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지구'로 아열대 과일 뜨자, 지자체도 발벗고 나서
제주·해남·고창·고성·태안 등 재배 확대돼
"기후변화 대응 아열대 작물 개발·연구중"
패션프루트, 애플수박, 멜론, 샤인머스캣, 파파야….
한편으로 생소하지만, 마트나 시장 진열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른바 ‘요즘 뜨는 과일’ 들이다. 상당수는 동남아 등 (아)열대지방 과일로 알려졌지만, 사실 알고 보면 국내산이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아열대 과일을 키울 수 있게 된데다, 요즘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과일은 수익성이 좋아 농가들도 적극적으로 재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들도 소득작물 육성과 보급에 적극적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한 제주는 일찍부터 아열대 과일 묘목을 들여와 소득작물로 육성했고,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다. 제주시는 최근 소규모 다품종 작목단지 육성을 위해 정예소득 작목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바나나와 애플수박, 패션프루트 등 10개 품목에 102억원을 투자한 제주시는 올해는 키위와 샤인머스캣 두 품목에 23억여원을 투자했다.
이런 노력 속에서 수입산에 밀려 30년 전쯤 사라졌던 바나나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 제주지역에서 바나나는 1989년 재배면적이 443㏊나 될 정도로 인기를 끌다가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무역협상으로 수입산이 밀려오면서 곧바로 자취를 감췄다.
그러던 게 2006년부터 다시 바나나 재배가 시작돼 지난해엔 제주지역 25개 농가가 국내 생산량의 60%인 1200t을 생산했다. ㎏당 7000원으로 수입산보다 배나 비싸지만, 제주산 수요는 많다. 선적부터 국내 유통까지 한달가량 걸리는 수입산보다 신선도에서 앞서기 때문이다.
대표적 수박 산지인 전북 고창군은 멜론을 전략 작물로 정했다. 수박 농사를 짓던 정재용씨와 주변 농가들이 1998년 수박에 이은 후작물로 멜론을 기르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90여농가, 65㏊ 규모로 확대됐다. 정씨는 “고창은 황토 땅에 게르마늄 성분이 많아 수박, 복분자, 고구마, 땅콩 등 뭐든 심으면 잘된다. 6~7월 수박에 이은 9~10월 멜론으로 명절 특수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북 장수군은 애플수박으로 과일 틈새시장에 뛰어들었다. 일반 수박의 4분의 1 크기인 애플수박은 껍질이 얇아 사과처럼 깎아서 먹을 수 있어 최근 대세라는 ‘1인 가구’ 소비기호에 맞고, 음식물쓰레기 양도 적다. 2019년 시범재배를 시작한 장수군에서는 현재 2개 농가가 0.5㏊ 규모로 애플수박 농사를 짓고 있다.
전남 해남군은 생으로 먹는 초당옥수수가 전략 작목이다. 일반 옥수수보다 당도가 높아 초당(超糖)인데, 수분이 많고 식감이 아삭해 과일처럼 날로 먹는다. 열량은 찰옥수수의 절반 정도지만, 섬유질·비타민 등 영양이 풍부해 다이어트 등에 뛰어난 웰빙식품으로 인기가 있다.
경남 고성군은 국내 최대 참다래(그린키위, 골드키위) 생산지다. 2016년에는 일본에 수출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따뜻한 기온과 일조량, 해풍, 질 좋은 황토밭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자라기에 식감이 좋고 당도가 높다고 한다.
충남 태안 안면도의 장영창(61)씨는 500㎡ 규모 시설하우스에서 최근 널리 알려진 패션프루트를 생산하고 있다. 원산지가 브라질인 열대과일로, 열매를 가르면 새콤한 젤리 형태의 과육이 드러난다. 태안산 패션프루트는 미네랄이 풍부하며 당도가 높고, 비타민은 귤보다 26배 많다. 태안로컬푸드 직매장 등에 개당 1000원에 패션프루트를 납품하고 있다는 장씨는 “숙성되면 당도가 매우 높아져 아이들 간식으로도 제격”이라고 말했다.
역시 태안에 사는 황두순(62)씨는 1300㎡ 규모 시설하우스에서 ‘천사의 열매’로 불리는 파파야를 재배하고 있다. 비타민C와 카로티노이드가 풍부한데다 소화효소인 파파인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건강에 좋다는데, ㎏당 7000원가량에 온라인 등으로 판매한다.
김희준 전북도농업기술원 연구개발국장은 “새로운 소득작목을 위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공심채·만감류 등 새로운 아열대 작물을 개발했거나 연구 중이고, 동남아 출신 다문화가정에서 재배·소비하는 작물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박임근 허호준 안관옥 최예린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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