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째 문 닫은 '밤도깨비야시장'..서울의 '푸드트럭'은 '희망고문'에 운다

허남설 기자 2021. 8. 1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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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여의도한강공원에서 2019년 9월 열린 밤도깨비야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북적이고 있다. Copyrightⓒ Seoul Bamdokkaebi Night Market(밤도깨비야시장 홈페이지)


서성수씨(33)는 불초밥을 요리하는 푸드트럭 운영자다. 하지만 서씨의 푸드트럭은 거리에서 문을 연 날보다 한강둔치 주차장에 덩그러니 세워져 있는 날이 더 많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하는 여러 행사들은 물론 아파트 단지 일일장 등 주요 장터들이 거의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차비 5만원만 다달이 나간다.

서씨는 특히 서울시 밤도깨비야시장이 문을 닫은 걸 아쉬워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반포·여의도한강공원 등을 옮겨다니는 밤도깨비야시장에서 장사를 하면 3월부터 10월까지 1년 중 6~7개월은 영업 장소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겨울철이면 밤도깨비야시장 참가 업체 선정을 대비해 신메뉴를 연구하고, 봄이 오면 안정적 영업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지금은 그런 예측가능한 일상이 사라졌다. 푸드트럭은 유원지 등 고정 영업지를 벗어나면 그냥 ‘불법 노점’ 신세가 된다. 서씨는 이제 아르바이트를 하며 밤도깨비야시장 재개 소식만 기다리는 중이다.

서씨는 지난 9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말했다. “저처럼 밤도깨비야시장을 보고 푸드트럭을 시작한 사람들이 많아요. 이제는 장사를 할 곳이 아예 없으니 푸드트럭 운영자들은 수입이 줄어든 게 아니라 그냥 수입이 없는 거죠. 다들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버티고 있는 거예요.”

커피와 음료를 파는 푸드트럭 운영자 박모씨(33)도 밤도깨비야시장 재개장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그는 요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 일을 한다. 집 주차장에 있는 푸드트럭은 한 주에 한두번 끌고 나가는 정도다. 박씨는 “주변에 다른 푸드트럭 운영자들은 배달라이더를 하면서 생계비를 벌기도 한다”며 “차량을 처분하려고 해도 푸드트럭으로 쓰려고 사가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내부 집기·장비 값은 아예 받지를 못한다더라”고 말했다.

밤도깨비야시장은 2016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열리다 지난해 3월9일 처음으로 연기를 공고한 이후 18개월째 문을 닫은 상태다. 푸드트럭 운영자들에게는 ‘희망고문’을 겪는 시간이었다.

지난해 8월, 2차례 품평회를 거쳐 예년보다 5개월 늦게 참가자를 최종 선정했지만 8·15광복절 집회로 ‘2차 대유행’이 시작돼 개최가 무산됐다. 올해도 7월9일부터 DDP에서 출입명부 등록·대기인원 제한 등 수칙을 마련한 ‘방역형 야시장’을 열기로 했지만, ‘4차 대유행’이 닥치고 거리 두기가 4단계로 상향되면서 역시 무기한 연기됐다. 박씨는 “내년까지 열리지 않으면 그 이상은 버틸 수 없을 것 같다. 푸드트럭을 접고 싶어도 (취소가 아니라) 연기하는 거라고 하니까 쉽게 접을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서성수씨의 푸드트럭이 2019년 5월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밤도깨비야시장에서 영업을 하자 시민들이 줄을 서서 음식을 기다리고 있다. Copyrightⓒ Seoul Bamdokkaebi Night Market(밤도깨비야시장 홈페이지)


푸드트럭 운영자들은 밤도깨비야시장이 야외에서 열리기 때문에 방역수칙만 철저히 준수하면 개최가 불가능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실내공간이지만 방역수칙 준수를 전제로 영업 중인 백화점·쇼핑몰 같은 곳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기도 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거리 두기 4단계가 유지되는 한 밤도깨비야시장 개장은 어렵다고 본다. 16일 현재 8월 들어 서울지역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466명이다. 거리 두기가 언제 조정될지는 알 수 없다.

밤도깨비야시장은 2015년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처음 열린 뒤 2016년부터 매년 열리는 상설시장이 된 바 있다. 서울시는 2016년 7월 푸드트럭 창업 활성화 정책을 염두에 두고 ‘음식판매자동차 영업장소 지정 및 관리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2019년 DDP와 여의도·반포한강공원, 청계천 등 6곳에서 열린 밤도깨비야시장엔 약 423만명이 방문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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