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고 키스하는 행사로 맺어진 커플의 최후.. 키싱부스3 [왓칭]
넷플릭스표 하이틴로맨스 흥행법칙
오글거림과 심쿵 사이
작품성 없지만 유쾌한
영화 '키싱부스' 시리즈
첫사랑, 첫키스, 성장통. 청춘의 풋풋함을 상징하는 이 단어들이 요새는 ‘돈’이 된다. 넷플릭스에서는 이 같은 주제들을 앞세운 ‘하이틴 로맨스(10대의 사랑을 그린) 영화’가 흥행 보증 수표가 된 지 오래다. 지난 2018년 첫 등장부터 전 세계 8000만명 이상의 시청자를 넷플릭스로 끌어들였던 ‘내가 사랑한 모든 남자들에게(내사모남)’ 3부작이 대표적 예다. 이밖에도 넷플릭스는 ‘퍼펙트 데이트’ ‘라스트 썸머’ 등 밝고, 경쾌하고, 두 시간이 채 안 되는 킬링타임 용 하이틴로맨스 작품들을 분기별로 쏟아내며 쏠쏠한 흥행 실적을 거둬왔다. ‘수익형 영화만 양산하는 공장’이란 비평과 ‘하이틴 로맨스 맛집’이란 호평을 동시에 얻으면서 말이다.
그리고 지난 12일, 또 하나의 넷플릭스 대표 하이틴 로맨스물 ‘키싱부스3′이 공개됐다. ‘키스 티켓’을 돈 받고 판 뒤 그 수익금을 기부하는 고등학교 ‘키싱부스’ 행사로 커플이 된 10대 소녀 ‘엘(배우 조이 킹)’과 그녀의 남자친구 ‘노아(제이콥 엘로디)’의 러브스토리를 그린 영화다. 넷플릭스표 하이틴 로맨스물의 흥행공식을 한데 모아놓은 작품이기도 하다.
◇하이틴 맛집 공식 1: 섹시하고, 학교에서 잘 나가는데 순애보적인 남자
키싱부스3은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종지부를 찍는 최종편이다. 1편에서 엘이 절친 ‘리(조엘 코트니)’의 형이자 어린 시절부터 친남매처럼 지냈던 ‘노아’와 키싱부스 행사를 통해 커플이 되는 과정을 그렸다면, 2편에선 이들 커플이 노아의 대학 진학으로 찾아온 장거리 연애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렸었다.
이번 3편에서는 특히 엘이 리와 정했던 절친 규칙, ‘절친과 같은 대학(버클리대)에 간다’는 규칙을 어기고 노아와 함께 하버드 진학을 결정하면서 벌어지는 갈등을 그린다. 엘은 서운해하는 리를 달래기 위해 그와 어린 시절 정했던 버킷리스트를 대학 진학 전 마지막 여름 동안 모두 실천하기로 약속하지만,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와 집안일까지 병행하며 리와의 약속을 지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설상가상 리와의 약속을 우선시하는 엘을 이해 못 하는 노아와의 싸움까지 잦아진다. 이 과정에서 엘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장통을 톡톡히 겪게 된다.
전편과 달리 ‘자아탐구’와 ‘청춘 성장통’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가 가미된 셈이지만, 그럼에도 기존 키싱부스 시리즈에서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점 하나가 있다. 바로 남주인공이 섹시하고, 순애보적이라는 것. 극 중 엘의 남자친구 노아는 자타공인 고등학교뿐 아니라 대학에서도 미남으로 꼽히는 핫한 인물이다. 미식축구 선수로 활약하며 건강미 넘치는 몸을 자랑하고, 이 때문에 여러 여자들의 구애를 받으며 한때는 엘에게 ‘바람둥이’, 혹은 대학 여자 동기와 삼각관계가 아닌지를 오해받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매 편의 마지막에서 엘을 향한 순애보 사랑을 간직한 인물로 그려진다.
이런 노아에게 도전하며 엘에게 구애하는 또 다른 서브 남주인공 ‘마르코(테일러 자카르 페레즈)’는 역시 섹시한 외모와 순애보 성향은 남주인공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것으로 그려진다. 전작 2편에서 전학생으로 처음 등장했던 마르코는 이번 3편에서 또한 끊임없이 엘을 향한 직진 고백을 이어간다.
