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집회에 차벽·펜스 통제..'고성·실랑이'로 얼룩진 연휴(종합2보)
대규모 시위 없었으나 시민 큰 불편..경찰, '불법 집회' 내사
(서울=뉴스1) 김진 기자,이기림 기자,이승환 기자 = 광복절 연휴 마지막 날인 16일 저녁 경찰은 서울 도심에 설치된 철제펜스와 차벽을 해제하고 최소한의 인력을 남겨 둔 채 불법시위 통제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번 연휴 기간(14~16일) 우려와 달리 대규모 시위는 없었으나 곳곳에서 실랑이와 대치 상황이 발생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16일 오전에도 경찰 버스를 이용해 만든 차벽이 종로구 광화문역 일대에 빽빽이 세워진 상태였다.
폭 180㎝, 높이 120㎝의 철제 펜스 수백 개를 활용해 제작한 임시 통행로도 인근 길목에 설치됐다.
경찰은 광화문 인근을 향하는 시민들 가운데 시위 참석이 의심되는 일부를 상대로 목적지와 방문 이유 등을 물었다.
광화문역 8번 출구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한다는 50대 여성은 "불편하긴 하지만 시위 때문에 이런 게 한두 번이 아니니 이해한다"고 말했다.
자녀들과 함께 광화문을 찾은 구모씨(41·남성)는 "아이들을 데리고 정해진 곳으로만 다니려고 하니 생각보다 많이 불편하다"며 "또 경찰이 많아서 아이들이 무서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대표로 있는 국민혁명당은 이날도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시위 금지 조치를 비난했다.
국민혁명당은 경찰이 정당법 위반,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죄, 일반교통방해, 공동협박 등 불법행위를 했다면서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국민혁명당은 낮 12시 종로4가 귀금속거리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어 "매주 토요일 '문재인 탄핵을 위한 국민걷기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은 정권을 지키는 목적으로 방역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회견 장소 주변에는 시민과 지지자, 보수 유튜버 50~60명이 몰리면서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아 경찰은 경고 방송을 내보내고 채증도 실시했다.
경찰과 국민혁명당 당원, 지지자 간 실랑이도 이어졌다. 인근 건물 입구에서 경찰과 건물 관계자로부터 건물 진입이 제한된다는 안내를 받은 행인이 거세게 항의하며 소란이 일었다.
오후에도 종로 1~4가를 중심으로 산발적 1인 시위가 벌어졌다.
전날 보수단체 시위가 집중됐던 종로 2가에서는 성조기가 그려진 깃발을 든 남성과 '박근혜 대통령 즉각 석방하라' 등 깃발을 든 또 다른 남성 등 6~8명이 잠시 모였으나 곧 해산했다.
오후 4시40분쯤 세종교차로 인근에는 1인 시위자와 보수 유튜버들이 경찰에 거칠 게 항의했다.
20여명이 몰린 현장에서 "경찰이 통행 방해하지 우리가 방해 하느냐"며 고성이 나오자 시민들은 어깨를 감싸며 주변을 조심스럽게 지나갔다.
오후 5시 이후 행사 참가자들이 대거 해산하자 경찰은 광화문에 설치한 철제펜스를 해제했다. 경찰은 최소한의 인력을 남겨둔 채 통제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번 연휴 최대 186개 부대와 가용 장비를 투입한 서울경찰청은 서울 중심부와 한강 다리 등에서 임시검문소도 운영했다.
경찰은 보수단체의 광복절 연휴 행사와 관련해 총 3명을 수사하고 있다.
광복절 당일인 15일 경찰관에게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행사 참가자 2명을 붙잡았고 전날인 14일 행사에 참가하지는 않았으나 현장에 있던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 등으로 한 남성을 체포했다.
체포된 남성은 현재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상태다.
서울경찰청은 이번 연휴 서울 종로 등에서 불법집회를 연 보수단체 주최자와 주요 참가자들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이번 8·15 광복절 집회 관련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방역적 집회관리에 주안점을 두고 대응해왔지만 일부 단체가 불법집회를 개최했다"고 판단했다.
서울경찰청은 또 "향후 채증자료 등을 분석해 확인된 불법행위는 엄정하게 사법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혁명당은 "경찰은 우리 당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의 불법 집회를 하였는지 밝혀야 한다"며 "공권력이 최소한의 사실관계도 없이 '불법 집회'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권력형 폭력"이라고 반발했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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