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경찰대'를 아시나요..경찰서 없지만 안전지수는 1위, 충북 증평군 [현장에서]

글·사진 이삭 기자 2021. 8. 1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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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충북 증평군의 택시경찰대인 개인 택시운전사 연천동씨가 지난 10일 도로에서 순찰구역이 그려진 지도를 보고 있다.


충북 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경찰서가 없는 증평군에서 개인택시 운전기사들로 구성된 ‘택시경찰대’가 지역 치안을 책임지며 활약 중이다. 이들의 활동 덕분에 증평군은 지난해 행정안전부의 재난관리 평가에서 전국 최우수를 기록했다. 또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지역 안전지수 평가에서도 충북지역 1위에 올랐다.

증평군은 2003년 괴산에서 분리됐다. 면적은 81.80㎢로 여의도 면적(8.40㎢)보다 10배 크다. 반면 치안시설은 괴산경찰서 관할의 증평지구대와 도안치안센터 두 곳이 전부다. 택시경찰대는 2019년 3월 출범했다. 지역 치안 공백을 메꾸기 위해서다.

지난 10일 오후 충북 증평군 증평읍. 증평군청 앞에서 손님을 내려준 개인택시 운전기사 연천동씨(71)가 ‘택시경찰대’라고 쓰여있는 조끼를 꺼내 입었다. 연씨는 순찰구역이 그려진 지도를 꺼내들고는 빈 택시를 몰고 군청에서 2㎞ 정도 떨어진 초중리로 향했다. 이 곳은 원룸 밀집지역으로 빈집 등이 많아 택시경찰대와 증평군이 방범 취약지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원룸촌 주변에 도착하자 그는 차량 속도를 시속 20㎞ 정도로 줄이고는 골목길을 천천히 돌며 주변을 살폈다. 인적이 드문 초중리 일대에는 ‘임대’ 표지판이 붙어있는 빈 점포들이 눈에 띄었다. 골목길 양 옆에는 수십대 차량이 빼곡하게 세워져 있었다. 연씨는 “초중리 일대는 빈 점포와 외국인 노동자가 출국하면서 버리고 간 방치 차량들이 많아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곳”이라며 “택시경찰대가 주의깊게 살피지 않으면 지역 주민들이 방치차량으로 주차를 하지 못해 불편을 겪고 불안해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수시로 순찰을 돌고 있다”고 말했다.

택시경찰대인 개인 택시운전사 연천동씨가 지난 10일 충북 증평군 증평공업고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교통시설물을 살펴보고 있다.


개인택시 증평군지부 소속 회원 68명 모두 택시경찰대 대원들이다. 증평군은 이들에게 경광봉·삼각대 등 장비를 지원했다. 괴산경찰서는 수시로 범죄·사고 대처 교육을 진행 중이다. 중평소방서는 응급상황에 대비해 심폐소생술 등을 교육했다. 지역 치안을 지키기 위해 민·관이 뭉친 셈이다. 이들은 증평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아동·여성 귀가 지원, 화재 등 재해 지역 순찰, 교통사고 2차 사고 예방에 앞장선다. 택시경찰대는 출범 이후 지난 7월까지 교통안전 시설물 정비·방치 차량 등 135건의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관계기관에 신고하거나 해결했다.

충북 증평군 택시경찰대인 개인 택시운전사 연천동씨가 지난 10일 오후 증평군의 한 도로를 순찰하고 있다.


택시경찰대는 초중리와 장동2리, 신동리, 중동리, 장동리 등 5개 지역을 방범 취약지역으로 정해 순찰도 한다. 방범 취약지역 인근 지역에 손님이 하차하면 빈 택시로 해당 지역을 찾아 순찰하는 방식이다. 박서윤 증평군 교통행정팀 주무관은 16일 “택시운전사들은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순찰활동에 최적의 조건”이라며 “증평은 경찰서가 없지만 택시경찰대의 활발한 활동으로 각종 평가에서 안전한 지자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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