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부조 봉투엔 '단자'를 써야 제격이죠

2021. 8. 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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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는 이미 일상의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직접 봉투라도 써서 전해야 그나마 참석지 못하는 마음이 풀릴 것 같다.

단자는 부조나 선물 따위의 내용을 적은 종이를 말한다.

이때 그 내용을 모아 쓴 속지를 봉투에 담아 함께 전했는데, 이게 단자의 유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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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자를 준비하지 못했다면 봉투에 축의나 조의 문구를 적어도 된다. 다만 봉투 안에 단자를 넣어 전달하는 게 더 예의를 갖추는 일이다. 단자에는 축의 또는 조의를 표하는 문구와 금액, 날짜, 성명을 정성스레 적는다.


코로나19 사태는 이미 일상의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경조사 문화도 그중 하나다. 결혼식장이든 장례식장이든 직접 찾아가서 하는 대면인사가 줄어들었다. 대신 마음으로 축하하고 위로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때 필요한 게 ‘봉투’다. 주위 친인척이나 지인 중 누군가 참석하는 이를 통해 마음을 전한다.

 예전에 낱낱의 물품을 적어 보낸 데서 유래

모바일 송금이 점차 늘긴 하지만 그러기엔 아쉬움이 크다. 직접 봉투라도 써서 전해야 그나마 참석지 못하는 마음이 풀릴 것 같다. 우리 문화에선 부조금을 넣는 봉투를 만들 때도 격식을 차렸다. 요즘은 봉투에 바로 돈을 넣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종이로 부조금을 싸서 넣는 게 우리 예법이다. 이 종이를 ‘단자(單子)’라고 한다.

단자는 부조나 선물 따위의 내용을 적은 종이를 말한다. 돈의 액수나 선물의 품목, 수량, 보내는 사람의 이름 따위를 써서 물건과 함께 보낸다. 지금이야 경조사 때 부조를 대부분 돈으로 하지만, 옛날에는 현금보다 물품을 주로 보냈다. 이때 그 내용을 모아 쓴 속지를 봉투에 담아 함께 전했는데, 이게 단자의 유래다.

‘단(單)’은 ‘홑 단’ 자로, ‘낱낱’의 의미를 뜻한다. ‘자(子)’는 크기가 작은 생활용품이나 도구를 나타내는, 접미사 같은 기능을 하는 말이다. 의자(椅子), 탁자(卓子) 같은 데 이 말이 쓰였다. 그러니 단자란 물건 하나하나의 목록, 즉 낱낱의 물품을 적은 종이를 가리킨다.

‘단자’가 본래의 용어지만, 한자 의식이 점차 흐려지는 요즘 세대에 이 말은 제법 어려울 것 같다. 그냥 ‘속지’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속지란 편지 봉투 따위에 들어 있는, 글 쓴 종이를 말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속지에 축하 인사를 쓰고 종이를 접어 돈을 넣었다”란 용례가 있다.

 ‘단자’는 어려운 한자어…‘속지’라 해도 무난

단자를 준비하지 못했다면 봉투에 축의나 조의 문구를 적어도 된다. 다만 봉투 안에 단자를 넣어 전달하는 게 더 예의를 갖추는 일이다(이하 국립국어원, 《표준언어예절》 참조). 단자에는 축의 또는 조의를 표하는 문구와 금액, 날짜, 성명을 정성스레 적는다. 결혼식인 경우 맨 앞에 ‘축 혼인(또는 결혼, 화혼)’이라고 적고, 초상일 때는 ‘부의(賻儀: 상가에 보내는 돈이나 물품. 또는 그런 일)’가 가장 일반적이다. 이들은 관행적으로 한자로 쓰는데, 요즘은 ‘결혼을 축하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식으로 한글 문장으로 적기도 한다.

그 밑에는 부조하는 돈의 액수를 ‘금 OO 원’으로 표시한다. 이는 지난 시절 물품으로 할 때 ‘삼베 한 필, 달걀 두 꾸러미…’ 식으로 나열해 적던 것에서 비롯됐다. 이를 영수증 쓰듯이 ‘일금 OO 원정’이라고 하지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참고로 ‘-정(整)’은 금액을 나타내는 명사구 뒤에 붙어 ‘그 금액에 한정됨’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그 밑에 연월일, 성명을 차례로 적으면 된다. 단자는 흰 종이에 쓰는데, 단자를 접을 때 가능하면 부조 문구나 이름이 접히지 않게 한다는 것도 알아둘 만하다.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단자가 들어간 말로 비교적 많이 알려진 게 ‘사주단자(四柱單子)’다. 혼인이 정해진 뒤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신랑의 사주를 적어서 보내는 종이를 말한다. 이를 자칫 사주단지로 잘못 알고 쓰는 경우도 있다. 이는 아마도 ‘신줏단지(神主-)’의 발음에 이끌려 착각해 쓰는 게 아닌가 싶다. ‘신주’란 조상신을 말한다. 예부터 어떤 물건을 몹시 귀하게 여겨 조심스럽게 다루는 것을 두고 “신줏단지 모시듯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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