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들과 데이트' 논란..무심코 쓸 표현 아냐

유명 리조트, '엄마와 아들의 첫 숙박 데이트' 상품 광고 취소
부부관계 소원해지면서 아들에 의지하는 엄마 늘어
연인이나 소유물로 인식하는 태도는 자녀의 인격 성장 방해
건강한 부부·가족 관계, 양육 태도 돌아봐야
일본 유명 리조트 체인이 올 가을 특별 숙박 상품을 광고했으나 이를 비난하는 여론이 일자 숙박 상품을 취소했다.
해당 상품은 9월∼11월의 특정 기간 중 1박 2일 숙박하는 이벤트 상품으로, 대상을 성인1명과 5세 이상 남자 아이로 한정했다. 2끼 식사를 포함하면 7만 엔(한화 약 74만2,000원)을 호가하는 금액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문제가 된 상품은 ‘엄마와 아들의 첫 숙박 데이트 달맞이 편(ママと息子の初めてのお泊りデート-お月見編-)’이다. 해당 리조트 측은 2018년에도 비슷한 숙박 상품을 운영했다.

◆2018년 ‘엄마와 아들의 첫 숙박 데이트’ 상품 안내 ©해당 리조트 홈페이지
그러나 몇 년 사이 여론의 반응은 크게 달라져 있었다. 이번 상품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비난받았다.

