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에도 입시 시계는 돌아간다
2023학년도 입시 대입 모집 인원 증가
서울 주요 대학서 정시모집 비율 늘어
'세특' '행특' 구성 능력이 입시 방향 결정
'어디가' 누리집서 정보 얻고 무료상담도
“코로나19가 시작될 때 고등학교 입학했잖아요. 갑작스러운 비대면 수업에 교과, 비교과 활동 모두 제대로 한 것 같지 않고 학교생활기록부 채우는 것 때문에 조급해지고요. 시간을 잃어버린 느낌도 들고…. 게다가 곧 고3이 되어버리니 걱정돼요.”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최호준 학생은 ‘코로나 시국’ 때문에 입시 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를 채울 만한 활동을 한 것 같지도 않고 비대면 수업이 계속되다 보니 ‘내가 진짜 고등학생 맞나’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했다.
특히 현재 고2 학생들은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거의 2년째 ‘제대로 된 고교생활’을 경험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마냥 대입 준비에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와 함께 지금 고2가 준비해야 할 것들을 알아봤다.
입시의 큰 틀부터 파악하자
지난 4월 2023학년도 대입전형시행계획(이하 시행계획)이 발표됐다. 지금 고2 학생들이 대학을 가는 방법에 대한 큰 틀이 나온 것이다.
시행계획에 따르면 감소 추세를 이어오던 전체 대입 모집 인원이 2023학년도에는 2571명 늘어난다. 수도권 대학에서는 정시모집 비율이 증가하고 비수도권은 수시모집 비율이 늘어난다. 특히 서울 소재 16개 대학 정시모집 선발비율이 40~45%로 확대된다. 전국 대학 기준으로는 정시 선발 인원이 감소했지만 연세대 43.3%, 한국외대 42.6%, 중앙대 43.1%, 한양대 43%, 서울대 40.7%, 서강대 40.5% 등 서울 주요 대학 16곳의 정시 선발 인원은 대체로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2023학년도 시행계획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정시 선발인원의 변화”라며 “대학에 따라 전형별 모집인원의 변화가 있기 때문에 각 대학에서 발표한 전형방법 등의 변화를 반드시 미리 확인해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서울 주요 대학 16곳의 전형별 선발 인원 변화를 살펴보면 수시에서는 ‘학생부교과전형’, 정시에서는 ‘수능위주전형’의 선발인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대학 자연계열의 경우 수능 반영 시 수학 ‘확률과 통계’를 제외하고, 과학탐구를 지정하게 된 것도 눈여겨 보자. 상위권 주요대학의 자연계열 대부분에서 수학 ‘미적분’ ‘기하’ 중 택1, 과학탐구 지정 반영의 형식으로 대입 전형을 진행한다.
정시에만 ‘올인’하면 ‘재수’ 지름길
내신, 즉 교과 성적 관리는 입시의 기본이다. 수도권 대학들이 정시 비중을 높인다고는 하지만 내신 관리에 신경 쓰지 않고 정시에 ‘올인’하는 것은 ‘재수’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희망 대학의 수시모집에 지원할 만한 내신 성적이 나오지 않을 경우, 아예 고2 때부터 내신 관리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한번쯤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입시 전문가들은 “정시 비중이 늘어난 상황에서 더 이상 내신 성적 향상에 신경 쓰기보다는 수능 공부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하지만 극단적인 방법을 쓰기엔 아직 시간이 충분하다”라고 말한다.
상위권 대학 중심으로 교과전형 선발 인원이 늘었고, 모집 인원이 감소한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교과 성적이 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이라는 이야기다. 수험생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수능 준비를 기반으로 수시모집 준비를 병행하는 것이 재학생 입장에서는 유리하다.
학생부 비중 더욱 커진다
주요 대학의 2023학년도 입시 요강을 보면 정시 비중이 확대된다고 해도 수능 성적 못지않게 내신 반영 비율도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고1에 해당하는 2024학년도 입시부터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가 폐지되는데, 이런 흐름에 발맞춰 일부 대학에서는 현재 고2에게 적용되는 2023학년도 입시부터 자소서를 폐지했다. 해당 학교에 입학하고 싶은 고2 학생들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하 세특)과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행특) 구성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자소서가 폐지된다는 것은 학생부 비중이 더 커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교과 성적 외에 학생의 장점을 보여줄 수 있는 요소가 학생부에 집중되면서 세특 및 행특 구성 능력이 입시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특과 행특은 모두 나의 수업 참여 과정을 바탕으로 교사가 기록하는 내용이다.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 학생부 내용을 탄탄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원격수업 등 비대면 수업에서도 과제 수행에 성의를 보이고 발표와 토론, 보고서 등 수업 중에 진행되는 활동에 성실하게 참여하도록 하자.