이처럼 ‘나만 바라보는 백마 탄 왕자님 남주인공’의 설정은 사실 하이틴 로맨스물이 아닌 전 연령대 로맨스 영화에서도 수차례 클리셰(Cliché)처럼 쓰여온 전개 구도다. 넷플릭스 역시 이런 불변의 법칙을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하이틴 로맨스물 출연진 중 유독 여주인공이 아닌 제이콥 엘로디(키싱부스), 노아 센티네오(내사모남) 등 남주인공으로 화제를 모았던 배우들만이 또 다른 넷플릭스표 하이틴 로맨스물 주인공으로 재등용되고 있다.
◇하이틴 맛집 공식 2: 스스로 평범하다는데 결코 평범하지 않은 여주인공
이와 같이 섹시한 하이틴 로맨스물 속 남주인공들이 만일 자신들처럼 소위 ‘인싸’로 불리는 섹시한 여주인공과 맺어진다면 어떨까. 현실에서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줄거리 전개가 되겠지만, 정작 넷플릭스표 로맨스물에서는 이 같은 줄거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하나같이 스스로 ‘평범하다’고 주장하는 여주인공들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키싱부스만 봐도 여주인공 엘은 내레이션을 통해 자신을 주목받는 친구들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고등학생 소녀인 것처럼 소개한다. 내사모남 시리즈의 여주인공 라라 진은 여기서 더 나아가 친한 친구들과만 어울려 다니는 다소 ‘아웃사이더’인 것처럼 그려진다.
그러나 정작 영화 속 장면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이들 모두 결코 평범한 여주인공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하나같이 사랑스러움과 당당함을 장착했고, 모범생으로서 각자 글쓰기, 운동 등 주특기를 가졌고, 스스로는 외모가 잘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남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알게 모르게 연모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들은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화목한 가족과 언제나 자신의 편이 되는 ‘절친’, 그것도 때로는 여자가 아닌 ‘남자 사람 친구(남사친)’를 절친으로 두기도 한다. 이 모든 조건을 실제 현실에서 갖추기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들이 고민하는 주제 또한 범상치 않다. 키싱부스3에서 엘은 절친 남사친 리를 따라 버클리 대학을 갈지, 아니면 남친 노아를 따라 하버드 대학을 갈지 고민한다. 두 대학 모두 합격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엘의 모습을 보다 보면 혹 ‘미국은 우리와 달리 입시경쟁이 치열하지 않은가’란 생각마저 들기 마련인데, 미국에서도 하버드 등 아이비리그 대학은 들어가기가 무척 힘든 곳이다. 이 때문에 매년 이들 대학으로부터 합격통지서를 받고 오열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올리는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매해 유행이고, 편법으로 대학을 간 미국 유명인들의 입시 비리 사건이 큰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하이틴 맛집 공식3: 레트로 열풍 영향?
일각에서는 이같은 하이틴 로맨스 영화들의 성공 원인을 최근 과거에 대한 향수가 인기를 끄는 ‘레트로 열풍’이 불고 있는 것에서 찾기도 한다. 10대의 사랑을 그린 하이틴 로맨스물이지만, 오히려 그 시절을 이미 겪어본 20대, 30대들도 10대 못지 않게 이들 하이틴물을 찾아본다는 것이다.
실제 키싱부스 시리즈의 경우 국내에선 1편이 청소년 관람불가 연령으로 공개됐다. 하이틴 로맨스물이지만 하이틴 세대 대다수가 볼 수 없었던 것인데, 그럼에도 공개 직후 국내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영화 10위권에 단숨에 들었다. 특히 모바일 시장 분석 서비스 앱에이프의 2019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넷플릭스 여성 이용자 중 한국과 미국은 20대 이용자가 가장 많았고, 이어 30대와 40대가 많았다. 오히려 50대 이상과 10대 이상은 가장 적은 숫자를 차지한 연령대였다. 주 이용자 층이 20~30대인 매체에서 유독 10대의 사랑 이야기가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표 하이틴 로맨스물 장면들 속에도 이 점을 겨냥한 듯한 모습들이 많다. 내사모남 시리즈는 주인공들의 사랑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온라인 채팅이 아닌 ‘편지’를 택한다. 키싱부스 시리즈 속 여주인공 엘과 그의 절친 리는 요즘 10대에겐 생소할 수 있는 ‘디디알(DDR)’ 게임을 즐겨하고, 어린 시절 손수 적은 ‘절친 규칙’과 ‘절친 버킷리스트’를 신조처럼 여긴다. 하나같이 10대가 아닌, 오히려 지금의 20대~30대가 지나온 과거 10대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면들이다.
