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말 격랑에 빠진 노·정관계..민주노총 위원장 두번째 구속까지

이혜리 기자 2021. 8. 1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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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5일 오전 민주노총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건물에 부착돼있는 현판. 연합뉴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문재인 정부 말 노·정 관계는 격랑에 빠지게 됐다.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하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조합원 수 110만여명의 제1노총 민주노총 위원장 2명이 모두 구속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민주노총은 양 위원장이 구속영장 집행을 포함해 형사사법절차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기존과 변동이 없다고 15일 밝혔다. 양 위원장은 지난달 3일 서울 종로 일대에서 8000여명이 모인 노동자대회 등을 주도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등)를 받고 있고 있다. 그는 지난 11일 구속영장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양 위원장은 오는 18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에 위치한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정상적으로 업무를 계속 수행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양 위원장 신병을 확보하려는 경찰과 이를 막는 민주노총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양 위원장이 구속되면 1995년 민주노총 창립 후 6번째 위원장 구속 사례가 된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김명환 전임 위원장에 이어 위원장 2명이 모두 구속된다. 현 정부와 민주노총은 구체적 노동정책을 두고 건건이 부딪쳤다. 정부 초기 김 전 위원장이 사회적 대화 참여 의지를 보인 적이 있지만, 민주노총은 노·사·정으로 구성된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불참해왔다.

정부의 최저임금 산입범위와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낮은 최저임금 인상, 미흡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민주노총은 지속적으로 비판했다. 경색된 노·정 분위기 속에서 지난해 12월 당선된 양 위원장은 지난 3월 사용자를 배제한 노·정 교섭에는 나설 뜻이 있음을 시사하며 문 대통령이 직접 노·정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지난 6월29일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 공관에서 김부겸 국무총리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간담회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6월29일 양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집행부가 총리공관을 찾아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나면서 대화 물꼬가 터질까 싶었다. 그러나 불과 4일 뒤인 7월2일 김 총리가 7·3 노동자대회 관련해 민주노총에 경고하고, 사무실에 예고없이 방문하면서 민주노총은 물론이고 시민사회종교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했다. 집회가 원인이 된 코로나19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았는데 정부가 무조건적으로 집회·시위의 자유를 억압하고, 민주노총에 방역 책임을 넘기려 한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민주노총은 이후엔 1인 시위나 온라인 집회 방식으로 진행했고, 양 위원장은 지난 4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지난 9일 정부가 가석방 결정하자 노동계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민주노총은 “촛불 정신의 후퇴며 훼손”이라며 “문재인 정부에 분노한다”고 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크게 논란이 되지 않는 한 (정부가 노동 현안을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버티기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노총도 지난 13일 양 위원장 구속영장을 철회하라는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방역당국의 지침을 전 국민이 준수해야 한다는데 적극 동의하지만, 코로나 상황을 빌미로 모든 집회를 차단하는 데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10월20일 총파업 투쟁을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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