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처럼 매끄럽고 형님처럼 중후하다..세단의 조용한 반란

최기성 2021. 8. 17.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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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보다 긴 휠베이스로
넉넉한 실내공간 확보 성공
운전석은 요트 조종석 연상
에르고 시트 피로감 줄여줘
고속주행 안정감 뛰어나지만
반박자 느린 가속페달 아쉬워
[사진 제공 = 기아]
'소원 성취'.

기아 K8이 '만년 2위' 설움을 겪던 K7 흑역사를 완전히 청산했다. 준대형 세단의 절대 강자이자 국내 판매 1위인 현대 '더 뉴 그랜저'와 진검승부에 들어간 지 3개월 만이다. K8은 지난 3월 23일 사전계약 첫날 기아 세단 역대 최다 실적을 달성했다. 국내 판매 1위인 그랜저가 세운 기록도 깼다. 4월 출시된 이후 계약대수도 증가했다. K8은 지난 4~6월 3만5000대가량 계약됐다. 그랜저 계약대수는 3만여 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판매대수에서는 K8이 그랜저를 이기지 못했다. K8이 못해서가 아니다. 월 6000대가량으로 제한된 생산대수와 차량용 반도체 공급 대란이 발목을 잡았다. 대기업 임원 차로 자리 잡으며 '성공의 아이콘'이 된 그랜저의 뒷심도 작용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K8은 지난 7월 계약대수는 물론 판매대수에서도 마침내 그랜저를 이겼다. 그랜저는 5247대, K8은 6008대 판매됐다. 계약대수는 각각 9200여 대와 8600여 대로 알려졌다.

K8의 소원 성취 비결은 지난 5월 후발 주자로 출시된 하이브리드(HEV) 덕분이다. K8 2.5 가솔린 모델이 3~4월 실적을 주도했다면 5월부터는 K8 HEV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5월부터 계약된 K8 10대 중 6대가량은 HEV다. 지난달에는 계약대수 9200여 대 중 5400여 대가 HEV 몫이었다. 판매대수에서도 6008대 중 2829대가 HEV로 집계됐다. 신차 효과를 지속한 '뒷심 충전'이다.

K8 HEV가 인기를 끈 것은 크기와 공간, 디자인, 첨단 안전·편의 사양, 유지비 등을 모두 충족한 팔색조 매력 때문이다.

K8의 전장×전폭×전고는 5015㎜×1875㎜×1455㎜다. K7은 4995㎜×1870㎜×1470㎜, 그랜저는 4990㎜×1875㎜×1470㎜다. 제네시스 G80은 4995㎜×1925㎜×1465㎜다. K8이 그랜저는 물론 G80보다도 길다.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간 거리)는 K8(2895㎜)이 G80(3010㎜)보다 짧지만 그랜저(2885㎜)보다는 10㎜ 길다. 실내 공간이 넉넉하다는 뜻이다.

차체는 길어진 전장을 활용해 역동적이고 늘씬하게 디자인됐다. 고급 요트가 물 위를 달리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유선형 캐릭터 라인을 적용했다.

긴 후드와 짧은 전방 오버행, 트렁크 끝까지 시원하게 이어지는 루프라인 등을 통해 쿠페와 같은 역동적 비율을 갖췄다. 테두리 없는(프레임리스) 범퍼 일체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호불호'가 갈린다.

후면부는 안정감에 초점을 맞췄다. 부메랑을 닮은 좌우 리어램프와 이를 연결해주는 가로 바 형태 그래픽으로 구성된 '리어램프 클러스터'는 입체감을 주는 기하학적 조형으로 꾸며졌다.

실내도 요트를 연상시킨다. 좌우로 운전자와 동승자를 감싸주는 라운드 형태 디자인은 품격 높은 요트 조종석을 연상시킨다. 12.3인치 계기반과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이은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대시보드처럼 완만한 곡선으로 구성돼 운전자를 감싸준다.

그랜저에 없는 에르고 모션 시트를 기아 최초로 장착했다. 7개 공기 주머니를 활용해 운전 환경에 맞는 착좌감을 제공하고 운전자의 피로감을 줄여준다.

기아 `K8 하이브리드`의 외관과 실내. [사진 제공 = 기아]
시승차는 K8 1.6 터보 HEV 시그니처다. 1.6 스마트스트림 터보 엔진, 전기모터, 6단 변속기를 채택했다. 시스템 총출력은 230마력, 합산토크는 35.7㎏·m, 복합연비는 18㎞/ℓ다. 배기량이 1598㏄에 불과한 엔진을 달았지만 터보와 구동모터로 3000㏄ 가솔린 엔진에 버금가는 힘을 낸다.

스티어링휠은 가솔린 모델보다 무게감이 느껴진다. 중후하면서도 힘이 센 성능을 갖췄다는 사실을 손끝으로 전달해준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스마트·스포츠로 구성됐다. 에코 모드에서는 조용하면서도 매끄럽게 움직인다. 다만 가속페달을 밟으면 반 박자 더디게 반응한다. 배기량의 한계가 에코 모드에서 나타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터보'가 배기량의 한계를 극복한다. 시원하게 질주하고 고속에서도 안정성이 뛰어나다. 다만 고속에서도 입을 손으로 틀어막은 것같이 억제된 중저음의 엔진음이 터보 맛을 반감시킨다.

자율주행 기능은 압권이다. 앞차를 따라가다 서다를 부드럽게 수행한다. 방향지시등을 작동하면 옆 차선으로 알아서 움직인다. 고속도로 주행보조2(HDA2) 기능이다.

가격(개별소비세 3.5% 기준·하이브리드 세제 혜택 적용)은 노블레스 라이트 트림 기준으로 HEV가 2.5 가솔린보다 419만원 비싸다. 반면 1년 자동차세는 HEV가 36만원 저렴하다. 연비도 좋아 1년 2만㎞ 기준으로 연간 80만원 정도 아낄 수 있다. 구입한 지 3~4년이면 가격 차이를 상쇄할 수 있다.

HEV로 뒷심을 충전하고 그랜저에 없는 첨단 사양으로 무장한 K8이 넘어야 할 거대한 산이 있다. 그랜저 판매 신화를 만든 '성공' 이미지를 쌓아야 한다. '성공 아이콘'이 되지 못한다면 내년에 완전 변경된 신형 그랜저가 나온 뒤 다시 2위의 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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