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π) 값 소숫점 아래 62조8000억 번째 자리까지 알아냈다..세계 기록 경신

이현경 기자 2021. 8. 1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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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그라운뷘덴 응용과학대, 108일 9시간 걸려 계산
픽사베이 제공

스위스 연구진이 파이(π) 값을 소수점 아래 62조8000억 번째 자리까지 밝혀내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원주율을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직전 최고 기록은 지난해 1월 미국의 티모시 멀리컨이 세운 소수점 이하 50조 번째 자리였다. 

AFP통신은 16일(현지 시간) 스위스 그라운뷘덴 응용과학대 연구진이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원주율을 소수점 아래 62조8000억 번째 자리까지 계산하며 새로운 세계 기록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이 이를 계산하는 데 걸린 기간은 108일 9시간으로 50조 번째 자리까지 계산하는 데 걸린 303일을 3배가량 단축했다.

그라운뷘덴 응용과학대 ‘데이터 분석·시각화 및 시뮬레이션 센터(DAViS)’는 ‘파이 챌린지’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원주율을 계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파이 챌린지는 원주율 자체를 정확하게 알아낸다는 목표도 있었지만, 원주율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제한된 예산과 컴퓨터 성능, 메모리 수 등 슈퍼컴퓨터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계산 알고리즘을 확립한다는 목적이 더 컸다. 

연구진은 140일 이내에 원주율을 계산해낸다는 목표로 지난해 4월 28일 파이 챌린지를 시작했고, 이달 14일(현지 시간) 소수점 아래 62조8318억5307만1796번째 자리까지 계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이 계산한 원주율의 마지막 열 자리는 ‘7817924264’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AMD의 에픽(EPYC) 7542 CPU(중앙처리장치) 2개와 램 1테라바이트(TB), 16TB 용량의 7200RPM 하드디스크 38개 등이 탑재된 슈퍼컴퓨터를 이용했다. 연구진이 이를 이용해 원주율 계산에 사용한 데이터는 510TB에 이른다. 

연구진은 원주율을 구하는 데 사용한 계산법을 스위스국립알레르기및천식연구(SIAF)에서 DNA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또 머신러닝의 학습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 프로젝트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연구를 이끈 하이코 롤케 교수는 “원주율 계산을 준비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노하우를 축적했고, 계산 프로세스를 최적화할 수 있었다”며 “이를 RNA 분석, 유체역학 시뮬레이션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그라운뷘데 응용과학대 연구진이 원주율을 소수점 아래 62조8000억 번째 자리까지 계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히며 공개한 계산 과정. 연구진은 이 화면 아래에 “원주율 계산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라운뷘데 응용과학대 제공

최근 원주율의 소수점 계산은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기준으로 여겨지고 있다. 계산이 복잡할수록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중단될 수 있고, 오류가 생길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2002년 가나다 야스마사 일본 도쿄대 교수팀은 소수점 아래 1조2411억 자릿수까지 계산하며 처음으로 원주율의 소수점 1조 자리 시대를 열었다. 당시 가나다 교수팀은 병렬 슈퍼컴퓨터인 히타치 SR800/MPP를 사용해 600시간(25일) 만에 계산을 끝냈다. 

이후 2011년 일본의 회사원인 곤도 시게루가 자신이 직접 조립한 48TB 용량의 하드디스크를 장착한 개인용 컴퓨터와 미국 대학원생이 개발한 새로운 계산 프로그램인 ‘y-크런처’를 이용해 처음으로 원주율 값을 소수점 아래 10조 자리까지 계산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걸린 시간은 1년이 조금 넘는 371일이었다. 

이후 y-크런처는 원주율을 계산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됐다. 구글 클라우드 개발자인 엠마 하루카 이와오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이용해 20여 개의 엔진 클러스터에서 y-크런처를 이용해 원주율을 계산했고, 121일간 170TB의 데이터를 사용해 소수점 아래 31조4159억2653만5897번째 자리까지 계산하며 2019년 새로운 원주율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50조 번째 자릿수를 달성한 멀리컨도 y-크런처를 사용했다. 그라운뷘덴 응용과학대 연구진도 y-크런처를 이용해 16진법으로 계산된 원주율 값을 10진법으로 변환했으며, 이 과정에 3주가량이 걸렸다고 밝혔다. 

원주율은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에 활용되지만 실제로 수십 조 자릿수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다. 2016년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는 원주율은 소수점 아래 열다섯 번째 자리(3.141592653589793)까지만 이용하면 행성 간 탐사에 필요한 값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NASA는 지구에서 가장 먼 지점을 탐사 중인 보이저 1호의 궤도를 예로 들어 원주율을 소수점 아래 15번째 자리까지 사용하면 보이저 1호가 지구에서 250억 마일(약 402억km) 떨어진 지점에 있을 때 이를 반지름으로 하는 원둘레 오차가 1.5인치(약 3.8cm)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NASA는 450억 광년인 우리은하의 둘레를 양성자 크기(1000억분의 1m)보다 작은 오차로 계산하는 데는 원주율이 소수점 아래 39~40자리 정도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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