원 미만 주택 중개 수수료도 그대로다.
8억원짜리 주택을 매매할 때 부담하는 중개 수수료로 최고액은 400만원에서 320만원이 되고, 10억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할 때 내는 수수료는 기존 최고 900만원에서 500만원이 되는 식이다. 2억원에 매매하면 기존 수수료 상한인 최고 80만원이 유지된다.
개편안을 두고 시장에서는 이미 불만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반적인 중개 서비스에 비해 부담해야 하는 복비가 여전히 과도하다는 시각과 함께 저가 구간에 대해서도 중개보수율을 인하해 서민층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울산 남구에 살고 있는 직장인 서 모(35)씨는 “이번 개편안은 사실상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만 체감할 수 있는 안”이라면서 “집 한번 보여 주고 받는 복비가 100만원을 웃도는데, 서비스에 비하면 이도 비싸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등 소비자단체는 “지난해 아파트 거래의 95% 정도가 9억원 미만이었다”면서 중저가 구간의 수수료를 낮춰야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금융권 부동산 전문가는 “개편안이 시행되면 중개수수료가 낮아지긴 할 것”이라면서 “다만 실제 공인중개사들이 중개 시 최고 수수료율을 적용해 중개료를 받기보다는 고객과 협상하며 조절해왔는데 구간이 세분화되면서 최고 상한이 새롭게 설정된 게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했다. 수수료를 쉽게 깎지 못하고 종전보다 더 비싸게 주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③ 중개사협회 반발도 관건
현재 공인중개사 단체는 정부의 중개 수수료 개편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에 나서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관계 기관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온라인 토론회를 개최를 앞두고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청와대와 국회, 국토교통부 등에서 협회장의 단식 투쟁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 시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현 중개 수수료에 대한 공인중개사의 시각은 논의 방향과 다소 거리가 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지난 달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중개사 357명 중 253명(70.9%)은 현재 중개 수수료 수준이 적정하다고 답했다. ‘매물 검증과 중개 사고 등 리스크(위험 요인)에 대한 책임을 중개사가 지기 때문에’, ‘중개업계 경쟁이 치열해진 탓에 중개사의 업무량이 늘어났기 때문에’ 등이 주요 이유였다.
정부가 추진 중인 중개 수수료 개편안에도 응답자의 66.9%가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유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중개사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서울과 수도권 등 일부 시장 상황만 반영된 것’이란 답도 뒤를 이었다.
공인중개사들에겐 생존권과 직결되는 데다 이들이 국회와 지자체에 작지 않은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편안 적용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현재 공인중개사 자격증 보유자는 46만 명을 넘겼고, 개업 공인중개사는 약 12만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앞서 공인중개사협회는 중개수수료 할인을 내세운 집토스, 트러스트 등을 고발한 바 있고 최근엔 직방, 네이버 등 부동산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 중인 프롭테크업체의 중개 시장 진출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을 잇달아 만나 개업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프롭테크 업체의 중개시장 진출을 반대하는 서명운동과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벌이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국민은 중개 서비스 품질과 중개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크고, 중개사들은 거래량이 줄어든 가운데 중개 수수료율 조정이 이뤄지는 데 대한 불만이 크다”면서 “이해관계가 복잡한 데다 내년 대선과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영향으로 정부의 중개 수수료 개편안 집행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단순히 수수료율만 놓고 줄다리기를 하면서 한쪽 편만 들면 갈등을 키워 극한 상황으로 갈 수 있다”면서 “중개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하고 선진화해 나가려는 장기적 목표를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어떻게 추진할 지를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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