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법개정 했는데..군, 성폭력사건 여가부에 '지각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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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숨진 채 발견된 해군 부사관 ㄱ중사 사건과 관련해, 해군이 정식으로 성폭력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 나흘이 지나서야 이 사실을 여성가족부에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 이후 군의 은폐·축소를 막고 피해자 보호하기 위해 '여성가족부 즉시 보고'로 법이 개정됐지만, 해군은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공개된 뒤에야 성폭력 사건이 있었음을 '지각 통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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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9일 신고 접수하고 언론보도 나온 후에야 13일 오후 통보
여성단체 "군 당국 더는 못 믿어.. 여성가족부 직접 개입하라"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숨진 채 발견된 해군 부사관 ㄱ중사 사건과 관련해, 해군이 정식으로 성폭력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 나흘이 지나서야 이 사실을 여성가족부에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 이후 군의 은폐·축소를 막고 피해자 보호하기 위해 ‘여성가족부 즉시 보고’로 법이 개정됐지만, 해군은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공개된 뒤에야 성폭력 사건이 있었음을 ‘지각 통보’한 것이다. 여성단체 등은 “더 이상 군을 믿을 수 없다”며 여성가족부 직접 개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겨레> 취재 결과, 해군은 지난 13일 오후 여가부에 해군 ㄱ중사 성폭력 사건 발생 사실을 통보했다. 지난 7월13일 개정된 성폭력방지법은 기관장은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된 경우 피해자의 명시적인 반대의견이 없으면 ‘지체 없이’ 여성가족부장관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ㄱ중사는 지난 5월27일 성폭력 피해를 당했고, 그로부터 70여일이 지난 8월7일 소속 부대장 등과 면담 과정에서 피해 사실을 밝혔다. 이틀 뒤인 9일에는 사건을 정식 신고했다. 부석종 해군참모총장과 서욱 국방장관은 11일 최초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폭력 신고가 일선 부대에서 해군참모총장에까지 올라가는 데 이틀, 해군본부가 여성가족부에 이 사실을 통보하는 데까지 또 이틀이 걸린 것이다. 부석종 해군참모총장과 서욱 국방장관은 ‘지체 없이’ 여가부에 통보하도록 한 규정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군 수뇌부의 법 위반 여부도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해군은 ㄱ중사의 신고 후 별다른 후속조치가 없었던 이유로 ‘피해자가 사건 유출을 원하지 않았음’을 내세우고 있다. 그랬더라도 ㄱ중사가 공론화를 결심하고 정식 신고를 접수한 9일 이후에는 곧바로 여가부 통보가 이뤄졌어야 한다. 여가부는 ㄱ중사가 사망하고 사건이 보도된 이튿날인 13일 오후에서야 국방부로부터 성폭력 사건 통보를 받았다. 이마저도 일부 언론의 지적이 나온 후 이뤄졌다. 형식적인 통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여가부 관계자는 1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해군으로부터) 언론에 보도된 내용 이상을 듣지는 못했다”고 했다.
석 달만에 군 성폭력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가 되풀이되자 여성단체 등은 여가부 직접 개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성명을 통해 “이제 더 이상 군을 믿을 수 없다. 여성가족부 정영애 장관은 즉시 석 달 만에 두 명의 여중사를 잃은 군내 성폭력 문화와 사건에 대해 직접 개입하여 여성이 성폭력으로 죽지 않고 군인으로 복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서라”고 요구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대도 “우리 청소년들에게 이런 군대를 가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 것이며, 우리 젊은이들에게 이런 군대에서 어떻게 조국을 지키라고 할 수 있을지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계속되는 군의 성범죄 반복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국방부장관의 경질을 촉구한다”고 했다.
성폭력방지법은 ‘여성가족부 장관이 해당 기관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할 수 있으며, 점검 결과 시정이나 보완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시정이나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석 달 전 공군 여중사 사망 사건 발생 당시까지는 법 개정 전이어서 여가부가 성폭력 교육이나 예방조치에 대해서만 점검을 할 수 있었는데, 이번 개정으로 사안이 중대할 경우 여가부가 현장 점검을 하고, 시정·보완 요구까지도 할 수 있게 됐다. 여성단체 등에서는 여가부가 이전과 달리 얼마나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지 주목하고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현장점검은 확실히 할 것인데,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군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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