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단체 '변형 1인 시위' 광복절 집회 강행..경찰 '원천 봉쇄'에 곳곳 충돌

문광호·강한들·이홍근 기자 2021. 8. 1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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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민혁명당 주최 걷기대회 참가자들이 14일 서울 종로구에서 경찰로부터 통행을 제지 당하자 반발하고 있다. 이홍근 기자


광복절 연휴 첫날인 14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방역 지침을 위반한 집회와 이를 막으려는 경찰의 충돌이 발생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이끄는 국민혁명당을 비롯한 보수단체들은 이른 아침부터 ‘1인 걷기대회’를 가장한 광복절 집회를 강행했고 민주노총 등 진보단체들도 대규모 1인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차벽과 펜스로 도심 진입을 원천봉쇄하고 집회 참가자들을 대상을 방역지침을 준수할 것을 수차례 통보했다.

국민혁명당은 이날 서울역을 출발해 광화문 일대를 도는 ‘문재인 탄핵 8·15 1000만 1인 걷기대회’ 행사를 시작했다. 국민혁명당 관계자들은 오전 6시부터 행사 출발점인 서울역에 모여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경로 등을 안내했다. 참가자들은 시위에 참여한 사실을 부인하면서도 함께 온 일행들과 합류해 당 관계자들의 안내대로 남대문 방향으로 이동했다.

오전 집회 참석률은 예상보다 저조했다. 오전 6시40분쯤 한 참가자는 당 관계자들에게 “왜 이렇게 사람이 없냐”고 물었다. 오전 8시까지 서울역을 찾은 사람은 43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사회적(물리적) 거리 두기는 지켜지지 않았다. 한 참가자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다”며 “사람들을 만나면 안아주고 싶은데 경찰이 못 하게 한다”고 말했다. 80대 여성 A씨는 “빨갱이들과 싸워 이겨야 한다”며 “코로나가 말이 코로나지 감기하고 똑같다”고 주장했다.

오후 들어 참가자가 많아지면서 경찰과 충돌이 잦아졌다. 경찰이 차벽을 설치한 서울시청 앞에서 한 유튜버는 ”내가 가는 걸 왜 막나. 전광훈 목사님이 걸으라면 걸어야 한다“고 소리쳤다. 마스크도 없이 소리 지르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국민혁명당 관계자들이 탑골공원으로 이동해 집회를 열려고 하자 경찰이 이를 제지하면서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이 자진 해산을 명령했지만 당 관계자들은 이를 거부하며 대치했다. 탑골공원 집결도 막히자 수십여명의 일부 참가자들은 동대문 방향으로 도보행진을 시작했다. 경찰은 참가자들이 무리 지어 이동할 때마다 거리 두기 준수를 당부했다.

보수단체 지도부는 이날 행사가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오전 10시 ‘신의한수’ 등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오늘부터 3일 동안 문재인(대통령)의 범죄 행위를 탄핵하길 원하는 모든 국민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서 제2의 건국을 이뤄갈 것”이라며 “우리는 절대로 법을 어기지 않을 것이다. 개인 행진으로 정확히 2m 거리를 두고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최 측은 당초 예고했던 장소에서 기자회견이 불발되자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오전 9시와 10시 두 차례 기습적으로 회견을 열었다. 지도부는 참가자들을 상대로 코로나19 검사와 자가격리 거부를 권유하기도 했다. 이들은 “코로나 강제검사 명령은 불법이고 자가격리 명령도 모두 불법이다. 이에 굴복하지 말라”며 “걷기대회에서 국민들의 자유로운 통행을 방해하거나 국민들을 상대로 협박하거나 물리적 유형력을 행사하는 일선 경찰들도 역시 모두 국가배상 소송의 피고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이 14일 서대문역 일대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민주노총도 이날 오후 4시부터 서대문역 일대에서 ‘한미전쟁연습 중단 1인시위’를 진행했다. 시위 참가자 200여명은 약 70m 간격으로 ‘한미전쟁연습 중단’이 적힌 헬륨풍선을 들고 도로를 향해 섰다. 다만 일부 구간에서는 시위자 간 간격이 15m로 가까워 경찰이 간격을 유지할 것을 경고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1시간 가량 시위를 진행한 후 해산했다. 1인 시위에 참가한 김태선 민주노총 정보경제연맹위원장은 “코로나 시국에 집회결사의 자유가 제약되는 상황 속에서 최소한의 알릴 방법”이라며 “방역 문제도 있지만 절박한 노동자의 문제도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불편도 이어졌다. 오전 11시부터 교통량이 많아지면서 세종대로 사거리부터 종로구청 사거리까지 교통 체증이 이어졌다. 도보로 도심을 가로지르려던 시민들 역시 보행로가 막혀 혼란을 겪었다. 광화문 인근 한 분식점 직원은 “통행이 제한돼 식재료 납품, 배달 등이 불편하다”며 “매출도 반토막 난 것 같다”고 말했다. 광화문역 인근을 도보로 이동 중이던 한 40대 여성은 “집이 경복궁역인데 빙 돌아서 와야 했다”며 “어디를 가는지 자꾸 경찰들이 물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이 일반시민들만 통과시키자 “젊은 것들만 보내주냐”라고 항의하는 경우도 있었다.

경찰은 이날 서울 도심 집회를 막기 위해 186개 부대와 가용 장비를 동원했다. 세종대로 사거리를 100여대에 가까운 경찰버스로 둘러싸고 서울 전역에 81개의 임시검문소를 운영했다. 도심 지하철역은 무정차 통과하고 노선버스도 우회 조치했다. 대신 안국역과 경복궁역, 종각역과 서울역사박물관 사이에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했다.

문광호·강한들·이홍근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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