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8년 받은 보람이 친모 오열.. 재판부 "출산도, 바꿔치기도 입증"

이승규 기자 2021. 8. 1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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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씨 측 "아기 낳은 적도, 바꿔치기한 적도 없다" 주장했으나
재판부 "석씨 딸 맞고, 석씨가 바꿔치기 했다"
구미 보람양 사건 관련 김씨에 대한 재판이 열린 대구지법 김천지원의 모습. /이승규 기자

경북 구미시 한 빌라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만2세 여아 보람이의 DNA상 친모로 나타난 석모(48) 씨가 1심에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석씨는 앞서 자신의 딸 김모(22)씨가 낳은 딸(외손녀)과 자기가 낳은 딸 보람이를 바꿔치기하고 이후 사망한 보람이의 시신을 유기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석씨는 줄곧 “(보람이를) 낳은 적이 없고, 아기를 바꿔치기한 적도 없다”며 범죄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모녀 관계가 인정되고 아기를 바꿔치기한 점이 충분히 증명된다”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상 석씨가 보람이를 출산했고, 보람이와 김씨의 딸을 바꿔치기했다고 결론을 낸 것이다.

17일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2단독 서청운 판사는 사체은닉 미수 및 미성년자 약취 등 혐의로 기소된 석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날 석씨는 재판 중간에 잠시 실신했다가 눈물을 흘렸고, 이를 본 석씨 남편이 “사람 잡겠다 xx놈들아”라며 소란을 피우다 퇴정됐다.

석씨는 지난 2월 딸 김씨가 머물던 빌라에서 보람이의 시신을 발견한 뒤 이를 은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와 지난 2018년 3월쯤 구미의 한 산부인과에서 자신의 딸 김씨가 낳은 딸과 보람이를 바꿔치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석씨의 딸 김씨는 DNA상 여동생인 보람이를 친딸인 줄 알고 지난 2018년부터 약 2년 5개월간 키웠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전 남편과 이혼 후 만난 현 남편과의 사이에서 얻은 자녀의 출산이 임박하자 보람이를 빌라에 방치한 뒤 사망하게 했다. 보람이 시신 발견 직후 석씨는 경찰에 자신을 ‘외할머니’로 소개했지만, DNA 검사 결과 보람이의 친모로 나타나면서 사건이 반전을 맞았다. 석씨가 보람이 시신을 은닉하려다 미수에 그친 점도 이때 밝혀졌다.

석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줄곧 “사체 은닉 혐의는 인정하지만 (보람이를)낳은 적은 없고 바꿔치기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대검찰청 등에서 수차례 실시한 DNA 검사에서 한결같이 ‘석씨와 보람이는 모녀 관계’라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석씨는 이를 부정했다. 석씨는 지난 7월 13일 열린 공판에서 재판부에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석씨가 피해 여아(보람이)의 친모라고 넉넉히 인정된다”면서 “피해 여아를 약취(바꿔치기)했다는 사실 역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석씨와 보람이의 DNA 및 혈액형 검사 결과에 주목했다. DNA 검사 결과에서 석씨와 보람이가 모녀관계로 수차례 나타났고, 보람이가 지닌 혈액형(AO)을 석씨(BO)에게서 물려받을 순 있어도, 친부모로 여겨졌던 언니 김씨(BB)와 김씨의 전남편(AB)에게선 물려받을 순 없다는 것이다.

또한 임신 추정 기간 중 석씨가 퇴사한 사실을 숨기려 거짓진술을 한 점, 온라인 쇼핑을 통해 몸매를 보정하는 속옷을 구매한 점, 생리대 구매 내역이 없는 점, 출산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점 등이 모두 석씨의 출산을 입증하는 증거로 인정됐다.

‘아기 바꿔치기’ 혐의 역시 인정됐다. 범행 추정 장소인 산부인과 구조상 외부인이 드나들기 쉬웠던 점, 바꿔치기 추정 기간에 아기의 발목에 있던 인식표가 훼손된 점, 몸무게에 급격한 차이가 나타난 점 등을 재판부는 눈여겨 봤다.

재판부는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아기일수록 외모 구분이 어렵고, 부모와 지내는 시간도 길지 않은 반면, 부모와 지내는 시간이 길수록 다른 자녀와 혼동할 가능성이 적어진다”면서 “출산 직후 바꿔치기 되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3자가 석씨와 김씨 등 두 산모의 아기를 바꿔치기 했다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다”면서 “출산을 비롯한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석씨가 바꿔치기 했음이 입증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석씨가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가족의 생계를 위해 매진해온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친딸의 딸과 자기 딸을 바꿔치기하는 전대미문 범행을 저질렀고, 친모의 보호가 필요했던 외손녀는 현재 생사를 알 수도 없는 상황인만큼 준엄한 법의 심판이 필요하다”면서 양형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풀리지 않은 의문들은 여전히 남은 상태다. 재판부는 석씨가 출산 사실을 숨긴 목적에 대해 “자신의 딸이 출산한 아이(외손녀)보다 자기가 출산한 아이(보람이)를 더 가까이 두고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바꿔치기 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으나 석씨가 끝내 입을 다물면서 정확한 동기는 밝혀지지 못했다.

석씨가 바꿔치기 한 것으로 보이는 김씨의 딸의 행방, 보람이의 생물학적 친부 역시 여전히 발견되지 않았다. 구미경찰서 관계자는 “현재도 여전히 추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살인 등 혐의로 징역 20년형을 선고 받은 석씨 딸 김씨는 항소했고 오는 19일 대구고법에서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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