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간첩, 돈 쪼들렸나.. 식당은 코로나에 폐업, 2000만원 두고 내분도
[편집자주] 충북 청주 기반 활동가 4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정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북한으로부터 활동 자금을 받고 수년간 지령을 수행해 온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지시 중에는 청주공항 F-35A 스텔스기 도입반대 투쟁을 벌이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일명 '스텔스 간첩'으로 불리기도 한다. 머니투데이는 청주지검이 법원에 제출한 활동가들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입수해 그 내용을 공개한다. 이들은 은밀하게 정치권 인사들에게 손을 뻗은 한편, 인터넷 언론 매체를 통해 북한 체제를 공개적으로 찬양하기도 했다. 일용직으로 일하거나 식당을 차리는 등 평범한 생활을 이어갔으나 이는 활동비를 벌기 위한 행위로 분석된다.
"피의자들은 현재 직업이 없는 상태이고, 과거에도 무직이거나 빈번하게 이직한 사실이 있어 도주 우려가 크다."
간첩 활동을 벌이다 최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일명 '청주 간첩단.' 청주지검은 이들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이유 중 하나로 충북동지회 조직원들이 일정한 직업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체포 당시 충북동지회 구성원들은 무직이거나 일용직을 전전하고 있었다.
미국 스텔스기 F-35A 도입 반대, DMZ평화인간띠, 통일 밤묘목 100만그루 보내기 운동 등 활동을 벌였지만 조직원들은 안정적인 수입이 없어 생활고를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그려진 간첩들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다.
충북동지회 고문 박모씨(57·구속)는 1994~1995년 약 1년 9개월간 한국타이어에서 근무한 이력만 있을 뿐 지금까지 협동조합 이사 등으로 등재된 것 이외에는 일정한 직업이 없었다.
위원장 손모씨(47·불구속)도 근무하던 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 지난 2월 퇴사했다. 손씨가 운영한 것으로 확인된 선전활동 매개체가 됐다는 인터넷 언론사 '충북청년신문'도 수입이 거의 없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였다. 언론이 아닌 개인블로그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위원장 윤모씨(50·구속)는 계약직을 전전했다. 2017년 어린이집에서 근무를 하다 2019년 한 중소기업에서 일용직으로 잠깐 근무한 것이 전부다. 2014년 6월 기초의회 지방선거에 입후보했으나 낙선하기도 했다.
연락담당이었던 박모씨(50·구속)는 1995년 이후 15회 가량 이직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최근 근무했던 충북 제천의 한 요양병원에선 지난 3월 6~22일까지 채 한 달도 근무하지 않았다. 무직이었던 기간도 길었다.
이들이 주로 접선을 했던 곳은 청주에 위치한 한 국수집이었다. 2018년 활동반경 확대를 위해 손씨를 영업주로 해 한 식당을 개업한 뒤 운영했지만 장사일마저 잘 풀리지 않았다. 해당 국수집은 코로나19(COVID-19)로 손님이 줄었고, 계약기간 만료로 결국 폐업했다.
경찰과 국정원에 따르면 이들은 돈을 놓고 내부 갈등을 벌이기도 했다. 피의자들은 2019년 11월 중국 선양에서 북측으로부터 2만 달러의 활동자금을 받았다. 북한 공작원이 무인함에 놓고 간 돈을 연락담당 박씨가 찾아가는 방식이었다.
이후 윤씨는 올해 3월 4일 "박씨가 활동자금 중 1만 달러를 유용·횡령했다"고 비난하는 내용의 보고문을 북측에 보냈다. 이에 북측은 일주일 뒤 "1만 달러를 자의대로 처리하게 된 동기와 원인을 상세히 보고하라"는 지령을 내렸다. 영장 청구서에는 조직원 중 1명이 충북동지회를 탈퇴하려 하자 다른 조직원이 "북한에 보고하겠다"며 사실상 협박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충북동지회는 지역 정치권과 노동계 전반에 대한 영향력 행사와 의식화를 조직의 임무로 정했지만 이들의 활동성과는 대개 허무하게 끝났다.
가령 충북동지회는 2018년부터 민중당(현 진보당) 충북도당 간부인 A씨의 신원 자료와 사상 동향, 포섭 방법을 수집해 보고하라는 지령을 받았다. 수개월에 걸쳐 북측의 재촉을 받고 2019년 7월 A씨에 관한 자료를 발신했지만, 내용에 실망한 북측은 "어떤 방법으로 포섭하겠는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지 못했다"며 "속을 터놓을 수 있는 가까운 친구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충북동지회를 질책했다.
이들은 또 21대 총선을 앞둔 작년 3월 북한 지령을 받고 청주 지역 더불어민주당 간부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충북동지회는 'F-35A 도입 반대', '국가보안법 철폐', '주한미군 철수' 등의 의제화를 요청했으나 민주당 인사는 거절했다.
이들의 꿈은 원대했다. 연락담당자 박씨가 2017년 이메일에 보관해둔 편지 형식의 글에선 중국에 체류하는 것으로 보이는 한 인물에게 "북경에서 회사를 만들어 사업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며 "한국 문구류 유통 가게를 내려고 계획 중"이라고 적었다. 한국을 떠나 장밋빛 미래를 계획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들은 지역사회에서조차 영향력이 미미했던 것으로 보인다. 충북 지역에 대기업 노조를 장악하라든가, 간호사를 조직해라 등의 지령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민주노총의 가입조차 거부당했다. 윤씨는 2016년 12월 민주노총 소속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에 개별 조합원 가입 신청서를 냈지만 금속노조 측은 두 달 뒤 "조직력 훼손을 우려한다"며 조합 가입을 거부한다고 통보했다.
인터넷에 공개했던 이들의 활동일지를 봐도 기자회견, 1인 시위, 서명운동이 전부였다. 활동 영상을 봐도 조직원 4명과 가족 이외 인물들은 거의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북한 측 공작원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통신 지령엔 "자체능력을 고려함이 없이 주관적인 욕망만을 앞세우면서 과도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며 "중심이 없이 여러 가지 사업을 벌려놓다 보니 형식에 비해 결실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문책성 평가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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