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낙지·새우.. 해산물 1g당 '미세플라스틱' 0.47개
해양 쓰레기는 바다나 일부 해안 지역의 오염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해양 쓰레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플라스틱은 잘게 부서져 바다와 공기에 퍼지고, 돌고 돌아 우리 밥상까지 오른다.
해양환경공단이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안의 플라스틱 쓰레기 가운데 깨지거나 부서진 ‘파편’ 형태는 2018년 17.6%에서 2019년 29.9%, 2020년 44.1%로 매년 늘고 있다. 버려진 플라스틱이 자외선과 해류에 쪼개지는 과정을 반복하면 크기 5㎜ 미만의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 수백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데다 수거하기도 어려워 그대로 바닷물과 공기 중을 떠돈다.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 생태계의 기초 먹이인 플랑크톤의 몸으로 들어가고, 먹이사슬을 거쳐 포식자인 갑각류와 물고기의 체내에도 쌓인다. 작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 중인 조개류와 낙지·새우 등 해산물 14종에서 1g당 평균 0.47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국내외 연구를 종합하면 미세 플라스틱은 해산물뿐 아니라 소금과 쌀, 생수에서도 발견된다.
사람이 버린 플라스틱이 먹고 마시는 것들을 통해 결국 인체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2019년 미국화학회(ACS)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에서는 사람이 연간 섭취하고 호흡으로 들이마시는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7만4000~12만1000개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사람 몸에 들어온 미세 플라스틱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동물 실험이나 세포 배양 환경을 인위로 조성한 실험에서는 미세 플라스틱이 세포와 미토콘드리아를 손상시키는 것이 관찰됐다. 하지만 포유류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아 사람 몸 안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아직 연구 단계다.
다만 미세 플라스틱은 크기가 작을수록 위험할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세포막을 쉽게 통과해 온몸에 쌓일 수 있다는 것이다. 플라스틱이 1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미만으로 작아지면 모든 신체 기관에 침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세 플라스틱에 중금속 등 유해 물질이 흡착된 경우 신경계나 면역체계에 장애를 일으킬 위험도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