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도 부러워했다" 세계적 자랑 한국 건강보험 역사 살펴봤더니.. [대통령의 연설]
'의료보험의 아버지' 박정희부터
전국민 적용 노태우까지 12년 역사
[연설로 비교한 역대 대통령] 최근 정부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국민건강보험 확대정책의 성과를 보고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문재인 케어 덕분에 지난 4년간 3700만명의 국민이 9조2000억원가량의 혜택을 봤다고 하는데요.
현 정부가 복지정책을 확대할 때마다 비판을 가해 온 보수 진영이 이번에는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는 게 눈에 띄네요.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건보 재정 악화를 짧게 언급하기는 했지만, 오히려 백신 도입이 늦어지는 점을 공략하는 데 더 치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동네 병원을 찾는 소아·청소년·호흡기 환자가 줄어 재정이 예상보다 양호했던 게 주효한 것 같습니다.
이유를 더 찾아보자면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는 국민의 지지도가 최고 수준인 복지정책으로 역대 정권에서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추진했다는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오바마 케어'를 추진했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연설에서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를 극찬할 정도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제도이기도 합니다. 진보와 보수의 경제 논리 싸움에 단순히 끼워 넣을 수 없는 정책이어서 상대적으로 갈등이 덜한 모습인데요.
한발 더 나가보자면 건강보험은 보수 진영이 오히려 좋아할 복지정책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건강보험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역사를 되짚어 보면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인데요. 역대 대통령들의 연설문을 통해 건강보험제도의 발전 과정을 되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회차는 건강보험의 기틀을 닦고 출범시킨 박정희 전 대통령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건강보험은 전 세계에서 부러워할 정도로 국민에게 엄청난 혜택을 주는 복지정책인데요, 그만큼 재정 소요도 천문학적입니다. 그래서 당장 몸이 아플 거라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다른 가입자들에게도 보험료 납부를 강제해 이를 충당하는 게 시스템인데요. 이미 효과가 증명된 지금에야 국민이 별다른 불만 없이 보혐료를 납부하고 있지만 제도를 시범적으로 시행하던 당시에는 반발이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늘날과 같은 정치환경에서는 아마 도입하기 어려웠을 텐데 당시의 독특한 사회상이 안착을 가능하게 한 측면이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연설문에서 건강보험을 처음 언급한 것은 1964년 연두교서입니다. 제도 시행은 1977년이지만 논의가 시작된 것은 1963년부터였던 탓인데요. 박 전 대통령은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의료보험을 시범적으로 실시하여 근로자가 입는 재해에 대해 적시 보상의 길을 터놓았으므로 물가상승률에 비례한 임금 인상을 위한 쟁의를 야기시킴으로써 경제발전 전반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건강보험의 옛 이름인 의료보험이 눈에 띄네요.
한동안 연설문에 등장하지 않던 의료보험이 다시 등장한 것은 1973년부터입니다. 1973년 연두 기자회견에서 박 전 대통령은 "1970년대 후반에 가서는 의료보험 제도를 도입해 생활보장제도를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며 시행 시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합니다. 197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는 "500인 이상의 대기업과 공업단지 등 일부 지역에 대해 의료보험을 실시하는 등 국민 건강의 향상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적용 범위를 소개했습니다.

그는 "시혜 대상자 여러분은 다소의 불편이 있더라도 아직 모든 것이 갖춰지지 못했다는 점을 잘 이해하시고 양해해 주어야 되겠고, 도 관계 공무원들은 이 제도를 실시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서의 미비점을 빨리 발견해서 하나하나 보완해 나가는 데 노력해야 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제도가 시행된 뒤에는 기자회견에서 제도가 잘 잡혀가는 것 같으냐는 질문에 "대체로 정착돼 가고 있다고 본다. 의료수가에 대해 정부와 병원 측 견해가 약간 다르고 보험에 가입한 사람과 안 한 사람, 또 직장 조합의 균형 문제 등이 있는 모양이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합리적으로 조정되어 나갈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출범 당시만 해도 300만명 수준이었던 적용 대상을 전 국민까지 확대하는 데는 12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정치적 대혼란기인 1970년대 말~1980년대 말이었지만 의료보험은 안정적이고 꾸준히 확대된 모습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1979년 자신의 마지막 연두 기자회견에서 "금년부터는 제도를 고쳐서 종업원 300명 이상인 기업체도 여기에 가입하도록 하고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도 의료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힙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의료보험이 보장하는 항목이 많지 않아 대상자들이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GNP가 이제 겨우 한 1000달러를 넘었는데, 1000달러 넘은 나라에 알맞은 수준으로 해야지 너무 욕심을 내서 GNP 5000달러나 1만달러나 되는 그런 나라의 흉내만 내다가는 며칠 안 가 파탄이 생겨서 이것도 저것도 안 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의료보험 제도 확대 계획을 언급한 연설이 많습니다. 1980년 보건의료인을 위한 리셉션 격려문에서는 "의료보험도 100인 이상의 사업장까지 확대 시행하기로 하였으며, 이 밖에 국민의 의료 혜택 확충과 위생 개선을 위한 직접·간접의 지원 시책을 계속 넓혀 나갈 것"이라고 합니다.
1982년도 국정연설에서는 "올해에는 의료보험 혜택을 전 국민의 40퍼센트 선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라고 했으며, 1984년 특별 기자회견에서는 "지난 3년 반 동안 의료보험, 또는 의료보호의 혜택을 새로이 받게 된 국민이 650만명에 이르고 있다"고 했습니다.
1985년에는 근로자 이외 계층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을 언급합니다. 그해 1월 국정연설에서 전 전 대통령은 "의료보험 제도를 우리 실정에 맞게 보완해 농어민과 도시 자영민에게 단계적으로 확대해 실시하고 영세민에 대한 의료보호를 내실화해 모든 국민이 의료보장의 혜택을 고루 누릴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다져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1986년에는 의료보험 전 국민 적용 계획이 처음으로 연설문에 담겼습니다. 이듬해 예산안 제출을 위한 시정연설에서 전 전 대통령은 "의료보장에 있어서는 현재 전 국민의 56.3%가 혜택을 받고 있지만 오는 1988년에는 농어촌 지역까지 확대해 실시하고 1989년부터는 전 국민이 의료보장을 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건강보험의 역사에 대해서는 다음 회차에 소개합니다.)
[문재용 기자]
[대통령의 연설 지난 회차]
1회 - 박정희 "여러 대책에도 집값 올라" 사죄…부동산전쟁 60년
2회 - 집값 잡기에 가장 간절했던 대통령…盧 아닌 MB?
3회 - 野서울시장 칭찬한 유일한 대통령…盧 "청계천으로 서울 환해져"
4회 - 여가부 만든 노태우…女공천확대 요청엔 "여자들이 안뽑아"
5회 - 커지는 젠더갈등…軍가산점 폐지한 대통령 누구
6회 - 盧 "불리한 경선룰 수용할 줄 알아야…나도 MB도 그랬다"
7회 - "최빈국에서 G8으로"...역대 대통령 연설로 본 대한민국 '국격'
8회 - 박정희 "北 제압 위해 추경"…추가경정예산 70년 역사
'박정희 대통령의 성평등 인식은?','이명박 대통령이 기억하는 현대건설은?'…<대통령의 연설>은 연설문을 통해 역대 대통령의 머릿속을 엿보는 연재기획입니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에 남아 있는 약 7600개 연설문을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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