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냉면을 추적하다.. '냉면 랩소디', '심야식당' [왓칭]
전국 곳곳에 배여 있는 뿌리 깊은 냉면의 흔적
일본 히야시츄카를 들여다볼 수 있는 드라마도
여름철 음식 얘기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건 역시 냉면이다. 한국인이라면 냉면에 대해 한 마디씩은 다 얘깃거리를 가지고 있을 만큼 사연도 많고 개성도 다양한 음식이다.
최근 이 냉면 얘기의 종합판이 나왔다. KBS가 지난 7월 29일과 8월 5일 두 차례에 걸쳐 방송한 ‘냉면 랩소디’는 냉면의 역사와 유래, 각 지역 냉면의 특징, 냉면과 삶이 어우러진 냉면 문화 전체를 깊이 있게 조명했다. TV에서는 이미 방송이 됐지만 넷플릭스와 웨이브에서 다시 한꺼번에 몰아서 볼 수 있다.
◇냉면, 히야시츄카, 중국냉면
면(麵)을 차게 먹는 건 세계적으로 흔하진 않지만 냉면 문화가 우리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식 차가운 면도 있다. ‘중화냉면’은 이름만으로만 보면 얼핏 중국 음식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일본식 냉면이다. 일본어로는 ‘히야시츄카(冷やし中華)’, 한국에 있는 일본 라멘집이나 이자카야 등에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메뉴판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음식이다. 여름은 물론 사철 먹을 수 있다.
중화냉면에 쓰이는 중화면은 메밀이나 전분을 사용한 한국식 냉면의 면과는 달리 밀가루로 만든다. 일본 라멘과 야키소바 등에 쓰이는 면과 기본적으로 같은 면이다. 밀가루를 반죽할 때 탄산이 많은 알칼리성 물을 사용해 밀가루의 글루텐을 변형시킴으로써 탄성을 높이고, 쫄깃한 식감이 나게 한다. 중화면은 일본에서 개발된 면으로, 일본 식재료 판매점에서 생면으로 살 수 있다.
중국 냉면 역시 국내 웬만한 중국음식점에서 먹을 수 있다. 중국 냉면은 주로 여름철에만 맛볼 수 있는 계절음식이다. 중국 냉면의 면은 기본적으로 자장면, 짬뽕 등에 쓰이는 면과 차이가 없고, 국물은 일반적으로 닭고기 베이스의 육수가 쓰인다. 푸짐한 고명이 특징인데 주로 장육, 오이, 해삼, 해파리 냉채, 새우 등을 얹고, 땅콩소스를 뿌린다. 이 중국냉면은 중국의 량몐(凉麪), 렁반몐(冷拌麪) 등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지만, 우리 자장면처럼 한국화된, 사실상의 한국식 중국음식이라는 설도 있다.
중국식 차가운 면의 한국식 변형까지 나온 걸 보면 한국인들의 냉면 사랑이 얼마나 유별난지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일 수 있다. 중국냉면을 본격적으로 다룬 다큐멘터리나 영화, 드라마를 아직 찾기는 어렵다. 그게 중국 본토에서 똑 같은 음식을 찾기 어렵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 만들어진 중화냉면은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많은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에 한 에피소드로 등장한다. 이 여름 본격적인 냉면 다큐멘터리와 중화냉면을 소재로 한 일본 드라마를 보면서 그 맛의 세계를 유추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체험일 듯 하다.
◇평양·함흥냉면에 백령도·진주·부산·전주·대구 냉면까지...
KBS ‘다큐 인사이트’의 ‘냉면 랩소디’는 지난해 12월 방송돼 호평을 받은 ‘삼겹살 랩소디’에 이은 두 번째 음식을 소재로 한 ‘랩소디’ 시리즈다. 전국의 유명한 냉면집에 얽힌 사연을 소개하고, 냉면과 냉면 식문화의 역사와 의미를 되새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평양냉면, 함흥냉면뿐 아니라 해물 베이스 육수와 육전(肉煎) 고명이 특징인 진주냉면을 비롯해, 까나리 액젓을 사용하는 백령도 냉면, 밀가루로 만드는 부산밀면, 전주냉면, 대구냉면까지 등장한다. 품질 좋은 무와 메밀이 생산되는 제주도에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 제주냉면을 만들어내는 과정도 소개된다.
냉면 만들기의 어려움, 전문가가 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 등도 자세히 다뤄져 냉면이 얼마나 깊이 있는 음식인가를 체감할 수 있게 해준다. 황광해, 박찬일 등 전문가들의 해박한 해설도 이해를 돕는다.
◇한국 냉면보다 훨씬 만들기 쉬울 것 같은 히야시츄카
일본의 인기 드라마 시리즈 ‘심야식당’ 시즌2에 등장하는 중화냉면, 즉 히야시츄카 편은 심야식당이 늘 그렇듯 음식 중심이라기보다는 스토리 중심으로 얘기가 전개된다. 남들보다 더 추위를 타는 히토미라는 여성이, ‘추위를 많이 타는 여자가 더위를 많이 타는 여자보다 더 매력적’이라는 콘셉트로 등장한다. 젊은 남자에게 돈을 잔뜩 쓴 후 버림받았던 히토미는 우연히 만난 50대 남자 하시모토와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하시모토는 추운 겨울에도 오로지 히야시츄카만 찾는 매니아다. 어딜 가든 히야시츄카만 즐겨먹는 하시모토는 어두운 과거를 갖고 있었고, 바로 이 히야시츄카만 먹으려 한다는 특징 때문에 결국 경찰에 꼬리를 집힌다. 심야식당의 주인공인 ‘마스터’는 자신의 식당에서 하시모토가 경찰에 체포돼 간 후, “추운 겨울에 히야시츄카는 먹는 게 아니었어”라고 되뇐다.
이 드라마는 중화냉면을 아름답게 그려내지 못했다. 오히려 차가운 음식을 범죄 용의자가 겨울에 먹는다는 스토리 때문에 좀 서늘한 느낌까지 든다. 그러나 드라마 말미의 음식 만들기 팁은 매우 깔끔하게 히야시츄카를 소개한다. 한번 직접 만들어 먹어 보고 싶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정도다. 면을 얼음물에 헹구고 물기를 제대로 빼야 하는 게 중화냉면 맛 내기의 핵심이며, 계란 지단을 예쁘게 부치는 법, 오이 등 고명을 가지런히 잘 준비하는 법 등이 소개된다. 따지고 보면 한국 냉면보다 훨씬 대중적인, 그리 어렵지 않은 음식임을 짐작할 수 있다.
다큐 인사이트 냉면 랩소디
개요 음식 다큐멘터리 l 한국 l 2021 l 2부작
등급 전체 관람가
특징 냉면의 처음부터 끝까지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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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시즌2 제8화
개요 드라마 시리즈 l 일본 l 2017 l 24분
등급 15세 관람가
특징 추운 겨울에도 중화냉면만 찾는 사내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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