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과 살아가기]심장 벽이 두꺼워져 급사 할수 있는 '비후성 심근병증'

이순용 2021. 8. 16. 10: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친형이 젊은 나이에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로 급사한 이후 30세에 병원을 찾은 최모 군은 이후 약간의 가슴 답답함도 함께 동반됐으나 일상생활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환자는 처음 병원을 방문했을 때 비후성 심근병증으로 진단 받고 외래를 다니게 됐다.

정상적인 심장 벽의 두께는 10mm 정도가 정상인데 최모 군은 18mm 정도로 두껍다고 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친척들 중에서도 급사를 하거나 심장 이식을 한 환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환자는 정기적으로 심장 초음파를 시행하고 있었는데 두꺼웠던 심장이 점차 얇아지고 심장 기능도 다소 감소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환자는 한 차례 의식소실이 있었고 호흡곤란도 조금씩 진행됐다. 급사의 가족력이 있어 급사를 방지하기 위한 제세동기를 삽입했다.

40대 중반이 돼서는 숨이 찬 증상이 자주 동반돼 입퇴원을 반복하면서 승압제를 사용하게 되었고 폐부종과 황달도 점차 발생하게 됐다. 환자의 심기능은 점차 감소하게 돼 인공심장이나 혹은 심장 이식을 고려하게 됐다. 인공심장에 대한 두려움으로 우심실 부전에 의한 황달과 소화불량, 그리고 폐부종이 심한 상태에서 승압제를 사용하면서 심장 이식을 대기하기로 했다. 중간에 소변이 나오지 않거나 황달이 심해질 경우 체외 순환기를 삽입하기로 했다. 두 아이의 아빠이고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인데 바라보는 주치의의 마음은 많이 무겁기만 하다.

비후성 심근병증은 고혈압, 대동맥판막 협착증, 혹은 신부전 등 심근 비대를 일으킬 만한 다른 원인없이 일차적으로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는 병이다.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유전질환으로서 유전자 변이가 심장 근육의 변이를 일으켜 심장 근육은 정상 보다 두꺼우며, 심근세포의 무질서한 배열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대략적으로 인구 500명당 1명꼴로 보고 되고 있으나 무증상으로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들까지 포함할 경우 더 많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비후성 심근병증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가 있더라도 실제 심장이 두꺼워지기까지의 기간은 개인별로 차이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는 속도도 개인에 따라 매우 달라,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발현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단기간에 급격히 심장 근육이 두꺼워져서 심부전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심장 근육이 두꺼우면 좋지 않을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심장 근육 하나하나가 제대로 기능을 못하고 섬유화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완기능의 장애나 수축기능의 장애로 나타나게 된다.

위 환자처럼 처음에는 두꺼운 심장 벽의 두께이다가 섬유화가 심해지면서 심장 벽이 얇아지고 심한 심기능의 저하와 호흡곤란이 오기도 한다. 환자들의 증상은 중년 이후 발현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소아때 부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같은 유전자를 가진 형제 자매라 하더라도 그 표현형이 서로 다를수 있다. 따라서 비후성 심근병증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모두 질환으로 발현하는 것이 아니며 나타나는 시기도 개인별로 다르기 때문에 비후성 심근병증이 진단되면 유전자 검사, 가족 선별 검사 등을 포함한 경험있는 심장 전문의와의 상담이 반드시 필요하다.

가족중에 50세 이전에 급사의 병력, 운전중 급사한 가족이 있는 경우, 젊은 나이에 생기거나 운동 중 반복되는 실신, 심근 두께가 30mm 가 넘는 경우 등에는 전문가와 상담후 제세동기 (ICD) 삽입을 고려할수 있다. 가족력이 있고 잦은 실신, MRI 검사 결과로 섬유화가 심한 경우는 치사성 부정맥으로 급사의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2년이 지나 최모 군은 어떻게 되었을까. 환자는 승압제를 사용하면서 병원 대기를 하고 철저하게 몸관리를 했다. 다행이 보통 환자들보다 이식이 빨리 되었고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지금은 두 아이의 아빠로 직장 생활을 하면서 활기찬 생활을 하고 계신다. 퇴원시 환자는 이렇게 이식을 받게 된 것에 감사하고 관리를 잘해서 공여자분께 조금이나마 은혜를 갚고 같은 처지에 있는 분들에게 도움을 줄수 있는 삶을 사실 거라 누차 이야기 하시며 새롭게 시작하는 삶을 초심을 잃지 않고 사실 거라 다짐한다는 편지 한장을 남기셨다.

지금도 환자분은 다른 심부전 환자분들에게 용기를 주시면서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며 사신다. 이 환자처럼 심장 이식이나 혹은 인공심장이 필요한 환자 혹은 심근 절제술이 필요한 비후성 심근 병증 환자들도 있지만, 현재로서 비후성 심근병증의 치료는 완치의 개념이 아닌 관리의 개념이 강하다. 대부분의 환자는 무증상이거나 가벼운 증상으로 지낼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며 비후성 심근병증에 대한 진료 경험이 많은 심장 전문의의 진료하에 장기적인 관리와 가족 선별검사가 중요하다고 할수 있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