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아파트 '원정 갭투자' 극성..외지인, 매매·전세가 '내 맘대로'
(천안=뉴스1) 최현구 기자,이시우 기자 = #충남 천안시에 사는 30대 A씨 부부는 전세기간 만료로 비슷한 가격대의 아파트를 구하기 위해 부동산업소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같은 평형대 전세가격이 인근 아파트에 비해 3000만~5000만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중개사의 설명을 듣고 씁쓸히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최근들어 천안지역 아파트들의 매매와 전세가격이 터무니 없이 오르고 있다.
14일 KB국민은행 리브온(Liiv ON)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8월 둘째 주(9일 기준) 충남의 아파트 매매 및 전세가격은 전주보다 0.27%, 0.25% 상승했다.
이 중 천안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서북구가 0.21%, 동남구가 0.05% 상승했다. 전세가격도 서북구가 전주에 비해 0.36% 상승했으며, 동남구도 0.21% 올랐다.
불당동 A 공인중개사 대표는 “최근 나오는 전세물량들은 하나같이 가격이 부풀려 있다. 특히 외지 투자자들이 가격을 많이 올려 놓고 관망하고 있는 추세다”라고 귀띔했다.
정부가 아파트 가격을 잡기 위해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를 비웃듯 일부 갭투자자들은 지방까지 내려와 부동산시장을 흐려 놓고 있다.
갭투자란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간 격차가 작을 때 그 차이(갭)만큼의 돈만 갖고 집을 매수한 후 직접 살지 않고 전세를 놓다가 집값이 오르면 매도해 차익을 거두는 것이다.
<뉴스1> 취재 결과, 천안의 오래된 아파트에서 외지 갭투자자들의 허위매물로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가 부풀려지고 있는 정황이 사실로 드러났다.
실제로 천안시 쌍용동 H아파트의 경우 112㎡(34평형)의 현 매매가는 2억7000만원에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매수자는 전세가를 단지내 부동산에 3억원에 급매물로 내놓고 있다.
통상 전세가는 매매가 대비 89~92% 수준이다. 이 아파트의 전세가는 2억300만0~2억5000만원에 형성되고 있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들 투자자들로 인해 인근 아파트까지 영향을 받아 전세가가 5000만원에서 많게는 7000만원까지 높게 책정되고 있다.
중개업소들은 투자자들이 본인 집값 올리느라 혈안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쌍용동 B 공인중개사 대표는 “투자자들이 집 매수 후 집값 보다 높은 전세 시세로 광고해 달라고 강요하고 있다”며 “더 높은 가격으로 전세 내달라고 떼까지 쓴다. 그렇게 되면 집값과 전세값이 동시에 올라가는 현상이 되고 만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피해는 세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더 큰 문제는 이들 갭투자자들은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10%의 가계약금만 걸어놓은 상태에서 세입자를 모집하고 있다.
공인중개사들은 “외지 투자자들이 갑자기 전세가를 급격히 올려 오히려 부동산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 일단 높은 가격을 불러 놓고 몇 개월씩 기다리고 있다. 단속이 무색할 정도다”라고 토로했다.
두정동 S아파트의 경우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S아파트 103㎡(31평) 매매가가 2억3000만~4000만원인데 전세가도 똑같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지역 중개사 B씨는 “투자자들이 부풀린 가격으로 내놓은 매물을 안올려줄수도 없다. (저희 부동산에서)올려 주지 않으면 인근 부동산에 무작위로 내놔 결국은 우리에게 다시 부풀린 가격이 돌아온다. 도의적인 책임때문에 망설이게 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허위매물로 인해 전세기간이 만료되는 시기에 피해는 세입자에게 돌아간다는 현실이다. 향후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어려워지고 기존 갭투자자는 ‘깡통주택’ 사태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이 때문이다.
‘깡통주택’은 매매가격 하락으로 전세와 대출금이 매매시세보다 높은 주택을 의미하고 ‘깡통전세’는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세입자가 전세금을 다 돌려 받지 못하는 주택을 뜻한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당장 전세를 구하는 입장이여서 울며겨자먹기로 계약을 할 수밖에 없다.
내년 1월부터 천안과 인근 아산지역에는 5000여세대 이상의 신규 입주물량이 대기하고 있다.
세입자들은 “당분간 천안지역 갭투자자들의 전세가격 부풀리기는 계속될 것”이라며 “정부의 강력한 단속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chg563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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