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70% 접종 완료 한 달 앞당겨 10월 말로..전제 조건은 화이자·모더나 공급
코로나19 집단면역 달성 조건인 '전 국민 70% 백신 2차 접종 완료' 시점을 정부가 10월 말로 한 달가량 앞당겼다. 정부가 구매 계약을 맺은 코로나19 백신 물량을 고려하면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전제 조건은 8~9월 사이 백신이 정말 충분히 들어오느냐다. 모더나가 이달 공급 물량을 일방적으로 반토막 낸 것처럼 백신 수급 계획이 틀어지면 '10월 말 2차 접종 완료' 목표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눈과 귀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모더나 본사에 다녀온 정부 대표단에 쏠리고 있다.
추석 전까지 1차, 10월 말까지 2차 완료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백신 접종이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며 "10월이면 전 국민의 70%가 2차 접종까지 완료할 것이고, 목표 접종률을 더욱 높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올해 추석까지 전체 국민의 70%인 3,600만 명에 대한 1차 예방접종을 마치고, 11월까지 2차 접종을 완료해 코로나19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런데 이날 문 대통령이 2차 접종 완료 시점을 한 달 정도 앞당긴다고 한 것이다. 추석 연휴 직전일인 9월 19일 마지막으로 1차 접종을 한 사람들이 2차 접종을 하는 6주 뒤가 10월 말일인 걸 감안하면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일정이다.
계약된 백신 물량도 충분하다. 1차 접종이 가장 늦은 18~49세 중 현재 예약이 진행 중인 대상자는 1,576만 명이다. 정부의 백신 도입 계획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AZ), 얀센 백신을 합쳐 총 1,857만2,000회분이 들어오고, 9월에는 4,200만 회분, 10~12월에는 9,000만 회분이 공급된다.
문제는 백신이 정말 계획대로 오느냐다. 모더나는 생산 차질을 이유로 7월 물량을 8월로 미루더니, 곧이어 약속했던 8월 물량(850만 회분)을 절반밖에 못 준다고 일방 통보했다. 정부는 부랴부랴 대표단을 꾸려 모더나 본사를 항의 방문하고 15일 돌아왔지만, 앞으로 이 같은 공급 차질이 또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오재욱 백신도입사무국 백신도입지원팀장은 “모더나가 한국 공급 물량을 확대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건 (대표단을 통해) 확인됐다”면서도 “구체적인 일정이나 물량은 추후에 다시 협의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공급 시기와 물량 조정 등에 긍정적 반응은 이끌어냈지만, 실무 선에서 해결해야 할 게 아직 남았다는 얘기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그러나 "모더나로부터 언질을 받았다고 해도 백신이 공항에 도착하기 전까진 알 수 없다"고 귀띔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도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공급 차질이 중대하게 발생할 경우에는 (10월 말 2차 접종 완료) 계획이 좀 변동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대표단은 모더나 측의 사과를 받았으며, 이르면 이달 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을 시작하는 모더나 백신 초기 물량을 국내에 공급하는 방안을 모더나 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단은 오는 17일 모더나 방문 성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추석 전후 방역체계 전환 고민 시작"
10월 말 70% 2차 접종 달성에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이 더 있다. 먼저 해외의 추가 접종(부스터샷)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화이자, 모더나 백신으로 부스터샷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점은 우리의 백신 수급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18~49세의 접종 참여율도 중요한 조건이다. 정부는 18~49세 인구의 71.9%가 잔여백신 당일예약, 지자체 자율접종, 10부제 사전예약 등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전 국민 70% 접종을 위해선 18~49세의 70% 이상이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간당간당하다. 남은 예약 기간 동안 예약률이 올라갈수록 집단면역 달성에 유리하다.
10월 말 70% 2차 접종 목표를 맞추면 마지막 접종자들이 항체가 형성되는 데까지 2주가 걸리니 11월 중순 집단면역 달성이 가능하다. 그런데 일각에선 계속되는 변이 발생 등으로 집단면역이 결국 불가능할 거란 암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종식을 전제로 한 집단면역이 불가능하단 비판이 있어도, 예방접종이 보편화하면 유행이 어느 정도 통제되고 치사율과 위중증 환자 관리에 큰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국민 70%의 1차 접종이 완료되는 추석 전후로 확진자 수가 아닌 치명률 중심의 방역체계 전환을 고민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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