◆'엄마와 아들의 첫 숙박 데이트' 상품 안내 ©해당 리조트 홈페이지
첫째, 성차별적인 표현을 포함하고 있다. 동반할 수 있는 자녀를 ‘5세 이상 아들’에 한정하고 ‘첫 숙박 데이트’라는 불필요한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SNS에서는 이를 두고 “‘아빠와 딸의 첫 숙박 데이트’라고 하면 바로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비난했다.
둘째, 상품 설명에 자녀를 마치 부모의 소유물처럼 표현하고 있다. 상품 안내에 ‘엄마가 아들을 챙기는 여행이 아니라, 엄마를 열심히 에스코트하는 아들에게 설렐 수 있다’, ‘호텔 직원으로부터 아들은 달맞이 때 엄마의 손을 잡아드리자, 레스토랑에서는 엄마에게 의자를 빼 드리자와 같은 강의를 받습니다’ 등 마치 남자친구와의 데이트를 연상하게 하는 표현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또 ‘두근두근한 순간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어머니가 90%를 웃돈다’, ‘두근두근한 설렘을 느끼는 대상이 아이라고 답한 사람이 약 80%’라는 문구를 인용하며, 해당 상품을 선전하고 있었다.
SNS에서는 “누구를 위한 여행인가”, “왜 자녀가 엄마의 설렘을 위해서 저런 행동을 해야 하는가” 등 반응을 보였다.
이와 같은 숙박 상품 외에도 일본에서는 ‘아들과 데이트(息子とデート)’ 또는 아들을 ‘작은 남자친구(小さな彼氏)’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고, 이를 SNS에 놀이처럼 게재하기도 한다.
‘아들과 데이트’, ‘작은 남자친구’ 등이 부모로서의 애정 표현이자 귀여운 표현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표현이 부모와 자녀 관계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들과 데이트’ 검색 결과 ©트위터
8월 7일 아사히신문은 ‘아들과 데이트’ 논란에 대해 보도했다. ‘데이트’ 중 자녀의 웃는 얼굴이 실제로는 ‘어른을 위해서’일 가능성에 대해 지적했다. 자녀의 생각과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고 어른이 자녀를 이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보도했다.
위드뉴스(with news)는 8월 9일부터 12일까지 연속 보도를 통해 일본 사회에서 ‘아들은 어리숙해서 손이 더 많이 가지만 그만큼 귀엽다’고 인식하는 점을 지적했다. 딸에게는 흔히 ‘작은 엄마(小さいお母さん)’, ‘엄마의 오른팔(ママの右腕)’이라고 표현하며 아들보다 훨씬 어른스럽게 성장하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들에 대한 표현과 상반된다는 점을 보도했다.
아들을 ‘작은 남자친구’, ‘어리숙하니까 귀엽다’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 표면적으로는 자녀에 대한 애정표현과 이를 희화화하는 놀이로 볼 수도 있지만 이러한 표현과 부모의 양육 태도는 아들이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회 통념적으로 아빠와 딸을 연인관계처럼 표현하는 데는 거부감을 갖는 반면, 엄마와 아들의 관계에 대해서는 귀여운 놀이 정도로 받아들이는 문제를 지적했다. 모자 관계와 부녀 관계 표현 모두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도했다.
위드뉴스(with news)는 8월 10일 ‘자녀 동반(子連れOK)’ 문화에 대한 일본 사회의 일면을 보도했다. 최근 10년 사이 ‘자녀 동반’ 상품이 확대되었고, 아이들 전용 공간이 있는 식당, 백화점, 카페, 요가 수업, 심지어 술집까지 생기고, 아이들을 위한 메뉴와 자리 등 가족용 상품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족용 상품이 증가한 것은 예전에 소비를 주도했던 젊은 세대들이 독신이고 그 인구가 줄어든 데다 젊은 세대들이 여행, 자동차 소유 등을 멀리하며 소비 활동을 하지 않자, 소비가 비교적 활발한 육아 세대로 타겟을 옮겼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자녀와 함께 외출할 수 있는 곳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여전히 자녀를 동반하는 이는 엄마인 점을 문제로 꼽았다.
육아를 하고 있는 많은 여성들이 대학 교육을 받고 성평등에 대해 교육받고 성장했으며, 독신 때부터 해온 자신의 취미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육아를 하는 엄마는 상대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며, 일본에서는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엄마들이 자녀를 데리고 외출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정신의학 전문의 세이키야씨는 칼럼을 통해 모자 관계 상담을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한 어머니는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아들에게 남편, 연인의 역할을 대신하게 해왔고, 이 문제로 중학생이 된 아들이 최근 등교를 거부하는 등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를 소개했다.
세이키야씨는 대개 신혼 때는 부부 관계가 좋지만 임신과 육아 생활 중 남편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쌓이면서 문제가 시작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임신 중 무관심한 남편의 태도에 상처를 받거나 육아로 바빠 부부 간 의사소통이 없어지면서 엄마는 점점 자녀에게 의지하게 된다고 전했다.
세이키야씨에 따르면 엄마가 다른 사람에게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자녀에게 털어놓고 자녀에게 다른 사람에게는 이야기하지 말라고 당부하거나, 모든 관심과 애정을 자녀에게 쏟으며 쇼핑, 마사지, 영화관 등 외출에 항상 자녀를 동반하는 경우 자녀는 심리적인 압박을 느낀다. 만약 본인이 엄마의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엄마가 슬퍼할까봐 본인의 감정보다 엄마의 표정부터 살피게 되기 때문이다.
전문의는 부모와 자녀 간의 애착 관계를 넘어 부모가 자녀를 지배하는 관계로 이어진다면 자녀의 발달, 부부 관계, 가족 관계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들과 데이트’를 가벼운 놀이, 귀여운 애정 표현을 넘어 사회가 암묵적으로 묵인해 온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반영된 표현으로 인식하는 것은, 수년 사이 일본 사회의 인식 변화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유명 리조트의 숙박 상품이 계기가 되었지만 이번 사태는 일본 사회에 이런 논의가 활발해지게 했고, 건강한 가족 관계, 부모의 올바른 양육 태도, 부모와 자녀 간 적절한 거리의 중요성을 생각해보게 했다.
일본 = 강효민 글로벌 리포터 garifota@naver.com
■ 필자 소개
대구광역시교육청 소속 초등교사
대구교육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학 석사
일본 효고교육대학교 대학원 학교교육학 석사
일본 츠쿠바대학교 교육학 박사과정 재학
대한민국 정부 국비 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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