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 휴게실에 에어컨 설치해야
노동자 휴게·수면공간 개선될듯
간접유도라 현장반영까진 시간걸려
폭염에도 아파트 경비원의 근무·휴게 공간에 에어컨 등 냉방기기를 설치하지 않거나 가동하지 않는 문제로 사회적 논란이 커진 가운데 정부가 관련 규정 개정을 통해 경비원 휴게공간 환경 개선 등을 유도하기로 했다. 다만 이는 간접 유도 방식이어서 현장에서 실질적 환경 개선이 이뤄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감시·단속적근로자(감단근로자) 승인 요건을 변경한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개정안을 18일 입법예고하고 다음달 7일까지 의견을 받는다고 17일 밝혔다. 감단근로자란 경비원이나 가전제품 수리기사와 같이 업무를 간헐적으로 수행해서 대기와 휴게시간이 길게 발생하는 노동자를 이른다. 현재 정부는 대기시간이나 휴게시간의 심신 피로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고려해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과 휴게, 휴일 관련 규정의 예외로 두도록 별도 규정을 둔다. 대신에 감단근로자 지위가 남용되지 않도록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따라 일정 요건 충족을 전제로 한 정부 승인제도를 운영한다. 하청인 인력업체와 사용자인 입주자대표회의가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휴게 규정 등을 피해서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감단근로자 승인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개정안 내용을 보면, 정부는 감단근로자 승인의 전제 요건인 ‘별도의 수면시설 또는 휴게시설을 마련돼 있는 경우’ 규정을 강화하기로 했다. △적정한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냉·난방 시설을 갖출 것(여름 20~28℃, 겨울 18~22℃) △유해물질이나 수면·휴식을 취하기 어려울 정도의 소음에 노출되지 않을 것 △식수 등 최소한의 비품을 비치할 것 △청소 등을 통해 청결을 유지할 것 △수납공간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 △야간에 몸을 눕혀 수면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과 침구 등 필요 물품 등이 구비돼 있을 것 등을 구체적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전에는 별도의 공간만 마련해도 감단근로자 승인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봤지만, 휴게공간의 질이 어느 수준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는 경비원의 노동시간과 관련해서도 △경비원의 휴게시간(수면시간 포함)이 노동시간보다 짧고, △월평균 4회 이상 휴무일을 보장하며, △휴게 중임을 알리는 알림판 부착 등의 조처를 해야 한다는 요건을 추가했다. 기존에는 ‘근로시간 등에서 근로기준법 적용이 제외된다는 사실을 근로계약서에 명시’ 요건만 충족하면 감단근로자 승인이 이뤄졌다.
다만 이런 조처가 현재 각 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원 모두에게 즉각 효과를 미치는 것은 아니다. 노동부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기준 아파트 경비원의 93.7%는 이미 감단근로자로 승인이 난 상태다. 새로운 규정을 적용받으려면 사용자인 용역업체가 변경되는 등의 사유로 이들의 승인 자격이 새로 갱신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용역업체의 계약 기간이 통상 1~2년 주기인 점을 고려하면 바뀐 규정이 점진적으로 노동환경 개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육체 피로도가 큰 24시간 격일 교대제를 수행하는 경비원에 대해 근무방식을 달리할 방안도 제시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7년 이후 24시간 격일제에서 근무방식을 변경한 경험이 있는 21개 사례를 심층 분석한 결과 이들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는 경비업무 전담 경비원과 아파트 관리업무 전담 관리원을 구분해 운영하거나, 교대제를 3개조 또는 주·야간 전담조로 만들어 업무시간대 변화에 따른 신체적 부담을 줄였다. 또 격일 교대 근무를 유지하되 야간에는 일부 노동자만 남아서 경비업무를 수행하고 나머지는 일찍 퇴근하는 ‘퇴근형 격일제’를 운영하는 곳도 있었다.
고용부는 올해 말까지 20~30여개 아파트에 근무방식 개편에 관한 전문가 무료 컨설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박종필 근로감독정책단장은 “훈령 개정을 통해 감단 근로자의 휴식권과 근로조건이 보장되고 아파트 경비원 근무방식 개편이 경비원·입주민 모두 상생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앞으로 컨설팅 등 필요한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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