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서장 재직하며 항만회사에 아들 취업 부탁..법원 "공정 저버려" 집행유예

[경향신문]

“해양경찰서장이라는 무거운 직분을 망각한 채 아들의 취업을 부탁, 공정한 경쟁에 대한 우리 사회의 높은 기대를 저버렸다.”

업무와 관련이 있는 기업 대표에게 아들의 취업을 부탁해 특별 채용되도록 한 전직 해양경찰서장에게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인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광주지법 형사2부(김진만 부장판사)는 16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전 목포해경서장 A씨(59)에 대한 항소심에서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뇌물공여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전 목포신항만운영 대표이사 B씨(61)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A씨는 해경서장이었던 2017년 5월11일 전남 목포의 한 식당에서 B씨와 저녁 식사를 하며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였는데도 취업을 못하고 집에서 놀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B씨는 “아들에게 입사지원을 하도록 해라”는 제안을 한 뒤 다음날 회사 인사 업무 담당자들에게 특별채용을 진행하도록 지시했다.

A씨의 아들은 면접을 거쳐 한달도 안 돼 입사했다. 이 회사는 신입 직원 채용 시 통상 3개월 이상 계약직으로 고용했다가 실적 등을 고려해 정규직으로 채용했는데 A씨 아들은 특별한 경력이나 자격증이 없음에도 이례적으로 곧바로 정규직으로 채용되기도 했다.

법원은 “A씨가 해양경찰서장으로서의 직무에 관해 아들의 취업이라는 무형의 이익을 얻음으로써 뇌물을 수수했다”고 판단했다. B씨는 A씨 아들을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시키고 2017년 3월부터 12월까지 공무원 C씨에게 300만원 이상의 골프 접대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부정 채용이 이루어진 사실 자체만으로도 해경서장이었던 A씨의 직무집행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