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황금 유물' 어쩌나..비밀창고 막아선 카불 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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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금관의 뿌리라는 '틸랴테페' 무덤의 황금관을 탈레반의 발굽 아래서 과연 지켜낼 수 있을까.
탈레반은 지난 199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처음 집권한 뒤 2001년 세계 최대의 불상 유적인 바미얀의 대불 2군데를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하고 카불 국립박물관의 유물 2000점 이상을 강탈하고 파괴하면서 사상 최악의 반달리즘을 자행했던 전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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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예술 걸작품들 안위 우려
관장 "일부 직원과 유물 지키는 중"
세계 최대 바미얀 불상 폭파 등
탈레반 반달리즘 만행 전력

신라 금관의 뿌리라는 ‘틸랴테페’ 무덤의 황금관을 탈레반의 발굽 아래서 과연 지켜낼 수 있을까.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장악하면서, 1900년 전 중앙아시아 유목민 여인의 머리에 씌워졌던 실크로드 예술의 최고 걸작으로 5년 전 한국에서도 선보였던 이 명품 금관의 앞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탈레반은 지난 199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처음 집권한 뒤 2001년 세계 최대의 불상 유적인 바미얀의 대불 2군데를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하고 카불 국립박물관의 유물 2000점 이상을 강탈하고 파괴하면서 사상 최악의 반달리즘을 자행했던 전력이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국립박물관 등 아프가니스탄에 산재한 여러 유적·유물들이 다시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7일 <한겨레>가 국내외 문화재학계를 취재한 결과, 지난 15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한 뒤 현지 국립박물관과 바미얀의 대불 유적은 무방비 상태에서 폐쇄되거나 일부 관계자만 시설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가장 심각한 위험 상황에 놓인 문화재는 1978년 러시아 조사단이 1세기께 고대 유목민 무덤 ‘틸랴테페’에서 발굴한, 여성용 금관을 비롯한 황금 유물들이다. 2006~2020년 14년간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를 돌며 순회전을 한 뒤 지난해 4월 카불 국립박물관에 돌아온 이 유물들은 올해 봄 카불 대통령궁에서 현지 전시회까지 열었으나, 탈레반의 카불 점령으로 안위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
실제로 모하메드 파힘 라히미 국립박물관장은 탈레반의 카불 점령 직후 황금 유물들을 박물관 비밀창고에 보관해놓고 일부 직원과 상주하면서 사진을 찍으며 지키고 있다고 협력사업을 해온 중국 돈황연구원 쪽에 에스엔에스를 통해 알렸다. 국내 중국학 연구자로 돈황연구원과 아프가니스탄 현지 상황에 대해 소통하고 있는 전홍철 우석대 교수는 이런 사실을 전하면서 “모하메드 관장이 전한 내용을 보면 , 카불 서쪽에 있는 바미얀 석굴도 현재 복원 작업을 중지하고 폐쇄됐으며 경비 인력도 모두 철수해 훼손과 도난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라고 했다. 라히미 관장과 직원들은 음식과 식수 공급에 차질이 있어 오래 상주하면서 유물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

1세기께 틸랴테페 황금 유물은 1978년 러시아 조사단에 의해 6기의 대월지족 추정 유목민 무덤이 발굴되면서 세상에 처음 드러났다. 1980년대 내전이 격화되자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2003년 카불의 대통령궁 지하 중앙은행 금고에 온전히 보관돼온 사실이 밝혀져 세계 학계를 놀라게 했다 . 목숨 걸고 각기 다른 열쇠를 지킨 7명의 열쇠지기가 탈레반이 물러간 뒤 모여 금고를 열면서 세상에 다시 나오게 됐다는 사연이 전해진다. 황금 장식, 부장품들만 1165점에 달하는데 , 여성 귀족 무덤에서 나온 황금금관은 4~5세기 신라 금관의 도상적 뿌리로 추정되는 세계적인 명품이다.

틸랴테페 황금 유물들은 한국에도 2016~17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순회 전시되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경주 전시회 때는 개막 직전인 2016년 9월 12일 큰 지진이 일어났는데, 미리 이송된 유물 상자를 낚싯줄로 고정하는 등 대비한 덕에 피해를 면한 일화도 전해진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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