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정부 "탈레반에 정권 이양" 사실상 항복 선언.."아프간 대통령 타지키로 떠나"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윤기은 기자 2021. 8. 1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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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인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포위한 15일(현지시간) 미군의 치누크 수송헬기가 카불에 남아 있는 미국인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 대사관 건물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카불|AP연합뉴스


탈레반의 공세로 수도 카불까지 함락 직전으로 몰리자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평화적으로 정권을 넘기겠다며 사실상 항복을 선언했다. 사임설이 유력하게 도는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현지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카불 주재 대사관 철수를 시작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를 지원하기 위해 미군 5000명을 배치했다.

아프간 내무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간) “탈레반에 평화롭게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아프간 정부 관계자도 AP통신에 “탈레반 협상단이 권력 인수 준비를 위해 대통령궁으로 이동 중”이라며 이 협상의 목표는 탈레반에 평화롭게 정부을 넘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며칠 안에 정권이 이양되길 바란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미국은 카불 주재 대사관 철수를 시작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지원하기 위해 미군 5000명을 배치했다.

아프간 내무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간) “탈레반에 평화롭게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아프간 정부 관계자도 AP통신에 “탈레반 협상단이 권력 인수 준비를 위해 대통령궁으로 이동 중”이라며 이 협상의 목표는 탈레반에 평화롭게 정부를 넘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러시아 언론 스푸트니크는 가니 대통령이 아프간을 이미 떠나 타지키스탄으로 향했으며, 그곳에서 제3국으로 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압둘라 압둘라 아프간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니 대통령이 나라를 떠났다”고 말하는 영상을 올렸다. 앞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언론 알아라비야는 익명의 취재원 말을 인용해 가니 대통령의 하야가 임박했다면서 알리 아마드 자랄리 전 내무장관이 새 과도정부의 수반으로 내정됐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으로선 2001년 9·11 테러 직후 범행 배후인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넘기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가 미군의 침공을 받고 정권을 잃은지 20년만에 아프간을 되찾게 되는 셈이다.

카불 외의 대도시를 모두 장악한 탈레반은 이날 카불 외곽 진입을 시작했다. AP통신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카불의 칼라칸 지구, 카라바그 지구 등에 탈레반이 있다며 “아직 전투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탈레반은 전날에는 카불 남쪽 11㎞ 지점 로가르주 지역까지 진격해 정부군과 전투를 벌였다.

AP통신에 따르면 전날 밤 아프간 북부 최대 도시인 마자르-이-야리프에 이어 이날 카불과 인접한 동쪽 잘랄라바드와 서쪽 마이단 와르다크가 탈레반의 손에 넘어갔다. 북부 지역 전체가 탈레반의 손에 넘어갔고, 동쪽과 서족의 방어벽도 무너졌다는 의미다. 탈레반은 현재 아프간 34개 주도 중 27개 이상을 점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조직원들에게 카불 관문에서 대기하고 입성하진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신 아프간 정부가 평화적으로 항복하는 방안을 두고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가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프간) 정부나 군에서 일한 모든 이들이 용서받을 것이며 누구에게도 복수할 계획이 없다”면서 “아프간인들은 두려움에 도망치지 말고 아프간에 남아달라”라고 말했다.

탈레반은 이날 향후 아프간 내 외국인과 각종 시설 운영 등에 관한 원칙을 밝혔다. 탈레반은 카불 내 외국인은 원할 경우 떠나거나 새 탈레반 정부에 등록을 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공항과 병원은 계속 운영될 것이며, 긴급 물품 공급 역시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레반은 또 아프간 병사들에게 귀향을 허용할 것이라며 군대의 해산을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가니 대통령은 잘메이 할릴자드 아프간 평화협상 미국 특사 및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고위 관료와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함락 직전에 놓인 카불의 아프간 시민들은 패닉에 빠졌다. 외신에 따르면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는 해외로 탈출하려는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카불에서 외부로 빠져나가는 육로가 모두 막히면서 공항으로 탈출 인파가 몰린 것이다. 현지 항공사의 국제선 항공편은 이미 다음 주까지 예약이 꽉 찬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붕괴 위기에 처하자 달러 사재기가 심화되고 앞다퉈 현금을 인출하는 모습도 관찰된다.

아프가니스탄과 주변국 지도. 구글지도 캡쳐


미국은 현지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이날 카불 주재 대사관 외교관들의 철수를 시작했다. 한 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로이터통신에 “소규모 인원이 현재 (대사관을) 떠나고 있으며, 대다수 직원 또한 떠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CBS방송은 아프간 주재 미국대사관이 36시간 내에 소수의 핵심 인력만 제외하고 대피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복수의 외교안보 소식통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 당국자 두 명도 “72시간 내에 카불 대사관에서 모든 인원을 철수시킬 계획이다”고 CNN에 말했다. 미국 외교관들은 민감한 문서나 자료 등을 폐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도 로리 브리스토 아프간 주재 자국 대사를 오는 16일 저녁 전까지 아프간에서 탈출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DPA통신에 따르면 독일 정부도 자국 대사관 직원과 외교관 철수를 계획하고 있으며, 독일 공군은 16일 수송기를 카불로 보낼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성명을 통해 “미국 요원과 동맹국 요원의 질서 있고 안전한 감축 그리고 우리 군을 도왔던 아프간인들의 질서 있고 안전한 탈출을 보장하기 위해 약 5000명의 미군 배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대사관 경비를 위한 1000명, 하미르 카르자이 공항 경비를 위한 3000명에 이어 1000명의 병력을 추가 배치하기로 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 발표에 앞서 국가안보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했다. 그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아프간에서 추가 유혈사태를 막고 정치적 합의를 추진하기 위해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을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탈레반 측에 미국 요원과 임무를 위험에 빠뜨리는 어떤 행동도 신속하고 강력한 군사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 사실도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나 “다른 나라에 미국이 끝없이 주둔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면서 철군 방침은 유지했다. 그는 “아프간 정부군이 자신의 나라를 지킬 능력이나 의지가 없다면 미군의 1년 또는 5년 추가 주둔은 아무런 차이를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2명의 공화당 대통령과 1명의 민주당 대통령에 이어 아프간 주둔 문제를 다루는 네번째 대통령이라면서 “나는 이 전쟁을 다섯번째 대통령에게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20년간 아프간 정부의 자치 능력 및 방위력 증진을 위해 쏟아부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퇴각조차 장담하지 못할 상황이 전개되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탈레반의 예상보다 빠른 진군과 아프간 정부군의 무력함으로 질서 있는 철수 조차 어렵게 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20년 전 전쟁을 시작한 이후 미국이 아프간에서 낙관주의를 바탕으로 내렸던 잘못된 판단이 퇴각 과정에서도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탈레반의 아프간 재탈환 과정은 1970년대 베트남전 막바지 상황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결정(철군)으로 우리는 치욕적인 ‘1975년 사이공(현재 베트남 호찌민) 함락’의 속편으로 나아가게 됐고 심지어 상황이 그때보다 나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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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현지 치안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하자 정부는 카불 시내에 있는 한국 대사관 인력 대피 및 철수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대책을 논의 중이다. 카불 함락 등 사태가 급박해질 경우 유관국과 협조해 대사관을 철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지 우리 대사관은 아직 인원이 체류 중이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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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재중 특파원 ·|윤기은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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