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에 앉으면 '알프스'가 눈 앞에..화순 만연산 생태공원 '눈길'

강현석 기자 2021. 8. 1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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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전남 화순군 화순읍 수만리 생태숲 공원에 설치된 공중화장실. 변기가 밖을 향하고 있어 ‘화순 알프스’라고 불리는 국립공원 무등산 자락의 풍광을 볼 수 있다. |화순군 제공.

“화장실에서 이런 눈 호강을 하게 될 줄 생각이나 했겠어요? 정말 좋네요.” “나오기 싫어지는 화장실은 처음입니다. 그동안 벽만 쳐다봤던 화장실에서 이런 멋진 자연을 만날지는 몰랐습니다.”

화장실 변기에 앉으면 스위스 알프스를 옮긴 듯한 풍광이 펼쳐지는 곳이 있다. 무료 와이파이와 무인 카페까지 설치된 숲 속 화장실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거리 두기가 가능한 곳을 찾아 잠시 바람을 쐬러 나온 사람들에게 뜻밖의 ‘치유 명소’가 되고 있다.

지난 14일 전남 화순군 화순읍 수만리 큰재에 설치된 ‘만연산 생태숲공원 공중화장실’을 찾은 김영숙씨(51)는 “이런 화장실은 처음”이라고 했다. 인근 광주에 사는 김씨는 이날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자동차로 30여분 거리인 화순으로 드라이브를 왔다.

전남 화순군 화순읍 수만리 생태숲 공원에 설치된 공중화장실 변기게 앉아 바로본 바깥 풍경. 변기가 밖을 향하고 있어 ‘화순 알프스’라고 불리는 국립공원 무등산 자락의 풍광을 볼 수 있다. |강현석 기자.

무등산 자락 만연산과 안양산 사이에 있는 고개인 큰재는 하늘과 맞닿은 능선들이 멎진 풍광을 연출한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산세도 웅장하다. 마치 스위스 알프스와 비슷한 풍광이어서 ‘화순 알프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생태숲 공원이 조성된 이 곳은 코로나19 시대 ‘거리 두기 여행지’로도 제격이다. 김씨는 “화장실 변기에 앉았다가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에 놀랐다”면서 “어떻게 변기를 밖을 바라 볼 수 있도록 설치할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남 화순군 화순읍 수만리 생태숲 공원에 설치된 공중화장실의 남자 화장실 내부 모습. 변기가 밖을 향하고 있어 ‘화순 알프스’라고 불리는 국립공원 무등산 자락의 풍광을 보면서 용변을 해결 할 수 있다. |강현석 기자.

2017년 만연산 생태숲 공원에 설치된 화장실은 독특한 구조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화장실은 변기에 앉아 용변을 보면서 ‘화순 알프스’를 조망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남성 화장실 소변기 앞에 서면 탁 뜨인 통유리를 통해 푸른 능선이 펼쳐진다. 대변기에서도 같은 풍광을 볼 수 있다. 여성 화장실도 통유리를 통해 밖을 볼 수 있는 구조여서 이용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준다.

전남 화순군 화순읍 수만리 생태숲 공원에 설치된 공중화장실. 변기가 밖을 향하고 있어 ‘화순 알프스’라고 불리는 국립공원 무등산 자락의 풍광을 볼 수 있다. |화순군 제공.

밖에서 화장실 안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화장실이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밖에서는 안을 볼 수 없다. 화장실 내부 유리창의 일정 높이까지는 혹시 모를 시선 차단을 위한 가림막도 설치돼 있다. 화장실은 무료 와이파이도 가능하다. 넓은 주차장 옆에는 간단히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무인카페와 지역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무인 판매대도 있다.

화순군 관계자는 “수만리 생태숲은 사계절 사람들이 찾는 곳이어서 주변 경관과 어울릴 수 있도록 화장실을 설치했다”면서 “코로나19 이후에는 유지관리에 더 신경을 쓰고 있어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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