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매립장 곧 넘치는데.. '님비'에 소각장 건설 난항

강은지 기자 2021. 8. 1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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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이제는 Green Action!]〈6〉전국 곳곳 갈등 겪는 소각시설
수도권의 한 자원회수시설 모습. 대형 크레인이 종량제 봉투를 끌어올리고 있다. 위에서 떨어뜨려 쓰레기를 잘게 다진 뒤 소각로에 넣는 과정이다. 쓰레기를 소각하면 부피를 10∼20% 수준으로 줄일 수 있고 소각할 때 발생하는 열로 전기를 생산하거나 난방 등에 사용할 수 있다. 동아일보DB
“늘어난 인구만큼 배출되는 쓰레기양도 많죠. 그러면 소각용량도 커져야 하는데…. 주민 반대가 강해 쉽지 않습니다.”

수도권의 한 지방자치단체는 최근 20여 년간 운영한 소각장 증설 계획을 세웠다. 가정에서 종량제봉투에 담아 배출한 생활폐기물을 소각하는 이 시설의 소각량을 늘리고 최신식 기계로 바꿀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민 반대에 부딪혔다. 주민들은 “환경오염이 우려되니 다른 지역으로 가라”고 요구한다. 해당 지자체 담당자는 “주민설명회를 통해 설득하겠지만 목표 시기보다 늦어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역만의 일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소각시설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이와 같은 주민 민원으로 소각시설 신·증설이 지연되는 경우는 35곳에 달한다. 소각 시설 종류도 생활폐기물뿐 아니라 꼭 태워서 없애야 하는 의료폐기물, 사업장 폐기물, SRF(Solid Refuse Fuel·고형연료제품) 사용시설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

○ 늘어나는 쓰레기, 줄여야 하는 매립

국내 쓰레기 배출량은 해마나 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하루 평균 발생하는 폐기물량은 2009년 35만7861t에서 2019년 49만7238t으로 껑충 늘었다. 폐기물은 늘어나는데, 매립지의 포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생활폐기물 매립지는 절반 이상(55.8%)이 2030년이면 포화되고, 사업장 폐기물 매립지는 이미 77.6%가 매립돼 약 4년 이내 가득 찰 것으로 전망된다.

폐기물 처리 정책은 매립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쓰레기를 그대로 묻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이득이 없어서다. 일단 넓은 땅이 필요한 데다, 재활용하거나 태워서 열에너지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그냥 묻어버린다는 점에서 자원 낭비라는 지적도 있다. 또 땅에 묻힌 폐기물에서 배출되는 악취와 침출수로 인한 환경오염 우려가 있고 이를 관리하는 데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든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생활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공포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은 2026년부터, 그 외 지역은 2030년부터 종량제봉투에 담긴 쓰레기는 그대로 묻는 대신 재활용하거나 소각해 재만 묻어야 한다.

유럽과 일본 등도 쓰레기를 매립하는 대신 소각해 처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쓰레기 처리 방식 중 매립 비율은 일본 1%, 덴마크 0.8%, 스웨덴 0.7% 수준이다. 그 대신 소각 비율은 절반 이상이다. 쓰레기를 태울 때 발생하는 열에너지는 전기를 만들거나 난방으로 쓴다. 쓰레기를 화석연료 대신 쓰는 셈이다.

○ “현대화된 소각시설, 건강 영향 거의 없어”

쓰레기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만들지 않고,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다. 그래도 발생하는 쓰레기는 태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쓰레기를 태우면 전체 부피를 10∼20% 수준으로 줄일 수 있어서다.

그러나 소각장을 짓는 과정은 쉽지 않다. 폐기물처리시설은 혐오시설로 꼽히기 때문에 지역마다 님비 현상이 벌어진다. 현재 신·증설이 지연되는 35곳의 주요 민원도 환경오염과 그로 인한 건강 피해 우려가 대다수다.

그중에서도 SRF 발전시설은 지역 주민의 반대가 거세 법정 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SRF는 폐비닐·폐플라스틱 등을 재활용해 만든 고형연료다. SRF 발전시설은 이 SRF를 태워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데, 이 고체 연료를 태우면서 중금속 등 독성물질이 배출될 수 있다는 인식이 크다. 실제 2017년 12월 준공된 전남 나주 SRF 발전소는 나주시가 사용 승인을 거부해 법적 다툼을 벌인 끝에 올 5월에야 가동할 수 있었다. 나주와 전북 익산, 충남 청양 등에서는 주민 반대로 지역 의회가 나서 상위법(폐기물관리법) 근거 없이 자체 기준을 만들어 SRF 발전시설을 제한하는 조례를 만들었다가 환경부의 지적을 받고 수정하기도 했다. 상위법 근거 없이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하는 것은 지방자치법에 위배된다.

이처럼 소각시설에 대한 대기오염물질 배출 우려가 크지만, 현대화된 시설일수록 실제 영향은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인천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소각시설이 주변 지역에 미치는 영향: 사례조사를 중심으로’ 연구에서 “서울시 자원회수시설 주민건강영향조사 결과, 배출 물질은 대기환경기준을 준수했고 주변 지역 환경 및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또 이탈리아와 스페인, 영국 등의 연구 결과를 분석해 “최근 몇 년간 현대적이고 효과적으로 관리된 소각시설에서 배출되는 다이옥신양이 상당히 감소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소각시설을 놓고 벌어지는 갈등에 대해서는 “민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소각장을 옮기면 하수처리장 등 다른 환경기초시설 입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2000년대 이전 다이옥신이 배출됐던 소각시설과 지금의 소각시설은 운영 기술이나 모니터링 수준이 완전히 다르다”며 “주민 인식을 바꾸고 정보를 제대로 공개해 협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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