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송에 아로새겨진 일제 수탈
[경향신문]
전쟁물자 조달…‘V자’ 상처
태안군, 실태 조사·대책 마련
충남 등록문화재 신청 계획도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는 드넓은 소나무 숲이 펼쳐져 있다. ‘안면송’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곳 소나무는 크고 품질이 우수하기로 유명하다. 조선시대에 경복궁을 지을 때도 안면송을 썼다는 기록이 있다. 단일 수종으로 5000년 이상 지속적으로 보호를 받아온 이 소나무는 2008년 화재로 소실됐던 숭례문을 복원하는 데도 쓰였다.
하지만 상당수 안면송들은 아픈 기억, 아픈 상처를 안고 있다. 그 기억과 상처는 지금도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 일제는 전쟁물자인 송탄유(松炭油)를 확보하기 위해 안면도 소나무에 톱날로 ‘V’자 모양의 상처(사진)를 냈다. 이 작업에는 안면도 주민들이 강제로 동원됐다.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는 안면송이 일제의 수탈 대상이 됐던 것이다.
충남 태안군이 제76주년 광복절을 맞아 일제에 의한 안면송의 정확한 피해 실태를 조사하고, 아픈 역사를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태안군은 국립산림과학원 등 전문기관을 통해 정확한 피해 현황과 피해를 입은 소나무 나이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군은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피해 소나무에 대해 충남 등록문화재 등록 신청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또 가슴 아픈 역사를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 현장에 ‘상처 난 소나무’ 안내판도 설치하기로 했다. 태안군 관계자는 “V자형 상처는 아소상점이 보다 저렴하고 손쉽게 송진을 채취하기 위해 고안한 방식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이로 인해 많은 안면송이 회복되지 않는 큰 상처를 입었다”고 밝혔다.
태안군은 1930년대부터 시작된 안면송 송진 채취 행위가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계속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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