◇하이틴 맛집 공식 4: MZ세대 취향 저격용 ‘PC(정치적 올바름)’ 코드
다만 이들 넷플릭스표 하이틴 로맨스물이 20~30대 사이 인기를 끌었던 2000년대 초반 로맨스물들과 한 가지 점에서 확연한 차이를 지닌다. 바로 요즘 MZ세대 사이 큰 화두인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코드를 대거 등장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대다수 영화의 화자가 ‘여성’으로 설정돼 있는 것부터가 이런 특징을 잘 드러낸다. 내사모남, 키싱부스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하이틴 로맨스 대다수가 여성 주인공의 내레이션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며, 전체 줄거리 역시 여주인공의 자존감, 자아 정체성 찾기에 주력한다. 단연 이들을 사랑하는 남주인공 또한 이런 여주인공들의 도전을 응원하는 것을 기본 덕목으로 지닌 인물로 설정됐다. 특히 이들이 사랑에 빠지는 이유 또한 여주인공의 뛰어난 외모가 아닌 당찬 성정과 올바른 사고관 때문인 것처럼 그려진다.
다소 민감한 PC코드를 가미한 하이틴 로맨스물도 심심찮게 등장 중이다. 여자보다 키가 작은 남주인공, 남자보다 키가 큰 여주인공의 사랑을 그린 ‘톨걸’, 유색인종 주인공을 선보인 내사모남 시리즈와 ‘네버 헤브 아이 에버’, 레즈비언 성향의 10대 소녀를 주인공으로 삼은 ‘반쪽의 이야기’ 등이 대표적 예다.
이 같은 PC코드를 가미한 하이틴 로맨스물은 다소 비슷한 줄거리가 반복되는 이들 장르의 특성을 극복시켜주는 키워드가 되기도 한다. 과거 로맨스 영화가 그저 작품성이 없고, 숨어서 보는 킬링타임용 영화의 느낌이었다면 이런 PC코드를 품은 하이틴 로맨스물은 다소 ‘교훈적인 주제’에 치중하는 측면도 보인다. 이런 영화를 보고 공감했다며 주변에 추천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지지하는 특정 PC 주제와 가치관을 드러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키싱부스, Stream or Skip?
아쉽게도 키싱부스의 경우 그다지 교훈적인 주제가 강하지도, 작품성이 뛰어나다고도 보기 어려운 작품이다. ‘사랑이 전부가 아닌,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여성으로의 성장’이라는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이런 주제를 지나치게 엘과 노아의 사랑놀음으로만 풀어간다. 이 때문에 만일 작품성과 교훈을 기대하고 이 영화를 본다면 크게 실망하기 쉽다.
그러나 하이틴 로맨스물 특유의 간질거리는 사랑 이야기를 부담없이 보고 싶다면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2시간이 채 안 되는 짧은 러닝 타임, 특히 사랑이야기 뿐 아닌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엘과 리의 절친 연기가 보는 이들을 웃음 짓게 한다. 심각한 생각으로부터 벗어나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란 기분 좋은 향수를 떠올리며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을 때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특히 이번 키싱부스 3편은 대학을 졸업하고 어른이 된 주인공 커플이 결국 첫사랑의 결실을 맺게 되는지 여부로 끝을 맺는 만큼, 1편과 2편을 보며 이들의 최종 결말을 궁금해 하던 시청자들에겐 반가운 작품이 될 것이다.
다만 이 작품을 보고 연달아 또 다른 넷플릭스표 하이틴물을 보는 건 비추천한다. 분명 다른 작품인데 같은 이야기를 보는 듯한 기시감이 강하게 들 수 있어서다.
키싱부스(2018~2021)
개요 로맨틱 코미디 영화 l 미국 l 총 3편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풋풋한 첫사랑. 전세계 10대를 열광케 한 하이틴 로맨스 성공 키워드.
평점 IMDb⭐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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