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자는 수백명,경찰은 1.5만명.. 차벽·펜스에 가로막혔다

오진영 기자 2021. 8. 1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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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간 광복절 연휴 동안 서울 도심 곳곳에서 집회가 열렸으나 경찰의 강도 높은 통제로 우려했던 '대규모 시위'는 없었다.

경찰은 일부 단체의 집회 장소로 신고된 광화문 일대에 차벽과 펜스, 1만 5000여명의 경력을 동원해 집회를 막았다. 단체들은 광화문 인근으로 우회해 1인 시위·기자회견 등 '편법 시위'를 강행하는 한편 경찰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전광훈 없는 광화문, 집회에는 수백여명만…종로구 곳곳서 '편법 시위'
광복절인 15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 불법집회를 막기 위해 차벽과 펜스 등이 설치돼 있다. / 사진 = 뉴스1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국민혁명당 등 보수단체는 14~16일 3일간 서울 종로구 도심 곳곳에서 1인 시위와 기자회견 형태로 집회를 열었다. 당초 광복절 연휴 기간 신고된 집회·시위는 41개 단체의 316건(9일 기준)이었으나 서울시와 경찰은 이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중단을 권고했다.

경찰은 연휴 기간 동안 최대 186개 부대, 약 1만5000명의 경력을 투입해 광화문 일대를 봉쇄했다. 5~10m마다 차벽과 펜스가 설치돼 광장으로 진입하는 주요 길목을 차단했으며 형광색 상의를 입은 경찰관이 곳곳에 배치됐다. 인근을 지나려는 시민들은 신분증을 제시하거나 방문 목적 등을 밝히는 등 경찰의 검문에 응해야 했다.

이들 단체는 광화문에서 인근 탑골공원, 새문안교회 등으로 장소를 바꿔 기자회견과 1인 시위 등을 열었으나 사흘 내내 참석자 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도심 걷기대회 형식으로 항의 집회도 이어졌으나 매일 수십~수백여명의 참가자가 모이는 데에 그쳤다. 집회 참여를 독려한 전 목사는 개인 일정 등을 이유로 한 차례도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지난 14일 서울역·서대문역 일대에서 '한미전쟁 연습 중단 1인 시위'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한미 전쟁 연습을 중단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풍선을 들고 70m 간격으로 1인 시위를 했다. 참석자들과 경찰 사이에 마찰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사실상 2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시위에 함께했다.

보수 유튜버들은 연휴 기간 내내 1인 시위와 라이브 방송 등을 이어갔다. 현장에는 유튜버들의 구독자나 보수 성향의 지지자들 수십여명이 한데 몰리면서 경찰이 해산을 권고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국민의힘 대선예비후보인 안상수 전 의원이 탑골공원을 찾아 "경찰의 무차별 불심검문은 위법"이라며 "집회를 막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종로구를 통행하려는 시민들은 사흘째 지속된 교통 통제로 불편을 겪었다. 광화문역과 경복궁역은 3일 내내 일부 출구를 폐쇄했으며 서울역과 을지로입구역, 시청역 등 인근 주요 역사는 인원이 몰리는 시각 출구의 문을 닫았다. 집회가 소강 상태에 접어든 지난 16일 오후부터는 모든 역사의 문이 다시 열렸다.
광복절 집회·경찰관 폭행에 엄정대응 예고한 경찰…"우리도 고발하겠다" 맞대응
광복절인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 인근에서 보수단체 회원들과 경찰이 기자회견 개최를 두고 충돌하고 있다./ 사진 = 뉴스1

시위 참가자들과 경찰관들이 마찰을 빚으면서 폭력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15일 오후 2시쯤 중구 플라자호텔 인근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60대 남성을 현행범 체포했다. 지난 14일에도 오전 9시쯤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경찰관을 철제 펜스로 폭행한 50대 남성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은 이들 외에도 불법 집회를 강행한 국민혁명당과 8·15대회 추진위원회 등 단체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6일 "도심권에서 불법 집회를 한 단체의 주최자와 주요 참가자들에 대해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과 감염병의 예방·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내사를 하고 있다"며 "불법행위가 확인되면 엄정 사법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혁명당과 국민특검단 등 단체는 이에 맞서 경찰이 정당한 집회를 탄압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국민혁명당은 지난 16일 "경찰이 최소한의 사실 관계도 없이 정당한 집회를 '불법집회'라며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경찰과 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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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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