달라진 학생부 대입 반영 방법도 체크해두자. 교육부 방침에 따라 비교과 영역의 기재가 제한되면서 더 이상 학생부 내용의 ‘양’으로만 승부를 보는 것은 힘들어졌다. 한 가지의 활동을 하더라도 전략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교과활동에서는 방과후학교 활동(수강) 내용을 기재하지 않고, 비교과 영역에서는 자율동아리는 연간 1개만 기재(분량 30자로 제한), 청소년 단체 활동은 단체명만 기재, 소논문 기재 금지, 독서활동은 도서명과 저자만 기록, 수상 경력은 교내 수상에 관해 학기당 1건만 반영(3년간 6건)할 수 있다.
수능 최저등급을 정해두는 대학이 점점 늘고 있어 학생부에만 집중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정시와 수시를 별개의 전형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수레의 두 바퀴라고 봐야 한다. 진로와 적성을 기반으로 정시와 수시는 함께 굴러가는 상호보완적 관계라는 이야기다.
교과평가 대비, 탐구 과목 준비
우리가 흔히 ‘내신’이라 부르는 교과 성적에서 석차 등급이 우수한 학생은 자신의 학업 역량, 발전 가능성, 나아가 성실성까지도 그 지표만으로 증명이 가능하다. 내신이 좋을수록 수시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학과 전형의 폭도 넓어진다.
올해 고2가 수능을 치르는 2023학년도 대입에서는 내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기 때문에 학교 성적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내신 자체가 모든 수시 전형에서 중요한 평가 요소다. 지금부터라도 내신 관리에 힘써 자신에게 유리한 대입 지형을 만들어야 한다.
학생부교과전형은 교과 성적을 정량 평가해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으로 대학에 따라 서류, 면접을 함께 평가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교과 성적 100%로 학생을 뽑는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내신이 중요하다. 이 전형은 학생부에 기록된 교과 이수 과목, 이수자 수, 원점수, 평균, 표준편차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지원자의 학업 성취도와 발전 가능성을 정성 평가한다. 내신 성적이 좋지 않으면 이 전형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고2 학생들은 수능 탐구 과목 관련해 서서히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탐구 한 과목 정도는 올해 말까지 개념 숙지는 물론 기본 문제 풀이까지 마쳐야 한다. 올해 겨울부터 내년 학기가 시작되는 3월 초 전까지 다른 선택과목 하나를 1회독하면 수능 준비에 여유가 생긴다. 2021학년도 수능 지원자 기준으로 탐구 과목 선택자 순위는 다음과 같다. 과학탐구Ⅰ 과목은 생명과학Ⅰ>지구과학Ⅰ>화학Ⅰ>물리학Ⅰ 순이고, 탐구Ⅱ과목은 생명과학Ⅱ>지구과학Ⅱ>화학Ⅱ>물리학Ⅱ 순이다. 사회탐구 선택 순위는 생활윤리>사회문화>한국지리>세계지리>윤리와 사상>동아시아사>정치와 법>세계사>경제 순이다.
열심히 ‘손품’ 팔아 진로 정하자
입시 준비의 첫걸음은 자신의 진로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2021년 남은 기간 동안 진로와 입시 등에 관련된 누리집을 즐겨찾기해두고 열심히 ‘손품’을 팔며 자신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 첫걸음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서 운영하는 대입정보포털 ‘어디가’(www.adiga.kr)의 활용도도 높다. 다양한 입시·진로 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고 온라인 상담 신청이 가능하다. ‘전공상담’ ‘베스트 상담사례’ ‘전형정보’ 등을 둘러보면 현재 고교 2학년의 입시 상황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
‘어디가’ 누리집에서는 학생부, 수능 및 모의고사 성적을 학생이 원하는 전형 조건으로 분석해준다. 베스트 대입상담 사례를 비롯해 대입전략 정보 등이 자세히 나와 있어 도움이 된다. 누리집 상단 메뉴 ‘대입정보센터’ 클릭 뒤 ‘대입박람회·설명회’ 등을 참고하자.
대교협 ‘대입 상담교사단’(교사단)이 진행하는 전화 입시 상담도 있다. 교사단은 10년 이상 진학지도 경력이 있는 현직 진학교사, 진로·진학 상담교사, 진학부장 등 40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누구든 전화(1600-1615)로 실시간 무료 상담이 가능하다. 일반대학뿐 아니라 전문대,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입시 상담도 진행한다.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농어촌, 특성화고 등 특별전형 상담도 반응이 좋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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