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정론직필' 사행시.. 직업정신 일깨우는 고뇌 담겨

박지은 기자 2021. 8. 1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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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협회 창립 57주년 특집]
기자 350명 참여, 500편 접수.. 최우수상 이준구 뉴시스경기남부 기자

기자들이 ‘정론직필’ 사행시에 변화하는 언론계 현실과 기자 직업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한국기자협회가 창립 57주년을 기념해 진행한 ‘정론직필’ 사행시 공모전엔 기자 350여명이 500여건을 출품했다. 기자협회는 지난 10일 심사위원회를 열어 최우수상 1명과 우수상 4명, 장려상 72명을 선정했다.

“‘정’(正)확하고 올바르게 숨은진실 찾아내어/ ‘론’(論)쟁으로 어지러운 세상어둠 밝혀주고/ ‘직’(直)선처럼 곧게보며 국민향해 달려가니/ ‘필’(筆)봉통해 희망주는 그대이름 기자로다.” ‘정론직필’을 시조 형식으로 풀어낸 이준구 뉴시스경기남부 기자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는 “기자 생활 전에 고등학교 국어 선생을 했었다”며 “평소 시와 시조 쓰는 데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정론직필이라는 제시어에 맞게 언론 동지들이 사명감을 갖고 사회비판과 감시라는 본래 기능을 자각하며 일하는 데 자긍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우수상 수상작 대부분은 기자라는 직업 정신을 일깨우는 작품이었다. “‘정’신 없는 마감이 끝나고 지친 몸과 마음으로 눕습니다/ ‘론’(논)리는 탄탄했는지, 애꿎게 피해 볼 사람은 없는지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기사였는지 눈을 감아도 활자가 어른거립니다/ ‘직’장인이 아닌 좋은 직업인이 되고 싶다는 소망은 처음 기자로 불렸던 날 밤 그대로입니다/ ‘필’요한, 세상에 보탬이 되는 하루를 보내 보자고 힘을 내며 잠을 청해봅니다. 같은 마음일 동료 기자 여러분 응원합니다!” 최지선 동아일보 기자는 기자로서의 초심을 되새기는 작품으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최 기자는 “2016년에 입사해 일한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기자들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며 “회의감 드는 일도 많은데 처음 시작했을 때 마음을 담았다. 이 일을 하는 동안에는 그런 마음으로 기자 일을 하고 싶다. 주변 다른 기자 동료들도 말은 안 하지만 비슷한 마음일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창우 경남도민일보 기자는 “‘정’신없이 고생하는 방역인력이 있어 일상을 지킵니다/ ‘론’(논)매기철 폭염과 싸우는 농부들 덕에 밥이라도 먹습니다/ ‘직’업정신을 똑바로 가졌었는지, 문득 얼굴이 붉어집니다/ ‘필’사적으로 고민해야겠습니다. 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기사를요.”라고 풀어냈다. 이 기자는 “코로나19와 폭염 취재를 하면서 고생하는 분들을 옆에서 지켜봤다”며 “기자 신뢰 하락이 심해지고 있는데 제 몫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하는 기자가 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모전에선 언론사의 허위·조작보도에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물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포함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비판하는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우수상을 수상한 황성규 경인일보 기자는 “‘정’말입니까?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다는 게?/ ‘론’(논)할 가치도 없습니다. 명백한 언론 자유 침해입니다/ ‘직’간접적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게 될 것입니다/ ‘필’히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철회돼야 마땅합니다”라고 지적했다.

지영의 쿠키뉴스 기자도 “‘정’권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론’(논)할 수 있는 자유를 짓밟으려는 이때/ ‘직’언직설의 자유를 잃는 언론을 방관하면/ ‘필’히 알게 되는 순간이 올 겁니다. 언론중재법이 당신의 목소리도 앗아간 것임을”이라고 했다. 지 기자는 “지난 2014년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게이트가 기억에 남는데 당시 청와대와 정윤회씨가 각각 언론사에 고소해 해당 보도가 오랜 시간 오보 취급을 받은 것처럼 이미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식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권력이 언론에 압박을 가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이런 점을 시민들에게 호소하고 싶어 사행시를 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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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론직필' 사행시 공모전 수상자 명단(가나다순).

<최우수상>

이준구(뉴시스경기남부)

<우수상>

이창우(경남도민일보), 지영의(쿠키뉴스), 최지선(동아일보), 황성규(경인일보)

<장려상>

강민경(연합뉴스TV), 강소라(KNN), 강신우(이데일리), 강현석(YTN), 구단비(머니투데이), 김경미(중앙일보), 김근성(G1강원민방), 김대성(광주일보), 김대환 (충청투데이), 김동민(YTN), 김동훈(비즈니스워치), 김미희(국제신문), 김민성(YTN), 김소희(신아일보), 김영준(KBS춘천), 김용훈(파이낸셜뉴스), 김윤주(충청투데이), 김재춘(전북도민일보), 김철웅(채널A), 김호연(파이낸셜뉴스), 류태웅(전자신문), 문수경(CBS), 문예성(뉴시스), 민경하(뉴스핌), 박기주(이데일리), 박상률(연합뉴스TV), 박서경(YTN), 박소연(파이낸셜뉴스), 박수현(국제신문), 박종민(한스경제), 박철성(충청일보), 백세종(전북일보), 서영지(JTBC), 안태훈(JTBC), 오종탁(시사저널), 유선준(파이낸셜뉴스), 윤홍현(전북일보), 이대익(충청매일), 이성로(일요신문), 이소연(e대한경제), 이정주(CBS), 이창호(기호일보), 이효정(아이뉴스24), 임현우(농민신문), 장윤희(연합뉴스TV), 전희진(국민일보), 정길훈(KBS광주), 정대연(경향신문), 정운홍(경북도민일보), 정유선(국제신문), 정찬욱(연합뉴스대전충남), 조상윤(한라일보), 조진수(쿠키뉴스), 조현미(아주경제), 천재상(MTN), 최고운(SBS), 최동현(아시아경제), 최두희(YTN), 최민지(경향신문), 최서윤(뉴스1), 최소리(충청투데이), 최영재(강원일보), 최우리(한겨레), 최재훈(충청매일), 최정욱(동아일보), 홍국기(연합뉴스), 홍선기(YTN), 홍성덕(충청매일), 홍성욱(YTN), 홍진수(경향신문), 황대훈(EBS), 황정환(대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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